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패션 보이스
<어린이 날, 나 그리고 버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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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불공평하다. 군대에서 배우라는 꿈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전역을 하고 입시 학원비를 벌기 위해 세차장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집 근처 교회 여기저기 옮겨다니 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한 교회만 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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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교회에 컴패션이라는 단체가 홍보를 하기 위해 교회를 방문했다. 그때도 차인표와 션으로 인해 단체가 어느 곳인지 대충은 알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나는 이제 배우라는 가난한 속으로 들어간다. 절대로 후원하지 않으리’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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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으면 좋았을 걸, 내가 보는 건 충격적이었다. 그걸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건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내적 갈등이 시작되었다. ‘넌 이제 돈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 거야. 너 인생 챙기기도 바쁠 거고, 그러는 네가 누구를 도와?’ 다른 한 켠에는 ‘저걸 보고도, 듣고도, 알고도 그냥 넘어갈 수 있어? 네가 연기를 하고 싶은 이유가 뭐야? 네가 배우가 되고 싶은 목적은 뭐야?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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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후원을 결정하였다. 그 친구가 위에 보이는 버나드라는 친구다. 벌써 함께 한 지 4528일이 되었다. 2008년 12월 11일부터 시작이 되었다. 중간 어려움들이 있었고, 후원금을 밀려서 납부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몇 년만 더 지나면 꼬마였던 버나드는 성인이 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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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인사이드 빌 게이츠>라는 다큐를 보았다. 거기서 내가 와 닿았던 말은 빌 게이츠 스스로는 자신 매우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도 자랐다는 것이다. 자신은 미국이라는 땅에서 태어났고,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부유한 변호사였다는 것이다. 다큐는 빌 게이츠가 어떤 식으로 자선단체를 운영하고, 빈민국에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서 다룬다. 지금도 여전히 빈민국 아이들은 물이 없어서, 위생이 해결되지 않아서, 죽고 있다. 하루 밥 한 끼 제대로 먹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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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를 할 때 비교에 관해서 생각한 적이 있다. 부유한 집안은 아니었지만, 나를 지원해주는 부모님이 계셨고, 밥은 굶지 않을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나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실력’에 있어서는 나보다 나은 사람들을 바라보고, ‘환경’ 있어서는 나보다 열악한 곳에 있는 분들을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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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보니 대한민국이었고, 태어나보니 우리 부모님이었고, 태어나보니 꿈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아무 조건 없이 노력 없이 꿈이란 걸 꿀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조건 없이 받은 상황 속에서 내가 많은 것들은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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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에게 한 번씩 편지가 온다. 나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고, 나를 축복하며 나를 만난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감사하다고 우리 집 안을 위해서도 기도해주며 축복한다고 말해준다. 이런 글을 공개적인 곳에 올리는 것도 부끄러운 후원자로서 더욱더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한 명이라도 컴패션이라는 단체를 알고, 다른 영혼에 도움을 주는 것이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 될 거라는 걸 알기에 용기 내어 이런 글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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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린이 날이다. 자주 하진 못 하지만 이 핑계를 대고, 버나드를 위해서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