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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Apr 03. 2019

100년후 두계장터,
젊은 만세(萬歲)로 넘실대다~

3·1운동100주년기념 기획시리즈(8)- 두계장터 만세운동

두계장터 4·1만세운동 재현은 2014년부터 시작되어서, 올해로 6회째이다. 올해는 기미년 4·1 항일독립만세운동 제100주년 기념행사로 치러졌다. 지난 해보다 월등히 많은 1700여 명이 운집하였다. 이 중 학생이 1500여 명이었는데, 이번 행사에 유독 학생이 많은 것은 삼일운동백주년이 주는 교육적 의미가 자못 심대하기 때문이다. 


행사는 총3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제1부는 식전공연으로 고난극복 100년을 지나 희망 계룡 100년 시작을 축하하는 엄사풍물단의 공연이었다. 제2부는 공식 기념행사로 진행하였다. 제3부는 재현행사로 거리행진에 이어 팥죽나눔행사로 마무리되었다. 


대회는 광복회계룡시지회가 주관하였다. 나영숙 사회자는 김용고 두마면 주민자치위원회 부위원장의 개식사에 앞서, 큰절을 받으실 네 어르신을 소개하였다. 


- 두계장터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하신 배영직 열사의 장손 배기성 선생(92세)

- 조선독립군사령관 한훈의사의 손자 한상빈 신도안향우회 회장

- 3·1만세운동으로 모진 옥고를 치루신 이창순 열사의 차녀 이필애 할머니  

- 3·1독립만세운동가 유봉진 열사 부부(강화도)의 장남 유제중 선생



이렇게 네 분이 선열을 대신하여 계룡시민의 큰 절을 받았다. 이날 소개한 손님은 다른 행사와는 좀 달랐다. 이번 행사에 적극 참여한 4개교, 이옥주(용남고), 박상식(계룡고), 백상현(계룡중), 박희복(두마초) 교장이 비중있게 소개되었다. 이남일 대전지방 보훈청장, 기미독립선언문 낭독을 하게 된 안상우 광복회 충남도지부장과 광복회원들이 외부 손님으로 소개되었다. 임정진 계룡독립운동 기념사업회장도 소개되어 단체를 알렸다. 계룡시 국가유공자 단체장들도 일일 소개되었는데, 순서에서 경과보고는 남상오 계룡시 보훈단체 협의회장이 하였다. 


최홍묵 계룡시장은 기념사에서 계룡이 애국충절의 도시임을  강조하였다. 3·1만세운동 당사자 외에도 “독립정신없이 독립없다”고 외친 국내항일 무장투쟁의 제일인자 한훈 선생, 상해 임시정부에서 독립활동 펼친 양기하 장군도 거명하였다. 적극 동참한 교육자와 학생들에게 시장으로서 고마움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3·1절 노래는 김부자 성악가의 선창으로 불렀는데, 리플릿 뒷면의 해설 중 한 도막이 눈길을 끈다. 

선열하 이 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날을 길이 빛내자

<‘선열하先列(言+賀)’에서 ‘하’는 말씀 言(언)변에 기뻐할,하례할 賀(하)로 ‘말 대답할 하’라고 합니다.>는 설명이 참 친절하다. 그런데 혹자에 따라서는 <하 = ‘~이시여’>라는 국어사전을 따르기도 한다. 만세삼창은 계룡시 박춘엽 계룡시의회 의장이 선창하였는데, 이 자리에 교장선생님과 학교 학생대표도 올라갔다. 



3부 행사는 용남고등학교 학생들의 축하 플래시몹(flashmob)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음악이 한참 나오지 않아 행사가 헝클어질 위기도 기다렸다. 결국 살리고 살려낸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무대가 움직이자 진지 엄숙 모드의 31절 행사에 젊은 피가 수혈되는 듯했다. 이어진 거리행진 진행 순서는 풍물단→ 계룡고태극단→ 용남고만세꾼→ 내빈과 기관단체장 순으로 500m정도 사계고택의 옆길을 돌아서 행진하였다. 


행진을 마친 후 대부분은 두마면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준비한 팥죽을 먹거나 간식을 먹은 다음 귀교, 귀가를 했지만 용남고등학교 930명의 학생은 사계고택 안마당과 잔디밭으로 이동하였다. 안마당에서는 용남고가 두 달 전부터 준비해온 특별전이 펼쳐졌다. 각자 지참한 도시락도 삼삼오오 펼쳐졌다.  4·1두계장터는 엄숙한 행사장이기도 했지만 100년 후 유관순들이 사계고택을 독차지하자 고택은 일순 고풍스런 가든파티장으로 변신해주었다. 



