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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배우 Dec 23. 2021

3년 전, 어느 날, 감사 리스트


우연히 2018년 추수감사절에 교호에서 썼던 감사 카드를 발견했다. 3년 전, 나는 어떤 감사를 하면서 살아갔을까?


-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숨을 쉴 수 있는 것에 감사

- 사랑하는 가족이 있음에 감사

- 잘 곳이 있어서 감사

-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감사

- 주님을 믿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

- 늘 부족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

- 나를 경계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

- 배우란 꿈을 주셔서 감사

- 존재 자체에 대한 감사


나의 감사 리스트를 보니, 물질적인 것에 얽매여 있지 않아서 참 감사했다. 물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다 가지고 있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많은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숨을 쉬며 살아가고 가족이 있으며 잘 곳이 있다. 난 신앙이 있다. 매일 아침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그 기도를 통해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게 참 감사했다.


늘 부족함을 느끼기에 더 노력하고, 부족함을 채워나가기 위해 애쓴다. 그것 또한 감사로 느껴진다.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다른 말로는 성장 가능성이다. 3년 전에 비해 나는 엄청나게 성장했다. 나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런데 지금도 나는 부족함을 느낀다. 부족함을 느끼기에는 끝이 없을 것이다. 나의 상황에 있어서는 감사와 만족을 느끼지만 실력적인 부분에선 언제나 부족함을 느낀다. 계속해서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나를 경계해야 한다. 작은 유혹들을 이겨내야 한다. 마음속에 유혹을 쫓아가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더라도 행해서는 안 된다. 좋은 자극을 전하는 삶, 좋은 에너지를 나누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렇다면 말하는 것과 실제 삶이 차이가 있으면 안 된다. 배우란 그런 사람이다. 작품 속 연기를 통해서 어찌 됐든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것을 전달하려는 사람이다. 그렇게 살기 위해선 늘 나를 경계해야 한다. 그 마음을 느끼게 해주신 것도 감사다.


존재 자체에 대한 감사. 난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 가족들에게도 그렇고, 친구들도 나를 많이 챙겨줬다. 그러한 사랑을 받으며 자연스레 나란 존재. 인간에 대한 존귀함이 생겼다. 뭘 잘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해냈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살아있는 인간이기에 존귀하다는 마음. 그렇기에 존재 자체에 대한 감사가 있다.


감사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어제 매트릭스를 옮기다 손을 놓치는 바람에 전자레인지대에 부딪쳤고, 커피포트가 와장창 깨지고 주전자에 있는 물은 다 흘러서 바닥을 적셨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와서 잠들기 전, 매트만 옮기고 빨리 자야겠다 마음을 먹었는데, 집 안이 난장판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짜증이나 불만이 나오지 않았다. "문제보단 해결에 집중"이란 마음을 품고 살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가 나에게 더 크게 다가왔었다. 잘되지 않지만 계속해서 훈련을 했다. 어젠 문제보다 해결에 더 집중을 하고, 작은 유리조각 하나까지 닦아내느라 장장 3시간 정도 걸렸지만, 다르게 반응하는 나 자신이 참 감사했다.


"상황보단 해석"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이유가 있겠지." "이걸 넘어서면 큰 성장이 있을 거야."란 말들을 알고는 있지만 삶에 적용시키기는 힘들다. 하지만 계속해서 훈련하다 보니 점점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거 같다. 다른 해석을 자주 하고, 그것들이 쌓이다 보면 다른 삶을 살아아게 될 것이다. 상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감사라는 프레임으로 다른 해석을 해본다.


약 2년 넘게 나의 생계를 책임져줬던 사업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22년엔 또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두려움도 불안도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잘 해내리라 믿는다. 불편한 상황에 직면할 때도, 어려움도 있을 테지만 이 안에서 내가 감사할 것은 무엇인지 잘 발견해 보며 한 발짝씩 나아가봐야겠다. 저 위에 적어놓은 감사들은 내가 아주 큰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없어지진 않을 테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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