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탐방| 아동 수험생 커피, 과일꿀잼 제조업체 장구리협동조합
장구리, 이름부터 정겹다. 마을 입구에는 <장구(長久)1리 장골>이라는 표지석이 반겨준다. “장구한 세월” 할 때의 그 長久 밑에 “원래이름=장구동(藏龜洞)”이 소문자로 적혀 있다. 유구한 역사와 상서로운 거북을 품은 동네인 듯싶다.
그러나 장구리는 여늬 마을이 그러하듯,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거북을 품었다기보다, 거북이 땅속에 묻혀 있는 동네 같다. 윤황고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쟁쟁한 마을이었으나 일견 한산하기만 하다. 큰 길에서 한참 안쪽으로 들어온 이 동네는, 볼일 없는 사람 아니면 들를 일 거의 없는 그런 곳이어서다.
이 작은 동네에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그 기적은 4년 전 장구리마을협동조합이 생기면서부터 확산일로이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시작된 기적, 논산 장구리협동조합- 시골 마을에서 시작한 기업이 세계로 뻗어나갈 준비를....> 작년 가을, 모 신문의 탐방기 제목이다.
장구리협동조합에서 생산하는 품목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 하나는 과일꿀잼! 과일꿀잼은 딸기, 사과, 배도라지, 머루포도, 홍삼, 흑삼을 꿀을 넣어서 가공한 잼이다. 다른 하나는 발효커피다. 발효커피? 커피를 태워서 볶는 로스팅이 아니라, 발효를 시켜서 마신다는 그 커피다. 발효커피에는 흑삼발효커피, 사과발효커피, 순수발효커피, 황칠발효커피 등이 있으며 이 발효커피가 수출까지 되고 있다. “아니, 커피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커피를 역수출하다니?” 그 기적 같은 이야기는 사람살이에서 찾아야 할 거 같다.
장구리협동조합의 대표는 지석순, 이 동네 자그마한 시골교회의 사모님이다. 남편 이름은 장성기! 명함에는 ‘시내산교회 담임목사/신학박사’로 적혀 있다. 두 부부가 어찌하여 장구리로 오게 되었고 마을기업을 신명나게 일구게 되었는지, 그 스토리가 자못 궁금해진다.
두 부부는 중국에 파송된 선교사였다. 12년에 걸친 선교 사역을 감당하였지만, 비즈니스맨이 아니었던지라 귀국 후 거처할 곳마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마침 벌곡 어느 기도원에서 관리를 부탁받고 2년간 머문다. 그러다 논산시내 내동으로 이사를 한다. 논산에 내려와서도 봉침봉사를 계속 하였다. 선교를 위하여 배웠던 봉침은, 의료선교사처럼 지금도 양봉을 하면서 동행하는 귀한 달란트다. 어느 날 봉침으로 치료를 받고 눈에 띄게 호전된 장구리 이장 부인은, 목사님 부부가 장구리로 이사 오도록 권유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이사를 오게 된 부부목사가 시골 동네를 들어와 보니 ‘또 다른 시작’ 모든 게 낯설었다.
마을주민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무언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로는 공동체 사업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마을기업이란 제도를 알게 되었고, 몇 번 시도 끝에 2017년 드디어 ‘장구리협동조합’ 현판식을 갖게 되었다. 조합원 15명이 할 수 있는 일로는, 마을에서 나는 과일들 가공작업이었다. 잼은 보통 설탕과 버무려 만들지만, 두 부부는 평상시 잘 알고 활용하는 꿀을 활용하여서 제품을 만들었다. ‘장구리 과일꿀잼’의 탄생이다.
동네에서 나는 사과 포도 딸기 배 등을 이용한 잼이 호평을 받으면서, 인삼잼까지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금산에서 수삼을 구입, 발효과정을 거쳐 홍삼잼, 흑삼잼 제품까지 출시하는 상황이다. ‘648시간의 힘’은 648시간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발효흑삼액의 제품명이다. ‘456시간의 힘’은 456시간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발효홍삼액의 제품명인데, 인고와 정성의 시간들이다.
발효(醱酵)는, 생명을 추구하는 두 부부의 화두이자 주특기였다. 평상시 꿀과 봉침 등 자연요법 과정에서 약초와 발효에 관심이 지대하였던 부부는 발효를 과일식품, 그리고 나중에는 커피에까지 접목할 생각을 한다. 발효라고 하면 대개는 양질의 종균을 집어넣어 그것을 중점 증식시켜 나간다.
