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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Feb 05. 2019

“지천에 즐비한 자연,
산아래로 모셔와요!”

-  논산 맛집순례(2) :  토속음식점 『산아래』한정식집


“『산아래』는 그 동안 여러 차례 방문했어요. 음식이 정갈하고 깔끔하니 소화도 잘 되는 것 같아요. 특히 기름지지 않아서, 제가 아는 스님 모시고와 함께 드시기에 부담 없고 가격도 부담이 적어서....” 부여의 사비신문 민병희 발행인의 총평이다. “아직도 반찬을 재사용하는 식당이 있더라구요. 혹간 술 냄새나는 반찬이 입에 들어올 때 여자들은 대뜸 느껴요. 산마루는, 맨 나중에 나오는 솔잎차까지 참 향기로와요!”



관촉사 주차장에서 약간 위쪽에 자리한 『산아래』는 반야산 아래요, 논산시민공원 끝자락이다. 산 밑자락이기 때문에,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가족이나 손님끼리 함께 먹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딱인 위치이다. 관촉사를 다녀가는 단체손님으로 특히 경상도관광객들이 많다고 한다. 논산 탑정호와 명재서원, 윤증고택 등을 거쳐 부여로 가는 불교성지순례코스에서 관촉사 들른 다음 식사처로 입소문나 있는 곳이 바로 『산아래』 한정식. 시청문화관광과에서도 타지 단체 손님 소개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카운터쪽에는 유명인들 싸인이 즐비하다. 논산시를 찾은 VIP들 모시기 적합한 곳으로도 정평이 나 있고, 바로 그 결과물들이다. 


뱃속 편한 토속 시래기 

 

산아래의 대표음식은 “시래기무밥정식”이다. 가을에 시골집 허청마다 걸려 있는 무 시래기는 흔하디 흔한 서민음식이다. 이 시래기가 산아래에서는 명품 한정식으로 등극해 있는 것이다. “제가 원래부터 시래기를 좋아했어요. 7년 전 여기 산아래 주택을 구입하고 주변 터까지 깔끔하게 꾸며나가면서, 우리집 한정식 대표 음식을 고민했죠. 주인 입장에서는 나부터 즐기면서 요리에도 자신이 있고, 손님들 입장에서 볼 때는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 제일이겠다 싶은 음식을 찾아보니, 시래기와 무만한 게 없겠더라구요.” 


시래기는 대개는 말려서 건조한 것으로 쓴다. 산아래 한상차림에는, 그 건조물들을 갈아서 만든 시래기전, 시래기떡, 시래기발효빵 등으로도 선보인다. 마당에는 속깊은 항아리들이 시골풍경이다. 대개 된장, 간장 고추장단지를 연상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염장을 한 시래기들이다. 밥 먹을 때 식감이 한결 부드러운 염장 시래기는, 누구에게서 전수받은 게 아니라 스스로 터득한 비법이다.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안주인의 실험정신이 빚어낸 산물이다. 

“무 중에서 시래기무청은 따로 있어요. 11월만 되면 남편은 부여초촌쪽에 가서 살다시피해요. 처음에는 우리가 직접 경작한 거나 주변에서 해결됐지요. 시래기가 몸에 좋다는 방송이 얼마나 나갔는지, 요즘 무밭은 가을이면 전쟁터로 변해요. 부여에는 시래기공장까지 생겼으니 원자재 확보가 훨씬 어려워졌지만, 남편이 그 동안 7년여 다니던 곳과의 친분도 있고 하여 아직까지는 별 이상 없어 지금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이은영 사장은 남편 이범용 씨에 대한 자랑을 이어간다. “봄이면 틈나는 대로 솔잎, 이제는 아카시아꽃 엄청 따오는 꽃 따는 남자가 돼요. 후식차뿐만 아니라, 다른 식자재도 최대한 주변의 자연에서 모셔와요.”



