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생각해오던 일이 있다.
내가 번 돈으로 부모님 해외여행 보내드리는 것.
유럽까지는 아니어도
살면서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으로.
아마 부모님과 내가 협심한다면
더 먼 곳으로 더 풍족하게 다녀올 수도 있겠지만
부족할지라도 적어도 한 번쯤은
온전히 내 능력으로 해보고 싶었던 일.
그렇게 어디가 좋을까, 며칠이 좋을까
고민을 하면 할수록 사실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걸 금세 깨닫게 된다.
그 몇 안 되는 선택지마저도 실은 놓아줘야 하는데
놓아주지 못해서 붙잡고 있는
구겨진 종잇조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만큼 돈을 벌고 싶다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상상을 해보다가
나는 씀씀이가 그렇게 큰 편도 아니니까
겨우 이 정도 못 쓰겠냐 싶어서 결심을 내리려 하는데
나는 언젠가는 결혼도 할 예정이고
언젠가 마음속 어느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어떤 물건의 구매 욕구가 갑자기 샘솟기도 하고
부모님이 과연 좋아하실까?
뭐 이런 어이없는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맴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확실히 알겠다.
내게 필요한 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만큼 쓸 종이 쪼가리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의 무게라는걸.
가족들이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포장해가면서
마음 한구석이 쓰라렸다.
딱 이만큼 한 손으로 들릴 정도의
사랑이 아닐까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