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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Feb 05. 2019

전원생활 묘미 몰빵 가능한 셋·집·매

- 논산·계룡 농가 맛집 순례(1)

농가맛집은 향토음식 자원화 사업으로, 시군마다 하나나 둘씩  있다. 충남에 32곳이며 논산에는 연무대 한 곳에만 있었다. 작년 이맘때 한군데가 더 생겼다. 2007년 시작한 농가맛집 사업은 이제 종료가 되었는데, 그 막차를 논산에서 잡아탄 모양새이다. 


관촉사 삼거리에서 탑정리저수지로 꺾어지자 마자 좌향좌 해보면 우뚝 서 있는 검은색 모던한 건물! 농가맛집이라는 통념에 걸맞아 보이지 않는다. 도로 입구에 나란한 톱니바퀴 원형 간판 “셋집매 벼육묘장”  비로소 농가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싶다. 



“셋집매”는 이 동네의 옛 이름이다. 이 농가맛집 주인장은, 어린시절 친구들과 천렵 다닐 때를 생각했다. 인심좋은 동네분들이 풋고추며 호박, 깻잎 등 제철 농산물을 따서 한 아름씩 안겨 주시던 정 듬뿍한 동네의 이미지를. 



농사체험의 모든것쌀카페』 


셋집매 농가맛집 초입에 콘테이너 창고 분위기의, 역시 검은 건물이 손님들을 제일 먼저 맞는다.  들어가 보니 겉보기보다 꽤 넓다. 현재는 주인장 조효상 씨의 사무실 겸 창고이다. 2년 이내 오픈을 목표로 준비중인 작업은『쌀카페』오픈이라는데, “쌀 위주의 농촌체험장”이란다. 


우리 농촌을 체험할 만한 농업박물관은, 그래도 좀 된다. 그런데 대부분 눈으로만 구경하게 돼 있는 시스템이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과학정신을 체감하고 절감하려면 실제 해봐야 한다. 벼수확 같은 실습은 물론, 쌀 이외의 길쌈 같은 것도 직접 해보면 엄마가 생각나고 어린 시절 추억이 되살아난다. 그래서 아줌마 수다방을 겸한『쌀카페』란다. 


옆 건물 창고 안팎에는 농기구 그득이다. 여기에 들어갈 각종 농기구는 이미 확보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서 벌어질 체험은 농사 외에도 다듬이, 윷, 투호, 널뛰기, 장아찌담기, 장담기 등 다채롭다.


주인장이 2만여 평 쌀전업농으로서 벼육묘장을 시작한 것은 12년 전이다. 그때 상호를 “셋집매 육묘장”으로 하였다. 육묘장은 올해도 6만여장을 완판할 정도로 논산 랭킹1위이다. 벼 육묘 작업은 두 달간 진행되는데, 이때는 잠도 서너 시간 자야 할 만큼 정성에 정성을 기울인다. 모든 생명산업이 그러하듯, 발아한 생명체 어린 볍씨는 기후가 급변할 경우, 몰살할 수도 있어서다. 



농부 조효상이 꿈꿔온 유토피아 “농촌 천국!”  물려받은 농토와 자신이 피땀 흘려서 넓힌 영토에다가 도시인이 동경하는 농촌의 모든 것을 구현하고 싶었다. 그 중의 하나가  농가맛집이다.  “우리 집에 와서 찰진 쌀밥과 함께 방금 전 따온 싱싱 야채들로 한 끼 식사를 한다. 식후에는 집 안팎을 거닐며 과수도 따먹으며, 사라져가는 추억의 물건도 손잡아본다....” 농가맛집은 어느날 정보를 얻어듣고 급하게 추진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20여년 줄기차게 준비해온 장기계획이다. 해외에 나가서도, 국내 연수에서도 내가 사는 동네와 내 집을 어떻게 꾸밀까 골똘히 생각해왔다.  

드디어 농협에 다니던 아내가 퇴직할 때가 되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요리를 즐겨하던 아내에게 정식 요리사 자격증을 따도록 권하였다. 집은 주인장이 직접 지었다. 농촌집이라는 통념을 거부하고서, 오히려 서구식으로 설계하였다. 소프트웨어, 안으로 들어오면 완전 시골이다. 그러나 하드웨어, 즉 밖으로는 경제성과 실용성이다. 


