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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Feb 16. 2019

“미나리꽝에서 아이들과 한덩어리 흙장난하고 싶어요”

- 화악리 흙사랑공방 박남윤 대표

화악리(花岳里) 하면, 단연 오계이다. 일전(2017년 10월) 논산시의회 191회 임시회에서 김만중 의원은  『논산시 연산 화악리의 오계 보호육성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역대 임금에게 진상하여 천연기념물 제265호로 지정된 연산 화악리 오골계는, 여기서는 ‘오계’로 불린다. 화악리는 시골치고는 130여 가구가 밀집되어 사는 큰 동네이다. 들어서서 5리쯤 쭉 올라가면 ‘오골계마을’이 따로 있다. 더 가면 양계부화장도 별도로 있는데, 산아래 삼태기처럼 오순도순 펼쳐진 마을이다. 


개태사에서 철도를 건너야 진입하는 화악리는 은신처이면서 숨겨진 보물창고 같다. 이름에  악(岳)자가 들어가서  동네가 좀 쎄어 보이는데, 뒷산이 ‘꽃으로 두른 언덕’이라 하여 화악리(花岳里)라 한단다. 화악리는 유별난 곳이 참 많아 보인다. 철길 건너자마자 입간판들이 즐비하다. 절이름 향적사, 계성사, 봉선사..... 연산우리국악만물, 여산송씨, 계룡학사, 숯가마.


동네 진입 도중, 우측으로 “충청남도수자원연구소 민물고기센터”의 문이 열려 있다. 전시된 민물고기는 150종, 시험어종으로는 동자개, 철갑상어 등 17종이라는 안내판이 궁금해진다. 조금 더 들어가면 갈래길이다. 마을 초입 우측으로는 벽화가 오가는 사람들을 반긴다. 좌측으로는 지산농장과 계모의 행복한 밥상이 함께인 천연기념물 오계농장이다. 갈래길에 자그만 안내판 한 판에 미나리농원, 흙사랑공방이 나란히 써 있다. 이 동네 이무용 이장 부부의 일터다. 미나리농사를 짓는 이무용 씨가 이장이 된 지는 2년째이고, 흙사랑공방 대표 박남윤 씨가 이 동네 부녀회 총무를 맡은 지는 6년째란다. 




논산 유일의 미나리 이장님


이들 부부가 귀촌한 때는 7년 전인 2010년. 대전에서 토목회사를 크게 운영하다가 문제가 생겨서, 모든 걸 접고 고향으로 귀촌하게 되는 전형적인 케이스이다. 농촌에 내려와 새로운 길을 모색할 때, 귀촌 남편이 선택한 품종은 미나리였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물미나리는 약간 비릿하므로 삶아서 먹는 편이다. 삼겹살 먹을 때 곁들이는 청도미나리는, 생으로 먹는다. 아삭하고 향긋하며, 속이 꽉 차 있기 때문이다. 마침 청도에 후배가 있어서 내려가 직접 배우고, 거기서 가져온 씨앗을 뿌린다. 시행착오는 기본 수업료였다. 미나리와 제법 친해지면서 이제는 본격 궤도에 진입하여.... 180평 하우스 3동이라는, 미나리농사꾼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판로도 원만히 해결되는 편이다. 서울이나 대전의 친인척 지인들에게 4kg들이 통째로 보내는 판매 구조이다. 안면 장사는 체면상 한두 번은 통하지만 지속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박스채 구입이 지속되는 것은, 청도미나리의 우수성이라고 한다. 4월 한 달만 수확이 되는데 일반미나리에 비하여 3배 정도 호가한다. 돈값을 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맛과 향도 그렇지만, 간기능에 좋아서 숙취해소나 피로회복에 참 좋다는 반응에서이다. 


이무용 씨가 이장일 보고 3년 전에는 예전 하던 일을 다시 시작하여서 재기해가는  과정에서 저녁에는 술 마시는 일이 잦다고 한다. 그런데도 별탈 없이 생활해가는 걸 보면 미나리 효소 덕을 톡톡히 보아서라는데, 부지불식 미나리꽝 주인 본인이 홍보대사로 자임하게 된 듯^^ 봄에 베어낸 청도미나리는 6~7월 다시 크지만 봄미나리에 비해서는 상품성이 떨어진다. 대공이 좀 헐렁해지고 줄기도 작아져서, 이때는 베어내 효소로 만든다. 



