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당신이 무엇을 해냈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가는 걸까? 나만 길을 찾지 못하는 걸까? 다들 앞서 나가는데 나만 정체된 느낌을 종종 받는다. 몇 날 며칠을 공들여 쓴 자기소개서는 하루 만에 휴지통에 들어가고, 최선을 다해 시험을 준비해도 합격하지 못한다. 뭘 해도 안 풀리는 느낌이다. 실패라면 이제 할 만큼 한 것 같고, 이제 성공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도무지 안 풀린다. 신은 항상 내가 버텨낼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준다고 했는데, 신은 나를 너무 과대평가했다. 나는 이 정도의 시련을 버텨낼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다.
신을 원망한대도 좀처럼 계시를 내려주지 않으니, 나는 그냥 인간의 방법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건 뭘까? 단시간에 텐션을 끌어올려 줄 방법! 그건 성취감이다. 뭔가 해냈다는 느낌!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그런 느낌! 그런 성취감을 얻기 위해 가장 빠른 건 자격증이다. 어떤 기관이 내 노력을 인정해주는 거니까 말이다. 그런 인정이 지금 필요했다.
한국사 시험이나 다시 칠까, 토익은 고고 익선이라니 당장 다음 주에 토익을 칠까, 스피킹 성적이 유효기간이 만료됐으니 오픽이나 칠까 고민이 시작됐다. 그런데 이놈의 자격증들은 다 너무 비싸다. 토익은 4만 5천 원, 오픽은 한번 치는데 7만 원이 넘는다. 나는 소소한 성취감을 얻어 바닥에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싶을 뿐인데, 그 비용은 결코 소소하지가 않다.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 돈을 쓰지 않고도 자존감을 지켜 낼 방법. 그러다 떠올린 것이 소소한 성취감 프로젝트였다. 나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좀 더 여유로워지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는 나와 같은 백수 친구 M과 함께 월간으로 진행 중이다. 시작한 건 작년 11월부터다.
[12월] 성취감을 느낀 소소한 일을 나눕니다.
[2월] 이번엔 모차르트.
[5월] 각자 책 2권을 완독하고 감상평을 나눕니다.
[6월] 하루에 하나씩 기분 좋은 일을 찾아 스스로를 칭찬해줍니다.
[9월] 허둥지둥 정신없을 때마다 마음 한편에 넣어둔 여유로움을 꺼내봅니다.
매달 말, 프로젝트를 설정하고 카톡 대화방 공지사항으로 설정해뒀다. M과 연락을 주고받을 때마다 프로젝트가 눈에 보이니 정말 그렇게 살게 됐다. 11월엔 일상에서 생긴 작은 에피소드를 나눴다. 집에서 설거지를 하다 컵을 깨뜨리면 사진을 찍어 M에게 보내는 식이었다. 12월엔 미뤄뒀던 책상 정리를 했다거나, 모처럼 운동을 시작했다고 M에게 자랑했다. 일상적인 일들이 자랑거리로 변하기 시작했다. 1월에 우리는 서로에게 아주 구체적인 칭찬을 해줬고, 2월엔 살리에르보단 모차르트가 되자고 다짐했다. 6월엔 각자 책을 읽고 아주 오랜만에 감상평을 썼고, 9월부턴 일상에 여유로움을 되찾자 약속했다. 월간 프로젝트의 효력은 생각보다 뛰어났다. 작은 목표라도 이뤄내면 성취감이 생겼다.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소소한 성취감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 벌써 1년째다. 하지만 아직도 내 머릿속에는 거의 매일 '이별택시'의 이 부분만 맴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디로든 가고 있다. 남들이 열 걸음 걸을 때 난 한 걸음을 걸어갈 지라도, 어쨌든 가고 있긴 하다.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든 조금 덜 지치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러면 또 괜찮게 버텨낸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