건물 이외의 외연은 자연 자체로 놔두었다. 필요에 따라 각양 각색의 과수로 채워나갔다.  가을이면 주차장 앞마당에 밤이 떨어진다. 감나무, 보리똥.... 마당을 산책하는 손님이나 학생들은 계절별로, 수종별로 이야기거리가 주렁주렁이다. 눈길을 좀더 멀리 주면, 셋집매라는 동네의 과수원과 푸른 초장, 논밭이다. 손님들이 식당에서 음식을 남기고 가면 반겨하는 일군이 있다. 3355 가축들이 호사를 한다. 



마당에서 과일도 따먹는 파라다이스


농촌천국을 꿈꾸었던 농촌총각 조효상, 그는 1976년 논산농고 축산과를 졸업하였다. 그러나 이곳이 관촉사라는 주변 특성상 축산업은 걸맞지 않았다. 상전벽해라지만 예전에 배가 들어오던 물길, 강모래는 그대로 잔류하여서 배수 통풍이 잘 되는 토질이라 거기에 걸맞는 딸기농사를 시작한다. 벼 농사는 기본, 동물에서 식물쪽으로 전환한 변곡점이다. 



이런 구곡장절은 결국 ‘농가맛집’이란 이름으로 직립했다. 농가맛집은 대부분 예약제이다. 정갈하기는 하지만 고가이다. 기업형처럼 잘 되는 곳도 혹간 있지만, 이름만 농가맛집이지 직접 재배한 야채를 쓰지 않는 곳도 있다. 여기저기를 틈나는 대로 방문하였다. 휴업 폐업중인 곳도 꽤 됐다. 걸국 청개구리 발상을 하게 된다. 저가정책, 월요일 하루를 제외한 상시오픈, 가족경영 등이 그것이다. 시간 날 때마다 온 가족이 텃밭에 나와서 다함께 가꾸는 야채나 딸기쨈 같은 농산가공품들은, 식당 입구 매대에 진열대를 마련해 놓았다. 웰빙건강식으로 각광받으면서 원가도 높아졌지만 껍질 벗기는 데 손이 엄청 가는 씨레기! 여기에 인건비가 얹어지면 안 되기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일일 수작업에 돌입한다. 


이러한 과정들은 매장 모니터에 여실 선명하게 드러난다. 알고보니 조대표의 부친이 관촉사에서 30여년 사진업을 했다고 들려준다. 그 끼마저 3~4세대 연세(延世)하여 어떻게 이어질지는 우리 농촌 현실에서 지켜 볼 일이다. 부부농부 조효상과 황영희 부부가 꿈꾸는 농촌천국은, 내실화가 최우선! 이에 못지않은 영역이 자기 표현일 거 같다. 


“6시내고향”이 아니더라도 우리 나라에 내로라 하는 동네, 영농단체, 농가가 얼마나 많은가? 충남에는 농업기술원의 자원식품과 농촌공감팀에서 관리하는 농가맛집, 미더유~ 등 공적인 분위기의 식당도 즐비하다. 여기서 두각을 나타내고, 정직하다는 혀를 사로잡자면 진정성이겠는데, 그 진정성은 그 자체로 진실되게 표현되어야 설득력을 갖고 입소문을 타게 마련이다. 그 표현을 셋집매에서는 영상으로뿐 아니라 “셋집매농가맛집 장아찌담기, 장담기, 메주만들기” 같은 시즌 행사로도 공유한다. 


맛집을 판단할 때 기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밥 자체이다. 요리에 관하여는 전문기자의 미각이 함께 필요하다고 느껴, 이번 맛집여행에는 요리사자격증도 있는 시민기자와 동행하였다. 

[김선영 시민기자의 맛집동행기] 꽃과 시락 https://nmn.ff.or.kr/23/?idx=1036834&bmode=view


[글·사진] 이지녕  

이 글은 2018-07-12일자 『놀뫼신문』에 실은 내용입니다. 

https://nmn.ff.or.kr/23/?idx=1036824&bmode=view

쌀카페로 계획돼 있는 초입은, 요즈음은 로컬푸드 장터로 차려져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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