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bokenpier Mar 05. 2017

민주주의 요소가 스며든 태극기집회

 어느 사회나 극우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존재한다. 기득권 수호하고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 배타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현상은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극우세력의 존재 자체보다 어떤 방식으로 일반 대중과 소통하고 사회 속에 위치하는가 여부다. 탄핵 반대를 주장하며 태극기 집회로 응집된 한국의 극우세력은 2017년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비민주성을 지향하는 극우세력이 민주적으로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태극기 집회는 그간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모습을 학습한 형태로 나타난다. 각종 관제데모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가 진행되면서 세를 불린 모습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성격이 짙다. 태극기 집회에 모인 사람들은 탄핵 심판의 부당성을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고취시키는 유인물과 유사 보도물을 공유하고 확대시킨다. 이는 지난 보수 정권 하에서 진보적인 시민들이 시위를 기획하고 조직했던 것과 비슷하다. 시위의 모습도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다. "군대여 일어나라" 등과 같은 과격한 발언들이 나오고 있지만 평화적으로 집회가 시작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산한다. 시내 중심가에서 투석전을 벌이고 반대 집회와의 폭력사태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유럽의 극우단체 집회보다는 훨씬 평화적으로 집회가 열린다.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비폭력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다. 반대 의견을 있는 사람과 활발한 소통을 통해 합의를 시도하는 모습은 없지만 상대를 인정하고 일탈 행위가 줄어든 것은 분명 민주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태극기 집회를 대하는 방식을 통해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 성장과 정착을 발견할 수 있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은 분명 우리 사회에 소수자다. 경직된 사회일수록 소수자에 대한 탄압은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지난 20세기 특정 민족과 종교에 대한 인종청소부터 지역 출신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대로 소수자에 대한 존중과 인정은 다양성과 소수의견 존중이라는 민주주의가 잘 구현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은 80%가 넘고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참가자는 누적으로 1천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상황에서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가 도보로 5분 거리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하지만 탄핵반대 집회에 대한 어떠한 제재나 응징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껄끄러운 주장이고 동의하기 힘들지만 탄핵에 찬성하는 다수 사람들이 힘으로 억누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사법기관 등 제도권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에서는 국민 여론과 비슷한 비율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고, 특검은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대통령 주변 인물 15명 내외를 구속시켰다. 영국 가디언 등 해외 언론들도 민주적인 시위 양상과 사법적 판결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들면서 최순실 사태가 한국 사회의 기회라고 조명하고 있다. 


 태극기는 3.1 운동을 시작으로 전 국민에게 한국의 정체성을 고취시키는 하나의 상징물로 존재하고 있다. 탄핵 반대를 외치는 그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 이후 현재의 대한민국을 형성한 중심인물이자 상징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국가를 지키기 위해 가장 대표적인 상징물인 태극기를 앞세우고 있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이제 한국 사회의 과제는 서로 달리 생각하고 있는 국가와 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소통하고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최대공약수를 찾고 공통점을 원동력으로 사회를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비교적으로 평화롭게 활동하는 극우세력의 집회와 다름을 인정하고 대하는 일반 다수 시민들의 모습에서 민주주의 요소를 발견하고 확대해야 할 준비를 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민주적인 법치주의가 필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