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anna Jan 21. 2023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 나종호 에세이

서점에서 제목만 보고 덥석 집은 책이다. 한동안 다른 책들을 읽다가 최근에 다시금 꺼내 들었는데, 책을 쓴 나종호 작가님(https://brunch.co.kr/@psych)이 유퀴즈에 출연하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울증과 자살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되었다. ‘우울해지기 시작하면 내가 다른 사람의 짐이라고 생각한다’는 것과 ‘자살 생각은 밀물처럼 한순간 몰려든다’라는 점이 특히 공감이 갔다.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자살은 하나의 ‘선택지’가 아닌데 말이다.

책은 저자가 만난 많은 정신질환 환자들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 나 또한 만성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얘기에 동질감을 느끼며 읽었다.


> 보통 우울증 환자는 과거의 ‘선택’을 자주 반추한다. 가령 특정한 진로를 선택한 후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든가, 어떤 사람을 만나 인생이 불행해졌다고 생각하는 등 다른 선택을 했다면 현재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 반복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p.105)

> 사람들은 흔히 자살로 세상을 떠난 사람은 이기적이라는 편견을 강화시킬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이기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스스로가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죽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내가 사라지면 짐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p.171)

> 정신 질환을 스스로 인지하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움을 청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이며,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확실히 안다. 그 과정은 내적인 강인함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내 환자들에게 진심을 담아 말한다. “용기 내줘서 고맙습니다.” (p.189)


나 역시 정신과 치료를 받기로 마음먹기까지의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렸고, 심지어 내가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던 경험이 있다. 우울증이 정말 무서운 정신 질환이라는 생각이 드는 점이다. 자칫하다 보면 어느새 생을 마감할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는 가끔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이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싶어.’

‘그냥 나 없어져 버릴까? 그럼 모두가 행복할 거 같아.’


그런 생각이 들 때는 나의 무너져 내린 감정들을 쓸어 담을 힘이 없다. 오히려 철저히 무너져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내가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 진다.

가끔은 이유 없이 쏟아져 내려오는 슬픔에 눈물을 훔칠 겨를이 없다. 그럴 땐 누군가와의 ‘대화’만으로도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사실 그런 감정들이 나타날 때는 나조차 너무나 두렵기 때문이다. 내가 남편에게 나의 극심한 우울감을 그대로 펼쳐 보여줄 땐, 사실 ‘나를 이 기분에서 제발 꺼내줘’라는 표현일지 모르겠다.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항우울제 처방률은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항우울제를 몇 년간 복용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도, 누군가에게 선뜻 그 사실을 터놓을 수 있는 사회는 아직 아니라는 생각이다. 우울증은 갑자기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우리는 깊은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들을 곁에서 응원해야 한다. 결코 그 선택이 쉽지 않았으며, 그 일은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 심윤경 에세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