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bokenpier Jan 22. 2017

상업주의는 종종 보도 윤리를 무너뜨린다.

 미국의 유명 앵커 브라이언 윌리엄스는 저녁 종합 뉴스에서 하차했다. 이라크전 피격 경험담 등 10여 개 보도에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한 전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방송의 극적인 요소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방송에서 보도 왜곡은 취재내용을 화면으로 보여줘야 하는 보도 특성과 분초로 나뉘어 평가받는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곤 한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과열 경쟁이 벌어지며, 최근 정유라 체포 현장을 단독 보도한 종합편성채널 JTBC 보도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JTBC의 정유라 신고와 체포 과정 보도는 다분히 상업적인 결정이었다. 시청자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해 사법기관까지 동원했기 때문이다. 체포 직전 정유라는 자유의 몸이었다. 덴마크 경찰에 정유라가 체포될 당시는 인터폴의 적색수배가 내려지기 전이었다. JTBC 취재진의 신고와 현장에서의 적극적 설득이 없었다면 덴마크 경찰이 정 씨를 체포할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해당 기자는 적극적 시민으로서 상황의 위급함을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객관적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자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공교롭게도 정유라가 체포되는 전 과정을 보도한 당일 JTBC 뉴스 시청률은 11%를 기록해 개국 이래 최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보도의 근간은 신뢰다. 신뢰는 보도 결과물과 보도과정의 진실성과 객관성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 자칫 과정보다는 결과 만을 중시하기 쉽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해 보도 윤리를 넘는다면 장기적인 신뢰 형성을 방해할 수 있다. 애석하게도 JTBC는 타사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상업적인 이득을 위해 보도 윤리를 어긴 전력이 있다. 지난 2015년 자살한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육성파일을 취재 언론사와 유족 동의 없이 보도했다. 당시 뉴스 시청률은 평소 2배 이상 급등한 4%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에는 전국 지방선거에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자료를 무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모두 중요한 보도에 있어서 무단 도용 등을 통해서라도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자 한 상업적인 결정이 있었다.


 기사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힘은 '팩트'에 있다. 기자들은 이 '팩트'를 찾기 위해 밤낮없이 취재한다. 하지만 팩트를 추구하는 데에도 금도가 있다. 바로 자신의 입장을 줄이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판단해 기사를 확인하는 것이다. 보도윤리는 보도의 상업주의를 막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제작 구성원과 시청자에게 신뢰를 구축하는 것의 주춧돌과 같은 존재다. 외부에서 이런 지적을 제기하기 전에 언론사 자체적으로 윤리 지침을 숙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의무전송채널인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은 더욱 그렇다.  

작가의 이전글 '이젠 쉬고 싶다'는 또 다른 촛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