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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bokenpier Jan 08. 2017

'이젠 쉬고 싶다'는 또 다른 촛불

 "주말에 쉬고 싶다"는 촛불 집회 구호가 이색적이었다. 그 순간 주위를 둘러봤다. 그렇다. 촛불은 토요일도 쉬지 않고 도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사진 속 한 픽셀처럼 보이는 촛불들은 그렇게 자발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였다. 마치 서울의 특징을 설명하는 이색적인 야경처럼 비치기도 했다. 


 그렇다면 주중에는 어떨까? 주중에도 수많은 촛불들이 서울 도심을 메우고 있다. 사무실 형광등과 거리 식당 백열등이 도심지에 옹기종기 모여 촛불처럼 불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촛불들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 불빛 아래 있는 그들의 낯빛은 조금 어둡다. 빌딩 숲 한 사무실을 들여다보면 뻐근한 어깨를 펴고 뻑뻑한 눈을 비비는 노곤한 직장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불야성을 이루는 식당들도 자세히 보면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며 어깨를 늘어뜨린 식당 아저씨, 아줌마들의 눈빛을 읽을 수 있다. 모두가 피곤하고 힘들지만 아무도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 불을 밝히고 버티고 서 있는 것이다. 


 죽어라 일을 해야 하는 팍팍한 삶은 수치로도 확인이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인들은 두 번째로 일을 많이 한다. 일과 개인 생활을 동시에 못 해낼 정도로 삶의 무게 추는 일에 쏠려 있다. 오죽했으면 대선후보 구호가 '저녁이 있는 삶'으로 정해졌을까. 하지만 저녁 없이 일한 삶이 결코 효율적이거나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사뭇 씁쓸하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회원국 가운데 25위로 하위권에 속했다. 작업장 불빛 아래서 오래 일하지만 그만큼 성과가 안 나온다는 뜻이다.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됐고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다시 광장 속 촛불에서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누구를 탓하기보다는 우리가 다시 만든다는 생각으로 사회와 삶의 회로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단순한 권력교체를 넘어서 노동구조를 재편하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 과도한 업무와 이로 인한 저성과를 탈출하기 위해 개인당 노동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고용인원은 늘리는 식의 대안이 필요하다. 한 개인과 사업장만으로 시행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와 관련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노동개혁법안 이후 파행된 노사정위원회의 재가동을 고려하는 것도 유효할 수 있다. 


 하루하루 노동을 하면서 삶에 필요한 양식을 얻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업무에 속한다. 하지만 주중에는 일 밖에 몰라야 하고, 주말에는 재충전하기도 빠듯한 일상은 국가와 개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기 힘들다. 개헌 등 국가의 재구성을 논의하는 시기에 맞춰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일상도 다시 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주중에 빛나는 도심 곳곳의 촛불이 활기와 생동감이 넘치는 불빛으로 나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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