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 배우 May 06. 2021

어린이 날, 나 그리고 버나드

컴패션 보이스

<어린이 날, 나 그리고 버나드>

세상은 불공평하다. 군대에서 배우라는 꿈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전역을 하고 입시 학원비를 벌기 위해 세차장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집 근처 교회 여기저기 옮겨다니 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한 교회만 나가게 되었다.

그 교회에 컴패션이라는 단체가 홍보를 하기 위해 교회를 방문했다. 그때도 차인표와 션으로 인해 단체가 어느 곳인지 대충은 알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나는 이제 배우라는 가난한 속으로 들어간다. 절대로 후원하지 않으리’ 다짐을 했다.

몰랐으면 좋았을 걸, 내가 보는 건 충격적이었다. 그걸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건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내적 갈등이 시작되었다. ‘넌 이제 돈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 거야. 너 인생 챙기기도 바쁠 거고, 그러는 네가 누구를 도와?’ 다른 한 켠에는 ‘저걸 보고도, 듣고도, 알고도 그냥 넘어갈 수 있어? 네가 연기를 하고 싶은 이유가 뭐야? 네가 배우가 되고 싶은 목적은 뭐야?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야?’

결국엔 후원을 결정하였다. 그 친구가 위에 보이는 버나드라는 친구다. 벌써 함께 한 지 4528일이 되었다. 2008년 12월 11일부터 시작이 되었다. 중간 어려움들이 있었고, 후원금을 밀려서 납부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몇 년만 더 지나면 꼬마였던 버나드는 성인이 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된다.

넷플릭스에서 <인사이드 빌 게이츠>라는 다큐를 보았다. 거기서 내가 와 닿았던 말은 빌 게이츠 스스로는 자신 매우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도 자랐다는 것이다. 자신은 미국이라는 땅에서 태어났고,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부유한 변호사였다는 것이다. 다큐는 빌 게이츠가 어떤 식으로 자선단체를 운영하고, 빈민국에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서 다룬다. 지금도 여전히 빈민국 아이들은 물이 없어서, 위생이 해결되지 않아서, 죽고 있다. 하루 밥 한 끼 제대로 먹는 것이 꿈이다.

입시를 할 때 비교에 관해서 생각한 적이 있다. 부유한 집안은 아니었지만, 나를 지원해주는 부모님이 계셨고, 밥은 굶지 않을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나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실력’에 있어서는 나보다 나은 사람들을 바라보고, ‘환경’ 있어서는 나보다 열악한 곳에 있는 분들을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태어나보니 대한민국이었고, 태어나보니 우리 부모님이었고, 태어나보니 꿈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아무 조건 없이 노력 없이 꿈이란 걸 꿀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조건 없이 받은 상황 속에서 내가 많은 것들은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을 해본다.

버나드에게 한 번씩 편지가 온다. 나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고, 나를 축복하며 나를 만난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감사하다고 우리 집 안을 위해서도 기도해주며 축복한다고 말해준다. 이런 글을 공개적인 곳에 올리는 것도 부끄러운 후원자로서 더욱더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한 명이라도 컴패션이라는 단체를 알고, 다른 영혼에 도움을 주는 것이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 될 거라는 걸 알기에 용기 내어 이런 글도 써본다.

오늘은 어린이 날이다. 자주 하진 못 하지만 이 핑계를 대고, 버나드를 위해서 기도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