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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bokenpier Apr 05. 2017

아이를 낳으려면 온 나라가 필요하다

 '유일한 자원은 사람'이라던 한국에 인구가 줄기 시작한다.  당장 올해부터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 절벽이 현실화된다. 인구절벽의 주된 요인은 저출산 때문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1.17명으로 부부 두 명이 아이 하나를 낳는 구조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경제 규모 축소와 이로 인한 사회 활력 감소 등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런 문제를 10년 전부터 논의했지만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저출산이 청년층과 여성의 문제로 한정해 간헐적인 지원에 그친 것이 원인이다. 가용할 만한 인적자원이 줄어드는 사태에 이제 사회 전 분야에서 인구절벽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저출산 인구절벽을 해결하기 위해선 나라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고해야 한다. 단순히 부부 문제, 여성과 가족 문제로 치부해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심각성을 사회 구성원이 공유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가 주택과 고용·노동, 교육 등 모든 사회 문제와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청년실업률이 12%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저고용 현상은 저출산의 주요 문제다.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책임지기 힘든 경제적 상황에 출산과 육아는 선택 가능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 설령 취업을 했더라도 소득을 한 푼 쓰지 않고 10년 가까이 모아야 수도권 지역 집 한 채를 구입할 수 있는 현실은 청년층들의 비혼과 만혼을 야기한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 승진 가점제와 고소득 여성의 인식 개선 등 사회적 압박만 가하는 대책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각종 사회정책을 출산과 육아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노동시간 축소와 신혼부부 주택 특별 공급 등 주요 경제적 문제를 인구문제와 연계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여성가족부를 인구가족부로 격상하고, 인구부총리를 두는 방안 등을 고려해 종합적인 대책과 정책 실행에 힘을 주어야 한다. '아이의 미래를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사회정책을 저출산을 중심으로 해결해 합계출산율을 2.0명으로 상승시킨 스웨덴 사례를 참조해 볼 만 하다. 


 보다 확실한 저출산 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 확대도 절실하다. 그동안 인구감소 문제와 거리가 멀고 권한이 적었던 지방정부를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 지난 10년간 80조 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신생아 수는 매년 줄어드는 것은 정부 행정의 비효율성을 입증한다. 예산 수립부터 지급까지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관장하는 기존 관행부터 손봐야 한다. 현재 아동수당 등 저출산 지원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으로 나뉘어 있다. 실제 집행이 이루어지고 현장의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정작 소외되고 있다. 정책 수립은 중앙정부가 맡고, 실제 집행은 지자체가 전담하는 역할분담과 지방정부의 권한 강화가 필수적이다. 지방자치의 확대로 인구의 분산과 출산 및 육아환경의 개선도 이룰 수 있다. 청년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고, 수도권의 인구 밀집으로 인한 주택 및 고용 문제로 청년들이 출산을 꺼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출산율은 0.94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낮은 것도 같은 이치다. 우리처럼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서는 지방활성화를 내걸고 인구분산을 위한 법을 제정했다. 전국 지방정부가 보다 효율적으로 저출산과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부상해야 한다. 


 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는 인구가 국력이라는 기조 아래 강력한 인구 증가 정책을 취했지만 실패했다. 아이를 낳기도 키우기도 어려운 사회 환경을 무시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여성과 부부에게 강요한 것이다. 출산이 사회적 환경과 밀접하게 이어져 있기 때문에 강압보다는 환경과 분위기 조성이 더 중요하다. '먹고 살 만해야 아이를 낳는다'는 점을 철저히 인식하고 국가 전 분야가 이에 우호적으로 나서야 한다. 긍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일자리와 주택 정책부터 시작해 효과적인 집행을 위해 지방정부까지 나서야 한다. 한 사회의 골격을 유지하고 발전 가능성을 담보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사람을 낳고 키우기 좋은 상태를 만들고 각 사회기관과 정부가 모두 동참할 때 지금의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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