그러나 두 부부는 어떤 식품이 갖고 있는 발효균을 선별하여, 그 자체 균을 집중 키워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흑삼발효커피 등도 있지만 순수발효커피도 있는데, 원두 생두(生豆)만을 발효시킨 커피이다.
발효커피는 ‘커피의 반란’이라 부를 만큼 파격이다. 커피가 기호식품으로 세계 최강자의 자리에 오른 지 이미 오래다. 스타벅스는 www(인터넷)처럼 세계를 뒤덮었고, 면소재지에도 딜럭스한 커피전문점들이 속속 세워지는 현황이다. 카페인이 육체 건강에 다소 악영향을 준다 해도 대수롭지 않다, 정신과 마음에 주는 각성 효과에 비한다면. 이런 트렌드에서 커피가 건강까지 챙겨줄 수 있다면 이거야말로 금상에 첨화이겠다. 바로 그 일을 장구리협동조합 코필리아 커피가 해내는 중이다.
#코필리아 발효커피는 세계적 대세인 로스팅을 거부한다. 새까맣게 볶는 커피는 맛은 빼어날지 모르지만 높은 온도에서의 로스팅을 하면 우리 몸에 좋은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과 클로로겐산이 소실되고, 카페인 함량만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선택한 게 발효다. 발효를 거치는 동안 카페인 함량도 급격히 줄어든다. 디카페인 커피는 몇 잔을 연속 마셔도 물리지 않는 이유다. 발효커피는 어린이도 함께 마실 수 있다. 발효커피를 먹어본 수험생들이 피곤을 덜 느껴 집중이 잘 된다는 반응도 있다고 한다.
충남-호주 무역사절단에 참가하여 만났던 바이어가 가족 동반하여 장구리협동조합 커피를 맛보기 위해 한국으로 오게 된 것이 수출의 시작이었다. 작은 시골마을 장구리 발효 커피는 국내 온라인에서뿐 아니라 해외 일본큐텐,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쇼피, 이베이, 아마존에서도 만날 수 있다. 몇 년 전 기자가 어느 축제 부스에서 “이거, 발효 커피예요” 하면서 진지하게 권하는 커피를 마신 적이 있다. “아니, 대한민국 시골에서 왜 커피까지 들고 나오는 것일까?” 의아해했고, 이내 잊었다. 그러는 동안 이 동네 커피 코필리아는, 마을기업 발효제품들은 고민과 연구, 실험, 각종 교육과 전시회, 해외홍보 가판대 진출, 수출상담회 검증대를 통과하면서 국외특허까지 다수 보유하였고, 수출길까지 확장 일로, 우량기업이 되어가고 있었다.
시작은 미약했다.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하여 마을에서 주로 나는 과일로 잼을 만들다 보니 호평을 얻어서 “마을기업을 해보라”는 권유도 받았다. 그 권유는, 특허권유로도 이어졌다. 2016년 3월에 받은 과일꿀잼 특허가 선봉장이었다. 발효커피 세계특허도 2017년 2월에 시작하여 2019년까지 미국, 대만, 유럽 10개국의 특허를 받아냈다. 2019년도에 HACCP, ISO22000, FSSC22000m FDA 인증, 승인까지 모두 받았다.
몇 줄로 압축한 위 내용들은 홈페이지(www.cofilia.net)와 KBS 6시내고향, 인터넷에 #장구리협동조합 #cofilia 등을 입력하면 여러 내용과 제품후기까지 검색이 된다. 내비에 ‘명재로287번길82’를 입력, 직접 방문하면 생산현장 견학은 물론 발효 커피도 무한리필이다.
장구리협동조합(코필리아)은 현재 회원이 15명이며 임원은 6명인 마을기업이다. 2021년 목표는 국내시장 백화점, 대형마트 입점과 온라인 판매를 통해서 2억이었던 국내 매출을 5억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해외 수출 30만 불을 목표로 하는 마을기업이 다름 아닌 논산 땅에 있다는 게 큰 자랑이다. 수익금 일부로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도 돕고 있는 장구리협동조합원들은, 건강파수꾼으로서 마을의 활력과 소비자 건강을 위해 오늘도 한마음으로 나와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
[글] 이지녕
[사진] 장구리협동조합 제공
위 글은 『놀뫼신문』 2021-02-08일자 10면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