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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Feb 19. 2019

두메산골에 피어난
산촌문학과 생활예술

- 문학과 과학이 만나는 가야곡 리터렌스문학관

2017년 9월 2일 가야곡 삼전리에 위치한 리터렌스문학관이 동네잔치를 열었다. 전형적인 산골마을에 리터렌스문학관이라는 이름도 생소하고, 콘테이너를 이층으로 얹어놓은 철구조물 건축도 튀는 듯싶은 곳, 문학과 과학의 만남 리터렌스(Literature & Science)라는 설명이다.


초가을한마당은 <EMPATHY 문학, 아우르다>라는 주제로  펼쳐졌다. 엠퍼시(empathy) 사전을 찾아보니 “감정이입, 공감”이라는 의미이다. 낯설었지만 시 낭송을 연이어서 듣노보니, 감정이입설이라는 학술용어 걸맞는 연출이었다. 


이번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전문화재단이 후원하였다. 문화 소외층인 지역민과 지역문학인들과의 유기적 동질체 의식을 공감하기 위하여 문학과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하였는 자리였다. 융합이라고 하지만 주류인 시를 통하여 문학주간의 취지도 살려내는 잔치였다. 


아담한 시골 마당에 다채로운 보따리들이 풀어헤쳐졌다. 시골 분위기답지 않게 특강이 4건 이어졌다. 논산과 인근 지역에서 활동 중인 시인, 소설가, 다인을 초청하여 문학강연과 다시, 춤 등으로 문학 의식을 함양하였다.


문학강연 4


문학 강연은 문학평론가인 신익호 문학박사가 “시적 언어 표현의 특징”을 사례를 들어가면서 알기 쉽게 풀어주었다. 산골에서 만난 뜻밖의 깊이 있는 강의였지만, 동네잔치에 참석한 동네 어르신들에게 쉬운 얘기일 수만은 없었다. 


뒤 이어 신익선 시인이 나서 “백제정신, 백제혼을 되살리자”라는 연제로 서사시 <예산임존성>을 펼쳐나갔다. 정성처럼 굳어진 백제의자왕 항복설은 낭설일 뿐이며, 백제 역사를 백제권사람들이 연구한 기록은 적고 여지껏 신라권 사람들이 집필하거나 풀어내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내 동네, 내 지역 얘기만큼은 다름 아닌 우리 손으로 기록해가자고 제창하였다. 


부여 출신인 문학박사 정진석 시인은 “첫사랑 · 비 · 저녁노을” 등의 자작시를 들고나와 본인의 시세계를 진솔하게 내보이며 열렬 낭송함으로써 시를 잘 모르는 마당 손님들조차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사월리 비타령’은 논산 광석 사월리에서 만난 첫사랑 미용사와의 보름여 애련한 미련을 필터링없이 쏟아낸 시이다. 


두 시간 여 진행된 이 행사의 사회는 아침의 문학회 전국시낭송대회 대상수상 경력의 김종진 시인이 맡았다. 시종 고운 한복 자태와 함께 ‘어울림의 미학’을 연출하였다. 문학에 우리 악기와 춤이 얹어졌다. 선지향은 시의 운율에 따라 가야금을 연주하였다. ‘현(絃)과 시(詩)의 만남’으로 가야금의 선율로 시의 향기를 느끼는 자리였다. 특별출연으로 국악인 양동길시인의 장구 공연도 구성지었다. 문영숙의 ‘문학과 춤, 아우르다’ 춤꾼 문영숙의 살풀이 춤으로 문학과 춤이 10여분 어우러졌다. 


금강산도 식후경! 푸짐한 시골 먹거리와 함께 다채로운 오미자 등 다도의 아름다운 상이 한껏 펼쳐진 마당에서, 강금이 원장이 쉽게 풀어주는 다시(茶詩) 특강은 삼전리 문학관 흥겨운 잔치 분위기를 돋우었다. 문학과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무한한 상상의 어울림을 향유하고, 시 낭송회로 문학의 향기를 공유할 수 있도록 조연이자 주연이 돼주었다. 


애절 시낭송 6


강연 중간중간에 순서한 시낭송 역시 가야곡 주변 산들의 시심까지 들었다 놨다 하는 애절 메아리였다. 이경숙의 도종환 시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낭송은, 한밭전국시낭송대회 금상 수상 경력이 웅변하듯, 넘치는 여유로움이었고 능수능란 자체였었다. 대전, 공주 등에서 시낭송가로 활동중인 임원옥의 박경리 시 <옛날의 그 집>은 두메산골에서만 어울릴성싶은 고독의 몸부림이었다.  


장시하 시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는 홍명희 씨가 돌아보았다. 

지난 날 돌아보니 모두가 내 잘못이더라

지난 날 돌아보니 모두가 내 욕심이더라

지난 날 돌아보니 모두가 내 허물 뿐이더라


박재학의 시 “호흡을 같이 하는 푸른 그대여”는 김지원이 호흡을 같이 하였다. 

다가서는 날들은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것들만 가슴에 들어차고

악수를 하며 서로에게 따스한 바람이 되게 하라

호흡을 같이 하는 푸른 그대여


김봉숙이 낭송한 노천명 시 <남사당>은 역시 산골 분위기에서 애절 자체였고, 논산시낭송회원답게 이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였다. 

산 넘어 지나온 저 동리엔

은반지를 사 주고 싶은

고운 처녀도 있었건만

다음 날이면 떠남을 짓는

처녀야!

나는 집시의 피였다.

내일은 또 어느 동리로 들어간다냐.


 “내년 봄에는 문학의 소리와 느낌이 작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강연도 구상중입니다.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작가 내면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행사를 개최하여 최고의 작품을 향한 작가의 고민과 흔적을 생각하고 따뜻함을 지향하는 문학적 고뇌를 함께 할 예정입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박재학 관장의 향후 일정표이다. 


박재학 관장은 1999년 <펜넷> 동인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는 길 때문에 사라지는 길처럼(2013, 한국문연, 현대시시인선) 등이 있다. 한국문학관협회원, 한국문인협회 문화유적탐사연구위원회 위원, 문학해설사이기도 하다. 아시아작가상 등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글/사진] 이지녕 

이 글은 『놀뫼신문』 2017-09-05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https://nmn.ff.or.kr/17/?idx=514945&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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