흙에 둘러싸여 일하고픈 흙사랑공방


흙사랑공방 박남윤 대표는 요즘 고민이 두엇 있다. 미나리 가공공장도 만들어야 하겠고, 현재 있는 공방도 옮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서이다. 현재 공방은 중종땅 신세를 지고 있는데, 미나리꽝은 본인 소유이다. 그 흙밭으로 옮겨가게 되면, 한군데서 토방을 하면서 미나리도 돌보고 지역사회 아이들이나 어르신들 체험 오면 밖에서 뛰놀기도 딱이어서다. 더구나 현재 공방은 가건물로 지었기 때문에 흙집 분위기에서 진짜 흙사랑을 하고 싶었던 이상향과는 거리가 있기에 더 불만족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자와 인터뷰하는 토방은 그 자체로 아늑했고, 안온 편안했다. 가만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정갈한 도기들과 익살스러운 작품들이 가지런 앉아 있는 풍경에서 오는 듯하였다. 


“저도 전공은 환경보건이고 자격증도 전산응용, 토목제도기능사, 건축도장기능사 등을 갖추고 남편과 함께 직접 사업을 해왔어요. 도예는 11년 전 취미로 시작했죠. 공방은 대전 가수원에서 4년간 하다가 여기 이사 와서 새로 연 지 7년, 이제는 나만의 새 직업이 된 거죠.” 도예를 심취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였다. “뭐랄까, 도자기는 변함이 없잖아요! 고풍스럽고 언제 봐도 그 모습 그대로~~~ 변함없는 모습들을 보노라면, 나에게 초심(初心)을 잃지 말라 들려주는 거 같아요.” 


살아오는 동안 가장 듣기 좋았던 칭찬은 “어쩜 사람이 그렇게 한결 같아요!” 침착, 차분, 꾸준함을 미덕으로 여기면서 살아간단다. 작품들 살펴보니 인물들 동작이나 표정이 한결 익살스럽다. 이 역시 본인의 못난 얼굴 닮아서라는데, 삶의 여유와 해학이 묻어나온다. 



교육농장 최적화 최적소 화악리 


 농촌문화체험연구회 재무를 6년째 맡아온 박대표는, 가만 보니 돈 안 되는 일로 더 바쁜 듯싶다. 논산시농업기술센터 도자공예강사이기도 한 그녀 돈벌이는 초중학교 등으로 외부강사로 뛰어서이다. 이제부터는 돈 시간 오히려 쓰는 것들.  우선 흙사랑동호회 30여 명과 함께 한다. 수강료는 없으니 수강생이라기보다 취미반이다. 공사다망한  와중에도 챙기는 곳이 있다. 장애인연합회와 요양병원 등이다. 한켠에 있는 자격증들 보니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있다. 식생활 분야에서는 요리치료심리상담사, 식습관코치지도사, 한국아동요리지도자 등 생소한 이름과 함께 팜파티 전문가과정수료증도 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상장과 자격증에서 읽혀지는 관심분야들이 복잡다기해 보이지만, 그 많을 게 결국은 하나로 통합된다. 몽땅 교육농장 한군데로 다 녹아들기 때문이다. “우리 체험장은 13년 도자공예·교육의 노하우와 인근농가와의 협업 공동체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미술치료도 병행하고자 합니다.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꿈과 끼를 키우고 ‘바른먹거리 건강 힐링 공예체험’으로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농장 이전사업을 위해 공모용으로 작성한 사업계획서 내용의 한 부분이다. 


일개인이 아무리 출충하다 해도 영웅이나 독불장군을 요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가깝게는 가족부터 나아가 동네 안에서 협업이 절대적이다. 때로는 지역공동체 안에서 연계하여 윈윈할 필요성도 급대두한다. 연구나 작품세계의 고독함에서 벗어났을 때, 그때 이웃 지역과의 씨줄 날줄을 조화롭게 엮어가는 삶의 지혜가 찬연하게 빛 발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 화악리일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귀로는 엄사면 도곡리로 넘어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글/사진] 이지녕 


이 글은 『놀뫼신문』 2017-11-01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https://nmn.ff.or.kr/23/?idx=514554&bmode=view

 

박남윤 대표의 꾸준한 봉사에 대한 수상 소식은, 2018-12-03일자 놀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2018년 장애인자립생활 기념대회 ‘Barrier Free’]

https://nmn.ff.or.kr/21/?idx=1422681&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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