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오늘은 모든 게 엉망이었어.
애써 고민하며 세웠던 계획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정성 들여 찍었던 사진들은 엉터리였고
잘 찾아갈 줄 알았던 곳들은
누군가에게 길을 묻을 용기를 주었고.
그런데 이 엉터리 같은 하루는
내가 그렇게 바라던 하루였다.
공부하던 날들에 엉망이라는 단어가 껴있는 날이면
생각지도 못하게 하루를 망쳐버리면
마치 내 삶이 엉망이 된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내 하루하루에 묻어있는 이 엉망스러움이
되레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일종의 구김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