기자에게 하던 말을 끊고 ‘기다리라’면서 잠시 후 주방에서 직접 들고 나온 전도 쑥전, 시래기무밥 옆에 놓인 국도 쑥국이다. 오후 한가해지는 시간 짬 내어 한두 시간만 뜯어와도 넉넉하단다. 겨울산에서도 낙엽이나 솔방울 하나라도 들고와  한지실내등도 자연풍 장식하고, 전체 140명 수용규모인 이 방 저 병도 자연 자체가 그득이다. 결혼 초 14년여 해왔던 인테리어업이 식당에서도 재현되는 모양새이다. 출입구 안팎으로 즐비한 고풍창연 소품과 골동품들이 자연과 어울어진다. 마당의 진귀한 다육식물들도 손님들의 눈과 손을 타지만, 추녀 밑에 가지런 개켜올린 항아리 깨진 조각들도 손님들 눈에는 자연 예술이다.


자연을 눈으로귀로입으로


메뉴판에는 시래기무밥정식 1만3천원, 시래기무밥 7천원, 누룽지3천냥 등과 나란히.... <수제돈까스 8천원>도 적혀 있다. “한식전문점답지 않게 웬 양식 메뉴인가요?” 의아해하는 기자의 질문에 이어지는 즉답.  “10여 년간 논산극장 부근에서 ‘돈키호테’라는 양식집을 하다가 7년 전 여기로 이사 왔어요. 그때 레스토랑에도 손님들 줄을 설 때가 잦았는데, 특히 치즈덧밥이 유명했고요... 그 오래 전 매니아들이 수소문 끝에 여기를 찾아와서 양식들을 해달라는 거예요. 여기 음식들은 내가 직접 내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안 내보내요. 그러다 보니 직접 수제 돈가스까지는 어떻게 해보겠는데, 치즈덧밥은 손이 더 가서 포기했어요.”


아들을 장가 보낸 부부는, 생각 끝에 작년 9월 논산홈플러스에 양식집을 내준다. 예전 아들이 직접 작명했던 상호 ‘돈키호테’ 그대로.... 여기 한식집 상호인 ‘산아래’는 미대출신인 이범용 사장이 직접 지은 이름이란다. 가업으로 승계된 상호 돈키호테처럼, 어느날 서울 손님이 불쑥 제안을 하더란다. “우리가 서울에서 이 정도의 장어정식을 먹으려면 7~10만원이 기본이예요. 근데 여기 2만원짜리가 돈도 돈이지만, 맛이나 양이 훨 나아요. 가게는 내가 차려줄 거니까 우리집 부근에 2호점 한번 내보실래요?” 고마운 얘기라면서 호의로만 받아들였는데, 가격이 고민이긴 하단다. 밥상에 올라와 있는 곶감도 양촌 고급진 것으로 구입한단다. 


논산에는 한식전문점이 의외로 적고, 전체적으로 보아 논산시에서 모범업소로 지정된 것만으로도 만족해하는 주인에게 기자가 돈키호테식 기습을 했다. “내가 보기에 여기는 착한가격업소는 물론 로칼푸드라는 점에서 ‘미더유~’ 와 ‘농가맛집’으로도 손색이 없겠는데요...” “아니, 그런 것도 있었남유~?” 산아래 메아리를 뒤로 하고 돌아서는 기자를 되돌아보게 하는 안주인 음성, “가마솥 누룽지인데 오늘 잘 눌었길래유~”   “아니, 식당하시는 분이, 김영란 법도 모르는가벼유~?” 산아래는 주차장, 산말랭이 너머로는 시민공원인 갈림점에서 햇빛 쏟아지는 오후, 한바탕 웃음이다^^

[예약] 041-735-6009 

논산시 관촉로 31번길 22-6 토속음식점 산아래




[글·사진] 이지녕  

이 글은 2017-05-10일자 『놀뫼신문』에 실은 겁니다.  

https://nmn.ff.or.kr/23/?idx=514380&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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