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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bokenpier Mar 01. 2017

민주적인 법치주의가 필요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었다. 경제적 이득을 위해 권력자에게 뇌물을 준 혐의다. 어찌 보면 단순한 범죄였지만 특별하게 다뤄졌다. 삼성의 79년 역사상 처음으로 삼성 총수가 교도소에서 인신 구속을 당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의 법치주의는 금력과 권력에 약한 모습을 보였고, 이에 대한 사법불신의 뿌리도 깊다. 모두가 법에 의한 지배를 뜻하는 법치주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사회에서 법치주의는 엄혹한 법 집행과 명백한 예외라는 강력한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권력과 돈에 비례해 예외가 결정되고, 예외에 속하지 않는 사람에게 법은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두 눈을 감고 있는 정의의 여신 디케가 한국에 와선 안경을 끼고 형량을 재는 모양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재벌 총수의 재판이다. 사법당국은 '한국경제에 부담'과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재벌 총수의 양형은 최소화시켰다. 사면도 같은 이유로 쉽게 이뤄졌다. 반면 힘없는 서민과 노동자에게는 법은 엄격한 모습을 드러냈다. 버스요금 2400원을 입금하지 못해 횡령죄로 해고된 노동자에게 법원은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적은 금액이라도 횡령을 한 것은 운전기사가 기본적인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했다고 법원은 판단한 것이다. 이렇게 상이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들이 법치주의에 대한 사회의 냉소를 부채질했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0% 이상이 한국사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적용되는 사회라고 답했다. 


 모두에게 공정하게 법이 적용되고 사회 신뢰가 쌓이기 위해선 민주적인 사법시스템에 있어야 한다. 민주적으로 사법 판결을 내릴 수 있는 법원 내부의 민주화가 급선무다. 현재 사법부는 대법원장이 모든 판사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짜여 있다. 인사가 걸려 있어 법관들의 눈치보기가 일어나고 그것이 판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개연성이 큰 구조다. 사법신뢰가 비교적 높은 미국과 독일 등은 판사의 인사권 독립이 보장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발 나아가 지역 주민들이 검사장 등 법관을 뽑는 검사장 직선제가 적절한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검찰 상부에 눈치를 보지 않고 대중의 신망을 받는 자가 검찰을 지휘한다면 지금의 사법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 정권과 자본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선거로 인한 정통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중앙의 검찰 지휘부를 견제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된다. 지방 교육감 선거가 비슷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선출된 교육감을 통해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국민의사와 반하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  


 선사시대 이후 법은 언제나 존재했다. 다만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자를 어떻게 뽑고 견제하는지에 따라 역사의 발전이 나뉘었다. 절대부패를 면한 수준에서 선진사회로 한 단계 도약을 하기 위해선 사법당국의 부패와 그로 인한 사법 불신을 반드시 걷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주의 요소가 사법당국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이 납득할만한 판결과 법 집행이 이뤄지고 국민의 의견이 관철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법률에 의한 지배가 이뤄지는 현대사회에서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는 원활한 사회 운영과 발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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