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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bokenpier Apr 19. 2017

만족스러운 삶을 위하여

 대선에는 국민들의 열망을 담은 시대정신이 나오기 마련이다. 지난 대선에서 가장 주목받은 어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저녁이 있는 삶'이었다. 국내총생산 GDP 순위로 세계 11위를 차지해 경제적으로 윤택해졌지만 넉넉한 저녁 시간을 보장하자는 논의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저녁 시간조차 챙기지 못하는 환경 속에 한국인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답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행복지수에서 세계 68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제력은 증가했지만, 그만큼 늘어나지 못한 삶의 만족도. 이것이 한국사회의 민낯인 것이다.


 높아진 경제력과 낮은 삶의 만족도의 원인은 '긴 노동시간'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소득이 늘어나길 원하는 이유는 경제력이 곧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는 소득이 늘어나도 여가 등 개인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기 어렵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100시간이 넘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평균보다 400시간 정도 많다. 개인의 효용감·만족도를 위해 일과 여가로 대표되는 선택지가 많지 않음을 의미한다. 만성화된 야근 근무 등 하루 종일 직장에 묵여있어야 하는 일상과 출산과 육아 휴직이 자유롭게 보장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취업자와 가족들의 삶을 개선시키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만족스러운 경제활동을 하려면 개인이 '시간'을 선택해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돼야 한다. 야근 등 전일제 정규직 일자리의 업무 축소와 함께 근본적으로 근로자가 시간을 조절해 일할 수 있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시간제 일자리를 100만 개 가까이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시간제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전일제 근로자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는 근로자의 시간선택권과 상여금과 4대 보험료 등 임금 외 보상도 개선돼야 한다. 전일제 정규직과 차별이 없어져야 많은 사람들이 시간제 일자리 등 대안적인 일자리를 선택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항시적인 목표는 행복이다. 이를 위해 개인이 사회에서 돈을 버는 것이고, 개개인의 활동이 모여 경제라는 부문을 형성한다. 돈으로 상징되는 경제력은 행복한 삶을 위한 긴요한 수단이지 삶의 목적이 될 순 없는 것이다. 더욱이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던 절대빈곤의 시대로 끝났다. 이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어떤 형태로 경제활동에 참여할지 개인이 폭넓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사회에서 보장해줘야 한다. 부유해졌지만 불행한 대한민국의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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