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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 호 종 Jun 24. 2019

제갈량이냐?  사마의냐?

정정용 감독의 리더십

1983년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 팀이 4강까지 올랐다.


그때까지는 한국 축구의 신화였다.

아시아 수준에서 세계대회 4강 달성이었다.


세계는 당시 한국팀의 붉은색 유니폼을 빗대서

'붉은 악마(Reds Devils)'라고 불렀다.

기계처럼 조직적이면서 지치지 않고

쉼 없이 뛰는 한국팀을 두려워했다.

당시 박종환 감독의 카리스마와 전략이

주목을 받고 그 리더십이 한동안

한국 축구를 이끌었다.


그로부터 딱 36년 만이다.


이 번에는 폴란드에서 열린 20세 이하 세계대회에서 한국팀이 준우승을 했다.


한국 남자축구 역사상 최고의 실적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정정용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았다.

대회 최우수선수인 이강인의 활약을

이끌어 낸 그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았다.

'막내 형님 이강인'  그는 출중한

축구신동이었고 축구천재로 성장했다.


만 18세인 그가 경기를 이끌었다.

그는 인터뷰 때마다 자신보다는 다른 선수를

내세우고 공을 벤치 선수에게 돌렸다.


누구도 그를 그렇게 이끈 사람은

바로 정정용 감독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정정용'을 '제갈용'으로 부른 이유다.

정정용 감독의 리더십을 잘 설명한 신문기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중앙일보 2019.6.24 서소문 포럼.

 '정정용 감독의 사마의 리더십' 정제원)

(중략) 


대회 내내 스포트라이트가 18세 이강인에게 쏠렸습니다.

한 선수에게만 관심이 쏠려 팀워크가

깨질 수도 있었을  텐데요.


"이런 선수를 컨트롤하는 게 쉬운 건 아니에요. 지난해 (19세 이하 대표팀에선) 심리학 교수님을 모시고 와서 우리 선수들의 전체적인 심리상태를 파악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어요.


스타급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과는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는데, 결국은 관심이 가장 중요해요.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니 좋아하면서 스스로 달라지더군요."

정정용 감독은 축구는 전략이나 피지컬 못지않게 심리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고 준우승을 차지했으니 다음엔 성인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1초도 안 돼서 대답이 돌아왔다.


"그럴 생각은 없어요.  나는 노후에 다리 밑에서 막걸리나 마시는 게 꿈이에요."


귀가 번쩍  띄었다.


정정용 감독의 리더십의 실체는 결국 이런 게 아닐까. 자신을 낮추고 소통을 중시하면서, 속내를 감추는 '자기 통제의 승부사'가 바로 정정용 감독이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가 말했다.


"제갈량은 일찍 죽잖아요.

나는 끝까지 살아남는 사마의가 좋아요."


정정용 감독의 마지막 말을 곱씹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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