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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Feb 19. 2019

계룡산 상월면에 떠오르는
정월대보름달 上月

- 상월면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논산시 문화원에서 열리던 정월대보름 행사가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취소되었다. AI의 벽을 넘지 못해서다. 그럼에도 세계적 행사인 패럴림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고,  다소의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쌍수 들어 환영할 행사였기에 일사천리 속행되었다. 


올해 정월대보름 면단위에서 열린 대보름행사는 4군데이다. 1일에는 벌곡면 어곡리와 양촌면 둔치주차장에서였다. 2일 대보름날에는 상월파출소 인근과 노성면 호암 일원에서 의용소방대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 중 가장 큰 규모는 상월면농민회가 주최한 “제3회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였다.  ‘풍년농사 농민헌법 제정기원’이라는 타이틀도 내걸렸다. 


상월면의 달집태우기는 전국 다른 곳과 다소간 달랐다. 요원의 불길처럼 진흙채인 들판 한가운데 자리잡은 곳도 흔치 않다. 달집 속에는 ‘달집’ 대신 굵직굵직한 장작들이 꽉 차 있어서 장작불만큼은 다음날까지도 기세등등하였다. 다른 데서는 행사가 끝나는 대로 소방차 불을 꺼서 마무리하는 것과 좀 달랐다. 한번 붙은 불은 강강수월래로 동네사람들 손을 이어주었고,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맘을 봄눈처럼 녹여주었다. 고사지낸 명태나 명품 상월 고구마도 구워주는 고마운 불씨였으니, 과연 ‘알불’이었다. 


속이 꽉꽉 찬 것은 달집 속만이 아니었다. 먹거리도, 프로그램도 알찼다. 상월농협 하나로마트 건너편 들판 행사장에서의 들밥 준비는 점심때부터 시작되었다. 충남에 둘 밖에 없는 여성농민회와 상월농민회 가족 30여명의 손길이 부지런 움직인 것이다. 4시부터는 전통놀이가 펼쳐졌다. 연날리기, 제기차기, 널뛰기, 화살던지기 등의 민속을 오늘에 되살렸다. 다만 불과 관련된 민속놀이, 즉 ‘아이들의 모닥불 잰부닥불 피우기’, ‘동네간의 횃불싸움’,  ‘들판 논둑과 밭둑 쥐불놀이’ 등은 달집태우기 한방에 다 묻혀버렸다. 


농민헌법제정 기원을 담아담아


5시부터 풍물놀이가 상월을 달구기 시작하자 접수 부스에서는 소원지적기뿐 아니라, 농민헌법제정투쟁 모금함이 올라왔고, 농민헌법서명판에는 삐툴삐툴 싸인이 시작되었다. 본 행사는 5시 30분, 최동규 상월면 농민회 회장의 개회 선언으로 문을 열었다. 김홍제 논산시농민회장, 박재영 면장, 임덕순 농협조합장 순으로 간단간단 덕담이 이어졌다. 상월지역 아동센터 어린이 30명이 특설무대에 올라서 노래 4곡을 부르자 그 노래값은 치킨교환권으로 환전되었다. 남녀노소가 어울어지는 마을에서 산성리노인회의 “백세시대합창단”이 바통을 받아서 2곡 뽑아냈다. 오광수, 김수옥, 배석렬, 신용균, 서승호로 구성된 상월탑밴드는 색소폰, 드럼으로 상월뜰 허공을 가득 채워갔다. 인근 명재고택에서 나온 “큰댁어울국악단” 민요공연이 동네 시골잔치를 가일층 격조있게 끌어올렸다. 풍물과 민요 한마당으로 상월면민을 한 치마폭 휘감아갔다. 


공연이 웬만큼 마치자 고사가 치러졌다. 풍년농사, 농민헌법 제정 기원하는 ‘고천문’은 하재성 회원이 하늘에 고하였다. 곧바로 기관단체장이 선두에 나서 점화를 시작하자 불길과 연기는 비룡승천, 하늘로 급격하게 치솟았다. 악귀를 놀래켜 쫓아낸다는 대나무 폭발음을 신호탄으로 무대에서는 큰댁어울국악단의 강강술래 민요창이 터져나왔다. 연규헌 농민회 총무의 안내방송도 없건만, 동네사람들이 진흙길을 걸어나와 너와나 인간띠를 만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강강수월래와 함께 반대편에서는 상월두레풍물패의 소리도 불과 함께 계룡처럼 하늘로, 달나라로 치솟았다. 


최동규 회장은 내년 4회째는 면민회와 공동 개최로 확대할 생각이라고 밝힌다. 대보름 행사를 양촌면과 먹골 내1통은 청년회가 주관하였다. 주최측도 중요하지만, 동참자들도 다변화되는 추세이다. 상월上月 대보름달이 떠오르자 환호하는 사람은 상월면민뿐 아니라 외국인근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저들이 정월대보름달 의미를 아는지?” 물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한 주민이 캄보디아말로 통역해주니 “여기 와서 4년째여서, 예쓰”라는 답이 돌아왔다. 논산은 이래저래 세계화의 한복판이다! 상월면으로 다가온 상달이 지구촌 곳곳을 맴돌며 복싸래기 흩뿌리듯, 상월도, 논뫼뜰도, 해피700 평창도, 지천이 충만한 달빛이다. 



[글/사진] 이지녕 

이 글은 『놀뫼신문』 2018-03-07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https://nmn.ff.or.kr/21/?idx=561336&bmode=view


이날 동시에 올린 불꽃 기사는 

패럴림픽, 논산시민공원 반야산 정기로 채화

https://nmn.ff.or.kr/21/?idx=561335&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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