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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May 10. 2019

외국 호스텔에서의 낭만 아르바이트

@크로아티아, 흐바르섬

<TIP 현지에서 단기 알바 구하기> 워크어웨이 https://www.workaway.info

현지인과 일을 하며 근무 환경에서의 직접적인 경험을 쌓는 것도 여행의 일부! 워크어웨이를 통해 숙박비 또는 식비를 아낄 수 있다. 급여를 주지는 않지만 무급이기에 워킹비자가 따로 필요 없고 하루 3~5시간을 일하면 숙박 및 식사를 지원해준다. 단, 이용비 1년 36 USD. 베이비시팅, 농장, 영어교사, 애완동물 돌보기 등 다양한 일자리 보유. 이력서를 작성하고 원하는 일정을 선택해 호스트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방식이다.



내가 일했던 크로아티아 흐바르섬의 어느 호스텔






여행 중에 현지에서 일을 해보는 건 내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특히 여행하며 호스텔을 전전해 왔었기에 호스텔 스텝으로 한 번쯤은 꼭 일해 보고 싶었다. 마침 현지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는 사이트라며 workaway.com을 알려주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사이트에서 다음 여행지인 크로아티아의 수많은 호스텔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며칠간 기다려도 별다른 연락이 없었기에 체념하고 있을 무렵, 흐바르섬의 어느 호스텔에서 답장이 왔다.



직원을 구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빠른 날짜부터 같이 일을 했으면 좋겠네요.



빼곡하게 고개를 내민 붉은 지붕들의 향연. 마음을 살랑거리게 하는 아드리아 해풍. 여름의 끝자락.



크로아티아의 하고많은 장소 중 흐바르섬에서 일을 하게 되다니. 이거 완전 운명이잖아!



운이 좋게도 흐바르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나는 모든 일정을 뒤로 미룬 채 호스텔을 찾아갔다. 그리고 흐바르섬에서 두 명의 크로아티아인 보스 마테오톤치를 만나게 되었다.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 찬 그들은 두 팔 벌려 환영해주며 별다른 면접 없이 바로 호스텔 내부를 안내해 주셨다.



'하루에 3시간만 일하면 숙식이 무료라니!'

돈을 받는 건 아니었지만 흐바르섬의 비싼 성수기 숙박비를 생각하면 거저나 다름이 없었다. 짧은 호스텔 투어가 끝남과 동시에 알록달록한 아르바이트 생활이 시작되었다.



흐바르섬의 스트리트 @picfair



오전 9시 반. 어젯밤 맞춰놓은 알람이 시끄럽게 울리자 허우적대며 잠에서 깨어났다. 벽돌로 지어진 15평쯤 되는 원룸에는 침대 여러 개가 나름의 여유를 두고 떨어져 있었다.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은 밤새 술을 마셨는지 아직 꿈속에서 헤매는 중이었다. 이불을 발밑으로 밀어 넣고 겨우 침대에서 내려와 출근할 준비를 했다.



모두가 곤히 잠들어있는 방을 열쇠로 두 번 잠그고 오래된 성곽길을 따라 내리막길을 걸었다. 가는 길에 보이는 흐바르의 자갈 해변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았다. 무더운 낮에는 여기에서 수영을 해야겠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호스텔은 흐바르 타운 중앙 광장 뒷골목에 자리 잡고 있었다. 총 64명이 묵을 수 있는 제법 큰 호스텔에는 정직원 4명과 나를 포함한 아르바이트생 5명이 있었다.





게스트들이 남긴 편지로 가득했던  호스텔의 리셉션




리셉션에서 일하는 마리아와 이바나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2층에 올라가 청소 준비를 했다. 손님들은 10시 30분에 체크아웃을 하는데 청소 일은 10시부터 시작해야 했다. 성수기의 끝자락인데도 크로아티아는 아직 한여름이라 그런지 여행자들로 붐볐다.



이바나가 체크아웃을 할 사람들의 방 번호와 침대 번호가 적힌 종이를 건네주었다. 나는 청소도구함에서 쓰레받기와 빗자루, 그리고 대걸레를 챙겨 종이에 적힌 방을 돌며 청소를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 버리고, 머리카락이 군데군데 떨어진 베개와 침대 시트를 벗겨내 깨끗한 흰색 시트로 갈아 끼웠다. 새 수건도 돌돌 말아 침대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가장 힘든 날은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체크아웃을 하는 날이었다. 이런 날은 청소하는 데만 세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세탁 바구니와 쓰레기통을 비우고 나면 한시름 여유가 생겼다.




호스텔 사장님 두 분 (좌), 함께 일했던 알바생 찰리와 스테프 (우)
다양한 나라에서 온 게스트들과 호스텔 옥상에서 웃고 떠들던 순간들.




오전 일과가 끝나면 루프탑에 올라갔다. 환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호스텔 옥상에는 부엌이 있었는데 여기서 계란 프라이와 직접 갈은 생과일주스를 마시며 피로를 풀었다. 아침 겸 점심을 대충 먹고 나면 산책하러 밖으로 나섰다. 바글거리는 관광객들을 피해 한적한 해변 돌담에 걸터앉아 있을 때면 그렇게 나른할 수가 없었고, 다사로운 햇빛을 즐기며 가끔은 절벽 다이빙을 하러 가기도 하고, 해변에 그대로 누워 책을 읽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저녁이 되어 호스텔로 돌아가 저녁을 먹고 있는 게스트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여행 이야기로 수다를 떨었다.




밤의 흐바르섬은 더욱 호화로웠다. 해안가를 따라 줄지어 있는 럭셔리한 요트 위에서는 파티가 한창이었다
매일 밤이면 게스트들과 함께 갔던 흐바르섬의 유명한 펍 스트리트의 KIVA BAR



사실 숙식을 제공해주는 것 이외에도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이 몇 가지 더 있었다. 바로 펍에서 공짜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과 클럽 무료입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말에 혹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첫 일주일 간은 매일 새벽 5시까지 게스트들과 동네 펍이란 펍은 전부 쏘다녔다.



날은 대체로 적당했고 기분은 알딸딸했다. 술집 문을 열고 나오자 선선한 새벽 공기가 나를 반겼다. 해안가를 따라 걷다 마주하는 고요하고 평온한 밤거리에는 가로등이 어둑한 골목길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골목 끝, 흰색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꿈만 같던 하루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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