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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Feb 13. 2021

넘어진 할머니 정성스레 모셔다드린 샘골가든 이야기

|한겨울 훈훈 미담|  “푹 곤 삼계탕 한그릇 챙겨 문병가고 싶어요”

겨울철 낙상이나 실족 사고가 빈번하다. 지금부터 한 달쯤 전인 지난 해 12월말, 화지동의 조흥로즈빌에 사는 윤길중 씨의 부인 진점식 여사(76세)가 보도블럭에 발부리가 채이면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몸집이 있는지라 쿵 소리가 날 정도였고 잠시 실신도 하였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진여사는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곳은 대교휴먼시아와 인접한 곳으로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그날따라 날이 엄청 추웠고, 가끔씩 지나가는 행인들도 어쩌지 못하고 그냥 스쳐갔다. 마침 그때 지나가던 차 한 대가 직진하다가 멈칫하더니만, 이내 후진하였다. 그리고 내려서 부인을 일으켜 세웠다. “괜찮으세요? 병원으로 모셔다 드릴게요.” 이때 진여사는 한사코 고개를 내저었다. “병원은 내 남편과 갈 테니, 우선 나를 조흥아파트까지만 데려다 주세요.” 


그 말씀이 너무 간곡해 그대로 하였다. 급히 내리느라 도로에 어정쩡 세워둔 차까지 20여 미터가 넘었다. 그 기사는, 안 다친 쪽으로 휘감으면서 거의 엎다시피 하여 할머니를 차에 태웠다. 주변에 거들어 주는 사람도 없었다. 약간은 거구여서 시간이 꽤 걸리고 추운 날씨에 땀이 나는 반면, 할머니는 저체온증으로 추위를 호소하였다. 차가 아파트에 도착한 다음 7층까지 모셔다 드리는 일도 시간이 꽤 걸렸다. 조심조심하다 보니 30분쯤 걸린 듯하다. 귀가까지는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그리고서 가던 길을 갔다. 대교다리에서 파크골프를 하다가 연락을 받고 돌아온 남편 윤길중 씨 역시 혼비백산이었다. 119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고, 문 앞에 세워둔 본인 차로 부인을 태워 오거리쪽 성모정형외과의원으로 직행하였다. “더 큰 병원으로 가셔야겠다”는 소리에 대전 건양대병원으로 차를 돌렸다. “서울이나 청주로 가셔야겠는데요”라는 말에 당황이 되었지만 무대포로 버텼다. “내 나이 80, 여든여. 더 이상 운전할 힘도 없으니...” 


쓰러졌지만, 이웃 도움으로 '살맛 나는 세상'임을 느끼게 되었다는 윤길중·진점식 부부(건양대병원에서).

진단 결과 팔과 다리 하나씩 골절(骨折), 갈비뼈는 7대가 나간 상황이었다. 수술을 받고 하면서 보름을 입원했지만 종합병원이라 입원일 제한이 있어서 유성의 재활병원 ‘워크런’으로 병상을 옮겼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앞으로 두 달 정도 더 재활을 하면 일상 복귀가 가능할 거라는 진단이다. 


한숨을 돌린 윤길중 씨는, 다쳤을 그 당시 위급했던 순간 도움을 준 사람을 찾아나섰다. 관계기관 협조를 구하여 CCTV를 보며 차적조회를 요청하였다. 그 결과 운전기사는 광석의 샘골가든 주인 김종석 씨임이 밝혀졌다. 만사 제쳐놓고 천동리를 찾아갔다. 알고 보니 모르는 사이도 아니었다. 광석에 삼계탕 잘하는 집이 있다 하여 동부인하여 들렀던 바로 그 맛집이다. “고맙다”는 말을 연거푸 했다. CCTV를 보니 몸무게가 나가는 부인을 부축, 온 힘을 다해 이동해가는 장면을 보고 감격에 겨워서 “요즘 세상에 저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하면서 시장실도 찾아갔다. 


윤길중 씨 표현에 의하면 “그런 걸 봤으면 누구라도 당연히 그랬을텐데요...” 하면서 이 일로 알려지는 걸 전혀 원치 않는다고 손사래를 치더란다. 이 소식을 들은 토요일 저녁, 기자는 손님으로 샘골가든을 찾았다. “어서 오세요” 인사 대신 “체온 재고서 기록 부탁 드립니다” 코로나 인사가 반긴다. 테이블마다 아크릴 투명가림판이 설치되어 있다. 메뉴판을 보니 메뉴가 딱 하나뿐이다. 삼계탕 = 13,000원.



