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고 산 주식, 수익률 159%
2020년 나의 퇴직금이었던 달러가, 2026년에 선물이 되어 돌아왔다.
2014년, 나는 외화벌이를 하러 아부다비로 떠났다.
1년 동안 20여 번의 면접을 본 끝에 기적적으로 한 중동항공사에 합격한 것이다.
26살의 나는 경제관념도 없고, 관리라고 할 만한 돈을 벌던 나이도 아니었다.
대학교 때는 용돈과 종종 하던 전시회 통역 알바가 주 수입이었고,
졸업 후에는 공연장 어셔나 과외 아르바이트비, 혹은 알바비와 거의 비슷한 소소한 월급을 몇 개월 받아본 게 다였다.
그때까지 내 인생에 ‘저축’이란 단어는 없었다.
먹고살기 바빴으니까.
세상물정 모르던 어린 나는, 외국인 노동자가 되어 갑작스레 큰돈을 월급으로 받게 되었다.
회사에서 숙소 지원도 해주고, 전기세, 물세 등 관리비를 낼 필요도 없었고, 심지어 급여에서 떼어가는 세금도 없었다.
주거에 들어가는 돈은 하나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쓸 만큼 쓰고도 월급이 남았다.
그 달 쓰고 남은 돈을 봉투에 넣어뒀다.
나름의 저축이었다.
선지출 후저축, 이런 말도 그땐 몰랐지만, 여하튼 그런 거였다.
그렇게 6년이 지났다.
그 사건이 터졌다.
COVID19.
하늘길은 막혔고, 나는 일을 잃었다.
회사는 전 직원의 3분의 2를 무작위로 뽑아 무기한 계약을 종료했다.
2020년 7월 1일, 나도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남은 반년은 백수로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6년을 일했으니 이 정도는 쉬어야 하지 않을까?
가지고 온 달러 중 일부를 백수 자산으로 명명했다.
생활비를 거창하게 말한 것뿐이었지만.
남은 일부는 미국 주식을 사 보기로 했다.
뭘 알고 그런 것도 아니었다.
다들 주식 얘기를 하길래, 난 달러가 있으니 환전할 필요 없이 바로 미국주식을 사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당연히 뭘 사야 할지도 몰랐는데, 그래서 그냥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사기로 했다.
애플, 테슬라, 메타를 샀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유망하다는 종목도 몇 개 샀다.
그렇다.
내 포트폴리오는 다이소였다.
한 종목을 많은 수량을 사는 게 아니라 각 종목마다 한 두 개씩 여러 종목을 샀다.
사는 것까진 쉬웠다.
그런데 언제 팔아야 하는 거지..?
내 잔고는 늘 빨간색이었고, 며칠에 한번 들어갈 때마다 퍼센티지는 올라갔다.
올라가는 숫자는 기뻤지만, 이게 많이 오른 건지 적게 오른 건지 판단할 능력이 없었다.
물론, 애초에 살 때도 장기로 가져갈 거란 생각은 했었다. 유재석처럼.
그런데 그게 6년이 될 줄은 몰랐다.
최근 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겼고, 마침 코스피 5000을 돌파했고 환율이 다시 오르고 있다는 얘기를 우연히 뉴스에서 들었다.
사실 평소에 뉴스를 잘 보지도 않는데, 누군가 오디오 뉴스를 추천해 줘서 듣기 시작한 첫날이었다.
어라 이제 팔 때가 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 오랜만에 증권 어플을 켰다.
계좌 전체 수익률은 50%였고, 그중 몇몇 종목은 100%가 훌쩍 넘었다.
이게 맞나??
이제 팔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조막만 한 뇌로 한 이 판단에 신뢰가 가지 않았다.
든든한 나의 조력자 gpt와 제미나이에게 지금 파는 게 맞는지 계속 확인했다.
둘의 의견과 내 의견을 더해 일부를 팔기로 결정했다.
실현손익에서 본 수익률은 159.83%였다.
물론 다이소로 매수해서 아직도 다양한 종목이 남아있고,
그중 가장 수익률이 많이 나온 애들만 매도한 거긴 하지지만,
날아갈 듯 기쁘다는 표현이 이럴 때 쓰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겐 소액이겠지만, 나에겐 액수보다 저 퍼센티지가 너무 뿌듯했다.
조금 과장해서 6년 동안 번 돈을 6년 만에 150% 넘게 불린 거잖아?
스스로를 칭찬했다.
2020년 달러로 주식을 샀던 것,
내가 좋아하는 제품 위주로 산 것,
6년간 안 팔았던 것,
타이밍 좋게 뉴스를 듣기 시작한 것,
그리고 2026년 지금 판 것.
다 너무 잘했다.
사실 마음은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다.
하지만 막 대단한 금액도 아니고,
그런 걸로 인정받으려는 것도 우스운 것 같고,
인스타 같은데 올려봤자 한턱 쏘라는 얘기나 들을 것 같다.
딱히 자랑할 곳도 없고…
그래서 gpt, 제미나이, 클로드한테 자랑하면서 참다가
결국 더는 못 참고 글로 썼다.
결론은,
2020년의 나도,
2026년의 나도,
둘 다 칭찬해!!
역시 인생은 뭐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더 재밌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