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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Mar 13. 2021

화악골 불미나리, 속 꽉 차고 아삭아삭 식감

[농촌경제] 이무용 화악리이장의 청도미나리

온 세계가 영화 <미나리>로 난리가 아니다. 

이러한 때에 <화악리 미나리>를 은근 슬쩍 편승하고 싶은 심리가 발동한다. 

그런데 가만?  가만.... 따지고 보면 <진짜 미나리꽝>에 더 열광해야 하는 게 아닌가?!^


아래 글은 놀뫼신문 2020-03-11일자 11면에 실은 글입니다.  

다시 읽어보니 1년이 지난 올해도 큰 변화가 없어서, 그대로 올립니다요. 픽^업^


.......................................


“아삭하고 속이 꽉 찬 화악골 불미나리 수확 판매” 연산 사거리에 붙어 있는 현수막이다. 3월초 수확하여 4월초까지 파는 미나리는 대체 무슨 맛이길래 요란한 현수막까지?  



미식가들은 청도미나리를 잘 안다. 청도까지 가서 즉석 요리를 즐길 정도이다. 그런데 논산에서도 청도미나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연산면 화악리 이무용 이장의 미나리꽝이다. 대전에서 사업을 하다가 여의치 않은 일이 생겨서 귀향 후 시작한 농사가 청도미나리였고, 그게 어언 9년 전 일이다.


경북 청도에서 미나리농장을 20여년 가까이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재배 방법을 배웠다. 종자를 구입하고 정성껏 하우스재배를 시작하였다. 9년 전 시행착오를 거쳐 재배에는 성공하였으나, 판로가 문제였다.  


처음 몇 년은 공판장 같은 곳에 대량 처분해야만 했다. 최고의 물건임에도 제값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쉬움과 불합리에 속을 끓였던 시절은, 사람들의 혀가 건너가도록 해주었다. 청도미나리를 인근에서 직접 맛본 손님들이 입소문을 내주기 시작한 것이다. 매니아들이 생겨나면서 판로 판도는 바뀌었다. 3년 전부터는 인근 대전은 물론 서울, 경기쪽에 단골들이 생겨나면서 소매로도 완판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현수막은 올해도 걸었다. 미나리철이 오면 자랑질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다.  


“사실 저는 2월부터 기다려요. 미나리로 전도 부쳐먹고 싶고 미나리 물김치도 만들고 싶어서요ㅎㅎ 우리 미나리 먹다가 다른 미나리는 못 먹을 껄유, 싱거워서유~^~“



기자도 이집 하우스에서 청도미나리 맛본 지 3년차이다. 비위가 약하여 미나리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체질이다. 미나리가 입속에 들어가면 비릿하면서 거부 반응이 일어나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물미나리는 약간 비릿하므로 삶아서 먹는 편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집 미나리는 생으로 먹어야 제맛이다. 


“향긋하고 달큰한 맛이 나는 게 화악골미나리의 특징”이라는 주인장 설명은 마이동풍이다. 혀가 말해주는 소리만 진짜다. 여기 미나리는 여늬 미나리와는 달리 속이 꽉 차고 아삭아삭, 속삭임이다. 초고추장 있어도 좋고 없어도 괜찮다. “미나리를 적당히 잘라 오이와 양파 곁들이고 초고추장에 버무리면 새콤달콤 입맛을 돋운다”는 주인장 설명이 비로소 귀에 들어온다. 



미나리꽝에서 생으로 먹어야 제맛인 청도미나리


그러고 보니 TV에서 비춰준 장면들이 떠오른다. 청도지역 미나리 하우스 안에서 삼겹살 먹는, 넘쳐나는 식도락가들 풍경이다. 올해는 그 지역에서 극성 부리는 코로나로 인해 식도락가들 원정 계획이 어떠해질지 급궁금해진다. 화악리 하우스는 식사공간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지하수를 뿜어올리는 작업장에서 연신 손 놀리며 미나리 씻어내는 주인장의 입요리 식탁은 널럴하다. 삼겹살 먹을 때 곁들이는 청도미나리는 생으로 먹어야 제격이다. “홍어회 무칠 때 일등 공신이 우리 미나리”라면서 “살짝 데쳐 액젓에 조물조물 버무리면 수라상에 올라갈 수훈갑”이라는 너스레가 정겨운 일터이다. 

3~4월 달포만 수확하는데 가격은 일반미나리의 3배 정도 호가다. 맛과 향도 그렇지만, 간에 좋아서 숙취해소나 피로회복에 최상품이다. 이때 엑기스가 효자상품이다. 봄에 베어낸 청도미나리는 6~7월 다시 크지만 봄미나리에 비해서는 상품성이 떨어진다. 대공이 좀 헐렁해지고 줄기도 작아져선데, 이때 베어낸 미나리는 효소용이다. 물론 요즘 베어내는 미나리도 효소로 고품질이다. 보기 좋게 상품으로 만들기 위하여 베어낸 뿌리 부분들을 모아 효소로 담으면 최상급이 되는 것이다. 


“왜 지명도 높은 청도미나리라고 하지 불미나리로 현수막을 써붙였는지?” 물어보았다. 미나리 뿌리쪽 아래 부분이 붉어서 ‘불미나리’라고 한단다. 그러고 보니 잘려져 나간 부분들이 붉다. 


화악리로 진입하는 철도길을 건너서 화악리 오계농장 거의 다오면 갈래길이 나온다. 거기에 <미나리농원>, <흙사랑공방> 팻말이 나란하다. 논산 유일의 미나리 이장님이 미나리꽝 주인 이무용(010-5403-6675), 흙사랑공방 대표는 박남윤(010-8225-6673)이다. 화악리 69번지로 직접 들르지 못할 경우 택배도 가능하다(택배비 별도).

1kg 1봉 = 8천원 

4kg 1박스 = 3만원(2021년도 가격 = 32,000원)


글 = 이지녕 

이 기사는, 놀뫼신문 2020-03-11일자 11면에 실렸습니다. 

https://nmn.ff.or.kr/18/?idx=3295771&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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