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떠나가도 여전히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있어서
최선을 다 했기에 미련도 후회도 없었던 그 짧은 만남을 끝냈다.
내 삶에 누군가 들어왔을 때 꽉 차는 느낌보다
누군가가 순식간에 사라졌을 때의 공백감이 더 큰 것 같다.
마음이 헛헛했다.
매일 시시콜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자유로우면서도 외로웠다.
친구들은 오히려 아무 일 없다는 듯
오늘 같은 날에도 터무니 없는 업무 지시를 하는 상사를 같이 욕해주었고,
퇴근하고 같이 저녁 먹자며 나를 혼자 두지 않으려 했다.
계속 내 기분을 가볍게 해주려는 그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다.
그 날, 올해의 첫 눈이 내렸다.
예상치 못한 눈 소식에 전국이 난리가 났다.
그런 바깥 소식도 모르고 팀 회식을 끝내고 식당을 나왔는데,
길거리에 소복히 쌓인 눈이 참 예쁘면서도 한켠으로 쓸쓸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첫눈이었는데-
첫눈 온다고 신나서 얘기할 상대가 바로 오늘 사라졌다.
회식 중이라 못 봤던 핸드폰에는 아빠의 부재중 전화가 떠있었다.
서울에 눈이 많이 온다던데, 아직 밖이냐고 얼른 집에 들어가라고 나를 걱정하는 전화였다.
뉴스를 보고 내 생각이 난 모양이다.
아직 밤 10시도 안 됐는데 아빠도 참 유난이야.
몇 걸음 채 걷지도 않았는데 또 핸드폰이 울렸다.
이번엔 엄마가 눈길 조심하라며 카톡이 왔다.
하트 이모티콘을 가득 담아서-
잃어버린 25년을 채우려는 듯 한껏 스윗해진 아빠의 연락에
익숙했던 엄마의 애교섞인 연락이 더해지니
어쩐지 새삼 분에 겨운 기분이 들었다.
나, 정말 사랑받는 딸이구나.
연인의 자리만 비었을 뿐,
여전히 내 주위엔 소중한 사람들이 가득하고
난 여전히 행복하고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잠깐 느꼈던 외로움이 순식간에 작아졌다.
그저 담담하게 다가왔다.
그래, 이렇게 또 소중했던 관계 하나가 끝났구나.
인생에선 찰나에 불과할 짧은 시간이지만 그 순간을 빛나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서로가 없는 일상에서도 늘 행복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