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생각했다.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인의 지나가는 말을
기어이 붙잡아서 약속되지 않은 약속을 기다리는
누군가를 그렇게 미워하다가도
한 번만 고개를 돌려주면
내가 너무 심했던 건 아닐까 하며
되레 상대를 미워했던 나를 탓하는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래, 정이 많은 건 나쁜 게 아니니까.
그런데 내 다정함은
여느 다정함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상대는 바란 적도 없는데 제멋대로 정을 주고선
준 만큼 돌려받길 바라는 계산적인 다정함이라서.
그러나 삶의 궤적에서 수없이 배웠듯이
내가 나눠줬던 만큼 늘 돌려받을 순 없었고
그 다정함의 간극은 때로는 상처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