다른 데보다 약간 비싸 보인다. 이유가 있었다. 20~30분쯤 후 드디어 삼계탕이 나왔다. 다른 집 삼계보다 좀 컸다. 찰밥죽도 윤기가 짜르르르다. 김치, 깍두기 외에 민들레장아찌가 침샘을 자극한다. 뼈는 씹어먹어도 될 만큼 폭 과졌다. 그날따라 김종석 대표는 외출중이었다. 인터뷰는 전화로 이루어졌다. 


그날 상황을 좀더 들려주시지요. 

= 에효, 다급해서 했던 일인데 직접 찾아와주시고 하여서 민망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잘못했다 싶은 게 더 마음에 걸려요. 그날 내려서 보니까 예사 상황이 아니길래 병원을 권했죠. 막무가내다시피하여서 댁으로 모시기는 했지만 나중 생각해 보니 119를 부를 일이었더라구요. 그 상황에서는 오직 할머니 말씀만 들어왔어요. 또하나, 내가 화급하게 정차했던 장소가 어린이집 앞이어서 1차로에 중앙분리대 있는 곳이었어요. 사고지점과 최단거리여서 거기다 한참 세워두었는데, 차량 소통이 적은 곳이어서 그렇지 이 또한 진로방해였고...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던 거 같아요.

우리 어머니가 93세이세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들려보는 편이에요. 건강도 걱정이고, 혹여나 주변에 민폐 같은 거는 안 끼치는지 걱정도 되고 해서요. 어르신들 보면 부모님 같으세요들. 그 할머니가 괜찮으시면 삼계탕 한 그릇 폭 과서 갖다 드리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면회도 어려운 상황이라 하더라구요. 



삼계탕집 하신 지는 얼마나 됐는지요?

= 벌써 18년째네요. 시내에서 호프집 하고 있었는데, 닭을 아는 동생이 권하더라구요. 상의 끝에 장소는 천동리로 정하고, 상호는 여기에 샘터가 있어서 ‘샘골가든’이라고 간판 내걸었습니다. 아마 논산에서 메뉴판에 삼계탕 하나만 걸어놓은 곳은 우리집 하나뿐일 거예요, 아닐 수도 있지만^  몇 년 전 우리집 초입에 명가삼계탕이 생겼는데, 거기는 녹두삼계탕, 우리는 전통삼계탕을 전문으로 해요. 다들 잘 돼서 천동리가 삼계탕먹자 골목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집 삼계탕 맛의 비결을 물으시는데, 그건 원자재라고 봐요. 신선도가 잘 유지돼야 하는데, 특히 한여름에는 차이가 생겨요. 오전 10시에 생닭을 들여놓고 그날 소진을 다 못한 채 냉장고에서 하루 잔 다음 요리를 하면 표시가 나요, 때깔이 약간 덜 투명하다든지 하는. 아주 미세한 차이라서 전문가 눈에만 보이겠지만 아마 손님들도 감지할 거예요, 혀는 정직하니까요. 요즘 겨울철은 좀 한산하지만 4~10월까지는 북적여요. 손님 못 받을 때도 꽤 되는데, 예약 안 하고 오시면 25~30분, 자리 없을 때는 40~50분 기다리시기도 해요. 


그럼 쉬는 날은요?

= 아주 특별한 날이 아니면 연중무휴입니다. 아들은 수원 삼성에 있어서 못 오지만 주말에는 세종에서 유치원교사 하는 딸이 도와주기도 해요. 집식구가 고생이고... 저는 바깥일로 가끔씩 나갑니다. 축구협회 상임부회장직도 10년 가차이 한 거 같아요. 운동하다가 연골도 다치고 하여 작년봄에 그만 둔 상황이지만요.....


기자를 이 집에 처음 소개해준 분은 국내 최대의 무궁화농장 장호농원 전병열 대표이다.  김종석 대표의 표현에 의하면, 전대표는 이 집의 ‘큰 손님’이다. 전국에서 무궁화 농장 찾는 이들 식사 대접을 대부분 이 집에서 해주어서다. 논산의 삼계탕의 명소가 전국 미식가들의 입에 회자될 날도 기대해본다. 


[글·사진] 이지녕

위 글은  『놀뫼신문』 2021-01-27일자 11면에 실렸습니다.

https://nmn.ff.or.kr/18/?idx=5798468&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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