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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Mar 10. 2019

밋밋한 일상을 ‘달달허니’로
탈곡해주는 소곡상회

[신혼농부 일기]  전영호&양은주 커플

노성면 송당리에는 5대째 농부인 가문이 있다. 5대라 하면, 그 윗대로는 더 이상 확인할 길이 없어서이다. 요즘 세상에 도회지처녀가 농촌으로 시집 오면 신문에 날 일이지만, 논산에서는 올해 5월 노성에서 5월의 신부가 탄생하였다. 두 커플은 웨딩사진부터 농부답기를 택하였다. 셀프웨딩! 스튜디오가 권하는 연출을 거부하고, 농부의 아내답게 순박한 꽃순이가 되어 농업인다운 세계를 담았다. 


신부는 소녀틱한 동안이지만 37세 늦총각 신랑보다 연상이란다. 가구디자이너로 오랜 동안 일하다가, 근래에는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잠시 일하였다. 신랑은 캐릭터쪽을 공부하였는데, 10여 년간 만화 문하생 등으로 활동하다가 아버지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삽을 잡은 이상 체계적인 영농공부가 절실하여 농업기술센터의 문을 두드렸는데, 흥부네 대박처럼 결혼의 문까지 열린 케이스이다. 


결혼은 해피엔딩이 아니고, 해피스타트이다. 농사는 신랑이라고 해서 봐주는 법이 없다. 기자가 찾아간 날 5대째인 아들은 물론, 4대인 부모님 한가족이 모두 비닐 하우스일이었다. 비지땀을 흘리는 4대농부는 64세인데, 이 혹한에 건강이 걱정이라고 했더니 껄껄이다. “하우스 일하면서 더운 거 생각하면 무슨 농사를 짓겠어요?” 2대가 함께 일해가고 있는데, 부자지간은 여전히 농사 전반 노하우 전수중이다. 이 집의 생산은 ‘딸기야농원’이고 판매는 ‘소곡상회' 이렇게 분리가 되어 있다. 


농원 이름처럼 딸기가 대표주자로서 하우스 7동 중 5동은 딸기가 차지하고 있다. 젊은농부는 물론 딸기작목반원이고, 예전에 했던 한우를 다시 종자 개량하여 시작하기 때문에 한우작목반까지 가입하였다. 요즘 귀농귀촌이나 청년창업농부는 대부분 한두 아이템에 집중하는 경향이다. 그런데 노성 신혼부부는 소농과 복합농을 자처한다. 아버지대의 방식을 전수받아서도 그러하지만, 철따라 다품종이 더 농촌스러워이기도 하다. 


로컬푸드 같은 곳에 내는 일은 아무래도 신부 몫이다. 신부가 전공을 살려서 마케터로 나서면서 소곡상회라는 이름지었다. 노성면 송당리의 옛 지명이 소곡인데, 작은골짜기 소곡(小谷)은 복합농의 다품목을 상징하기도 한다. 소곡상회의 주력 품목 중 하나인 꿀은 2.4kg 한 병에 5만원선인데 이를 요즘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소용량 튜브로 나누어서 판매중이다. 


소곡상회에서는 제철농산물을 주로 판다. 딸기철은 지났지만, 마늘, 고추, 서리태나 메주콩, 양봉꿀 등이 줄을 잇고 있다. “아버지에게 농사일을 배우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귀에 딱지 박히도록 들은 말이 있어요. ‘내 가족이 못 먹는 건 남도 못 먹는다’는 말씀입니다. 그 말씀을 철칙으로 알고 농사지으며, 앞으로도 그 가치는 계속 이어나갈 겁니다.” 



4대농부에게 살짝 물어보았다. “아들이 내려와서 농사지으니 동네에서 뭐라고 안 해요?” 엄마는 주저주저하지만 아버지는 거침이 없다. “지 몸이야 고되겠지만, 뱃속은 편할 거여, 어디 눈치 볼 사람두 없구!” 4대농부는 전업농부만은 아니었던 듯도 싶다. 한때 트랙터도 끌었고 대형곡물차 사서 우성사료에 8년간 지입으로 뛰기도 했단다. 그러면서도 크든 작든 농사줄을 놓아본 적이 없었던 것인데...... 이제 시골로 돌아온 아들은 컴퓨터도 익숙하고, 센터에 가서 농사 공부도 부지런하기에 오히려 기대는 마음과 함께 듬직하다. 


며느리가 꿀 병에다가 <달달허니>라는 랏델 붙여 놓았는데, 우리말 같기도 한 요게 영어도 섞였단다. 신혼여행을 ‘허니문’ 뭐라 하는 모양인데, 며느리가 그래서 붙인 것도 같고^^ 아들며느리는 블로그라는 것도  운영한다는데  영어로 blog.naver.com/ddalgiyaok 여기에다가 뭐라고 써놓는지는 당체 모르겠단다. 컴맹, 폰맹인 부모님을 위하여 꿀 같은 내용 한 스푼 퍼온다. 



5대 이어오는 농부의 고집


딸기야 농원의 5대농꾼 전영호, 양은주입니다. 우리는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가족농입니다. 또한 소농이자 복합농으로서, 주작목은 딸기이지만 계절에 따라서 양봉, 잡곡, 밭농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소곡상회’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우리 가족들이 재배하는 작목을 판매하고 있어요. 소곡이라 이름지은 것은 후대까지 대대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고요, 복합농의 다품목을 판매하고자 상회(store)까지 붙여서 소곡상회랍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 따라 농사일을 배웠고 한때는 영농후계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골에서의 답답함을 못 이기고 나의 재능인 미술의 꿈을 펴보고자  잠시 도시로 나가서 만학도로서 정진도 해보았습니다. 오랜 농사일로 부모님의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다시 시골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고, 그렇게 다시 시작된 농사일이지만 아버지보다는 좀더 나은 농업인이 되겠다 다짐하며 심기일전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에게  농사는 ‘삶’ 그 자체입니다. 딸기 한 알이나 그 어떤 것도 농장 밖으로 허투루 나갈 수 없습니다. 그것은 아버님의 얼굴이자 대대로 살아온 조상들의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농사일을 하면서  때때로 힘들고 지쳐 그만두고 싶거나 요행을 바라고 싶을 때도 있지만, 묵묵히 정도를 걸어오신 선배농꾼 아버지를 볼 때마다 그런 마음이 부끄러워지곤 합니다.



5대 농부라고 거창한 농사법이나 엄청난 기술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평생 성실함 속에서 땅을 알고 절기를 읽으며 작물들과 교감하는 농사꾼 아버지를 거목으로 삼아, 거기에 우리 부부의 젊은 패기와 감각을 접붙여가는 중입니다. 소농 복합농이 부농으로 가는 지름길은 아니겠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꽃 피워가며 자족하는 삶의 지름길임을 믿으면서요.....



[글·사진] 이지녕

위 사진 일부는, 소곡상회에서 제공하였습니다. 

이 글은 『놀뫼신문』 2017-08-08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https://nmn.ff.or.kr/23/?idx=514487&bmode=view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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