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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Feb 04. 2019

복개천따라서 변모해가는 논산화지시장

- 화지중앙시장 10구역 사람들(5)


윤달 맞은 옷가게 풍광들


논산 화지시장 ‘보리밥집’ 맞은편은 점포가 둘인데, 충남상포, 충남문화주단이다. 주인은 하나란다. 상포는 수의맞춤전문이고, 주단은 혼수용품 일절이라고 써 있다. 一切가 일절로도 읽히고 일체로도 읽히나 상반되듯, 상/혼/제례가 한 점포이다. 모시삼베가 즐비하고 재봉틀이 놓여 있다. “할머니, 이 재봉틀 직접 한 번 해보시겠어요?!” 8순된 정정 할머니 주루룩 박음질이다. 요즘 윤달이어서 그나마 조금 바빠졌단다. 명함을 주십사 했더니 와중에 아들은 재가복지센터장이라며 아들것까지 챙겨준다. 집으로 찾아가는 요양복지사들 파견소인 모양이다. 


10구역쪽으로 보니까 “평화상포”가 있고, 10구역은 평화수선에서 시작된다. 옷가게이니까 서울 청계전 평화 시장이 연상돼 물으니, 사람들이 평화를 누리며 살면 좋겠어서 지었단다. 성경에 나오는 ‘평화’란다. 벽에는 논산제일교회 달력이 걸려 있다. 벽에는 “버스커즈 기타스튜디오” 전단지가 붙어 있다. 아들일터란다. 며느리도 음악을 같이 해서 현재 쌘뽈쪽에 있고 기타학원이 어딘가 또 하나 더 있다는 듯~~


 

삼베옷집으로 유일한 조아라보세집


어디 가나 자식, 손자 자랑이 붙어 다닌다. 10구역은 의류골목이다. 양품점이 있고 보세옷이 밀집된 곳이다. 예전 예쁜이 패션, 지금은 할머니 패션으로 불리는 이곳은 수선집이 유독 많다. 수선집은 개인이 집에 있는 옷들을 꺼내 와서 내 몸에 맞도록 리폼하는 곳이다. 개인손님 받는 것을 찔끔찔끔 소매라 한다면, 옷가게 특히 보세옷집과 전속이 되다시피하면서 옷을 손 봐주는 곳은 일종의 도매수선집으로 구분되겠다. 이 둘이 엄밀하게 갈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내 여러 수선집들이 동종 모임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도 작용하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바로 옆집은 조아라 보세집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모시옷으로 시원시원해 보이는 여장부가 조선여인이다. 맨발로 조선나이키 패션인 기자를 보더니 어디선가 하얀 양말을 찾아내더니만 한번 신어보라고 건네다. 이어서 식혜를 타주는데, 한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범상치 않은 맛이다. 가을에 생강이 쌀 때 다량 사서 말렸다가 분말로 보관하다가, 그것을 적재 적소에 넣는다는 비법 전수이다. 모시옷이 즐비하게 걸려 있어서 물어보니, 남자옷은 20~30만원선!  한산에 가면 100만원, 여자모시옷은 가상자리 같은 데 수 놓고서 200~300 호가한다고 시황을 들려준다. 



아침 체조 시간에는 이집 아저씨도 똑같은 삼베옷으로 시원하게 입고서 보건소에서 준 기구도 없이 잘도 한다. 둘이서 삼베옷 입고 시원하게 체조하는 걸 보니 환상의 삼베커플이다. 삼백집은 하루에 삼백그릇을 팔아서 유명하다는데, 조아라(구제옷)는 보세옷뿐 아니라 시장 안에서 삼베옷집으로는 유일하다고 가게 아이템 소개를 한다. 


청년창업거리를 지나며



옆 골목인 청년창업거리로 이동해보았다. 논산시에서도 젊은피 수혈한다고 야심차게 밀어부쳤지만, 활성화까지는 갈 길이 멀어보였다. 나중에 다시 본격적으로 들여다 볼 거라서, 카톡메시지로 본인들 가게 소개를 부탁하였다. 


그 중 하나 장난감을 파는 와방 이야기다. <10구역 다락 상인 와방입니다. 와방은 #와봐, ‘찾아 와봐!”입니다. 우리 매장에 오시면 피규어 드론 r/c카는 물론, 추억의 과자와 장난감도 있어요^^ 화지시장 10구역 "와방"으로 구경 오세요. *페이스북 검색창에 "와방"검색하시며 저희 매장이 나옵니다. 물건이 들어오는 대로 우리는 페이스북에 올려놓아요!> 


재래시장, 전통시장의 활로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골목풍은 어디에서 불어올까? 복고풍은 옷 유행처럼 돌고 돌 수 있을까? 주차장쪽으로 가는데 아직도 수제화 고집하는 신신제화가 있고, 정겨운 동네목욕탕이다. 이 여름 개고기 당당 걸어놓은 곳들도 이채롭다. 


야채시장 중앙시장 쪽을 통과하는데 애기들이 옥수수 쌓기 놀이에 한창이다. 애들에게 끌려서 안으로 들어갔다. 40년째 과일가게를 하고 있는 형우상회 주인아저씨는, 이제 복개천이 되면서 인생의 진로를 고심하고 있다. 가게 주인도 아니어서 보상금이라야 이사비용 정도라고 한다. 


오늘도 시장은 변하고 있다. 돌고 도는 돈의 진원지 시장은 개울도 이제는 청계천처럼 다시 뜯어내고 직사광선이 닿게 하려는 모양이다. 기자의 다음 눈길이 어디여야 하는지, 요리조리 휘둥그레하다가 시동을 걸었다. 




















[글·사진] 이지녕  

이 글은 2017-07-20일자 『놀뫼신문』에 실었던 내용 중 일부분입니다. 

어쩌다 보니 인터넷판에는 누락되어 있는데, 순서에 상관없이 나누어서 올렸는데, 7월 20일자에 실렸던 내용들은, 이 “화지중앙시장 10구역 사람들 제5편”으로 일단락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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