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대체 무엇인지 탐구하는 과정
어느덧 나는 벌써 34세가 되었다. 만으로 따지면 아직 1월이고 생일도 지나지 않았으니 만 33세랄까. 나이는 생각보다 금세 먹어가는 것 같다. 아직도 거울을 보면 대학생 같게만 느껴지는데 남이 보기에는 나도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나 보다.
사실 나이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그러면서도 결혼 생각을 하면 출산까지 생각이 이어지며 지금 나이 때가 결혼 적령기라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재작년의 나는 결혼을 너무나도 하고 싶었고, 마치 바겐세일에 참전한 사람처럼 결혼을 하지 못하면 뒤처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죽하면 당시 처음 만났던 (현재는 남자친구) 분에게 나는 반드시 25년에는 결혼할 거라며 식장 먼저 계약하고 남자친구를 찾겠다고 했다. 그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결혼에 대한 집착을 보이던 결무새였는데 나한테 어쩌다 빠진 거니.
아무튼 결혼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이 많다. 최근 알랭드보통의 ‘우린 사랑일까?’라는 책을 읽으며 많은 문장에 공감을 했고 인사이트를 얻었다.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사랑이란 대체 무엇일까. 사랑이라 하면 불타오르는 감정, 가슴이 뛰고, 설레고, 보고 싶고, 끌어안고 열렬히 키스하고 싶은 그런 감정을 말하는 걸까.
그러나 현실 속 사랑이란 출근길의 가벼운 입맞춤, 퇴근 후 잠옷을 입고 하루 일과를 보고하는 것,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분명 사랑을 했는데 그 사랑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발리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는 몹시 편했다. 그렇다고 불알친구 같은 느낌은 아니고, 침묵이 편했다는 의미이다. 나는 활발하고 말이 많은 것 같아 보여도 제법 침묵을 힘들어하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이것저것 억지로 말을 끄집어내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그와 사흘 남짓한 시간을 함께 여행하는 게 유쾌했다. 그리고 발리에서 헤어지기 하루 전 날 그가 운전하는 스쿠터 뒤에 앉아서 가며 왠지 모를 마음의 떨림이 느껴졌다.
그간의 사랑과는 많이 다른 형태였다. 죽을 것 같이 아프지도 않았고, 숨이 안 쉬어질 것 같지 않았고, 불안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말 마음이 홀가분하고 평온했다. 한국에 와서도 거진 매일을 만나다 마지못해 들어주는 척 사귀게 되었다.
신기하지. 인연이 이렇게 이어진다는 게.
최근 대만 타이베이의 용산사에 다녀왔다. 수많은 남녀가 월하노인에게 기도를 하고 점괘를 보고 있었다. 나도 그들 사이에 합류해서 순조로운 결혼 준비와 생활을 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국적을 떠나 세상 어느 곳에서든 사랑은 참 어렵구나 싶다.
그러니까 우리 서로에게 귀한 사람이 되어주자.
힘이 들 때는 손을 내밀어서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동반자. 기쁠 때는 함께 웃어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우리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결혼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찾아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