용남고의 원족(遠足),
두계천 걸어 두계장터~사계고택 


이번 두계장터 4·1독립만세운동 제100주년 기념식장은 주차걱정이 별로 없었다. 1500명 학생이 걸어서 왔기 때문이다. 용남고등학교의 경우는, 두 달 전부터 준비된 행군이었다. 용남고에서는  ‘용솟음 향토순례 걷기 대행진’을 올해의 교육 목표로 세워놓았다. D데이는 4월 1일 8시로 잡고, 아침부터 학생과 교장, 교직원 920명이 계룡대이동을 실시하였다. 코스는 학교출발 → 송정1리 두계천 → 계룡대교 → 계룡역→ 두계 윗장터→두마면사무소. 두계천 뚝방 흙길이 주도로였다.     


목표지점은 두계장터 4·1독립만세운동 현장! 계룡지역 항일 유적지를 탐방하고 기미년 만세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이해하고 평화 정신을 계승함이 이 행진의 취지다. 걷고 걸어 행사장에 도착하였다. 행사3부에서 용남고 학생회 및 역지사지 동아리 40명의 학생이 무대에 올랐다.



 “역사의 길을 따라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플래시몹을 펼쳐 1500 참가자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아냈다. 이 제목처럼 ‘역사의 길’은, 물리적 걸음과 함께 정신적 행보로도 승화되었다. 100년 전 목숨을 내걸었던 만세운동의 비장함과 결기를 유지하면서도 봄맞이 소풍 기분을 한껏 낼 수 있도록 해주는 곳, 바로 사계고택이 있어서 가능했다. 거리 행진까지 모든 공식 행사가 끝나자 인파는 밀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러나 용남고는 밀물처럼 들어갔다, 사계고택 솟을대문 안으로, 또 안으로~~



고택 안에는 3·1만세운동이 촘촘 펼쳐져 있었다. 학교에서 미리미리 준비해온 용남고 전교생의 사전활동들이 만개하는 자리다. 기미년 만세운동 100주년을 맞기 위해 ‘시화, 디자인, 만화 그리기’, ‘나의 독립 영웅에게 편지쓰기’ 대회 등을 실시해왔다. 그 결과물들이 사계고택 앞마당에 전시되어 있는 것이다. 이미 학교에서 완성되고 수상작으로 뽑힌 시화와 포스터, 만화작품들을 보면서 나라사랑과 향토사랑, 평화정신을 다지는 자리였다. 이번 쓰고 그리기 대회 주제는 “하나된 4·1 만세운동” 그리고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이렇게 두 가지였다. 전시된 만화는 끼가 넘치는 수준급이었다. 포스터, 시화, 도자기 등 하나하나 젊음과 패기가 넘쳤는데, 수상하지 못하고 학교에 남은 작품도 대동소이할 거 같은 느낌이다. 전시회  자리에는 지역 독립운동 열사 및 사계고택을 소개하는 작품들도 병렬하였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학년별 활동도 전개하였다. 대형 플랑카드에다가 ‘순국열사에게 메시지 쓰기’・‘나의 다짐 쓰기’를 하였다. 학급구호깃발 펄럭이는 가운데, 학급별 테마활동으로는 순국열사에게 쓴 편지 우수작 낭독과 나의 꿈 다짐문 읽기, 학급별 구호 제창하여 우정과 단합을 과시했다. 놀며 공부하며, 일하면서 쉬며, 먹으며 운동하며...... 자기사랑 ․ 친구사랑 ․ 향토사랑 ․ 나라사랑 ․ 환경사랑 ․ 평화정신......사계고택 안팎과 뒷산이 때 아닌 전인교육으로 호사를 누리는 하루였다. 


이런 활동을 지도해온 교사들과 함께 두계천으로 되짚어오는 사제동행(師弟同行) 귀교길에는 생태체험과 환경정화 봉사활동도 실시하였다. 이렇게, 4월 초하루 학교밖 교육은 속이 꽉찬 배추처럼 알차게 진행되었다. 5회 이상의 사전 답사에서부터 당일 행사의 전 일정을 학생들과 함께 소화한 이옥주 교장은 “이번 대행진은 미래지향적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해 기획된 체험학습으로, 교육과정과 연계한 단체활동을 통해 협동심과 인성을 기르는 계기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계룡산 남쪽을 의미하는 용남고(龍南高)의 2019년 용꿈실천하기 프로그램 명칭은 ‘용솟음’이다. 그러고 보니 사계고택 담장 바깥에서 볼 때 아이들이 담장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들이었는데, 향학열에 불타던 심훈의 『상록수』 한 장면과도 오버랩되었다. 등용문(登龍門)을 통하여 용솟음치도록 화룡점정(畵龍點睛)해줄 진인(眞人)은 누구일까? 100년 전 두계장터 선인들에게서 답을 구해본다. 그들은 누구의 강권이 아닌, 스스로 일어났다, 스스로... 분연히!



[글·사진] 이지녕

이 글은 『놀뫼신문』 2019-04-03일자 8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위 사진 중 일부는, 계룡시청과 용남고등학교에서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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