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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Apr 04. 2019

“생명교육, 화분 하나로도 충분해요!”

- 지산도시농업육묘장 탐방 : 최준호 대표

‘힐링’이 시대의 화두가 되면서 농업도 힐링이 대세이다. 힐링농업과 도시농업이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도시농업’은 베란다원예, 옥상원예를 넘어 주말농장, 텃밭 등으로 확산 추세이며 유치원은 물론 초중등학교 교육, 급기야는 도시농부가 생소하지 않다.  



연산에서 부적면 아호리쪽 계백교를 건너면 논산시 지산동이다. 계백교 건너자마자 급좌회전하면 논산천 뚝방길로 접어들고, 안내판 “지산육묘장”이 오가는 이들을 반긴다. 최씨 3형제가 운영하는 지산육묘장은 논산 26개 육묘장에서 랭킹 1~2위 규모로서, 최석호 대표가 전업농에게 접목 묘종을 주문받아 생산 공급해주는 육묘장이다. 


지척지간에 있는 지산도시농업육묘장은 셋째 동생인 최준호 대표가 포트나 화분에 키운 다품종을 종묘상이나 일반소비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곳이다. 18년 육묘 경력인 최준호 대표는 정서 교육에 매료되어서 6년 전에는 독립, 현재의 도시농업센터를 일구어 온 것이다. 


기자와 약속한 시간에도 최대표와 예닐곱 명의 일꾼들은 김포로 가는 차 두 대에 묘종 박스를 싣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하우스 열 동인 2천여 평이 모자라서 동네하우스 4동에게도 위탁중이고, 그래도 공급이 딸릴 때면 충북쪽에서 공급받기도 한단다. 품종은 약초가 30~40종, 과채류가 40여종 등 150여 종 정도인데, 품종수에서는 국내 최다이지 않을까 싶다. 다품종이 자랑일 수만은 없는 게, 소비자가 원하는 성향을 파악하거나 리드해가지 않으면 포트채로 재고가 남는 게 현실이어서다. 


어버이날살아 있는 선물을


5월 어버이날, 대개는 카네이션을 선물한다. 선물은 정성의 표현인데, 학생들이 용돈을 받아서 구입해 전달만 하는 풍속도이다. 그런데 자녀가 직접 길러온 카네이션 화분을 선물로 받는다면 그 감동은 어떠할까? 


고향이 광석인 지산도시농업육묘장 최준호 사장은 광석중학교와 함께 일을 벌인다. 우선 학교에 100여명 학생수대로 투명한 팥빙수 컵을 사서 보내주었다. 미술시간에 유성 펜으로 부모님에 대한 그림이나 글을 쓰도록 하였다. 거기에 상토를 넣어 두었다가 어버이날 일주일쯤 전에 카네이션을 사다 주었다. 투명컵으로 옮겨 심은 다음, 학교 베란다에 두고 물주어 기르게 하다가, 5월 7일에는 집으로 가져가도록 한 것이다. 


이 반응이 참 좋아서, 다음해에는 은진초등학교에서 재시행하였는데, 약간 업그레이드하여 실시한다. 교육용 화분으로 뿌리가 보이는 투명컵을 사용한 것까지는 동일한데, 절반을 노란색 수성페인트로 색칠해서 그 위에 글이나 그림을 넣어 도드라지게 한 것이다. 어버이날 직전에 체육대회를 하였는데, 그날 단상에서 부모님께 증정식을 가졌다고 한다. 이런 시리즈는 진화를 거듭하여 미술학원생들에게 이르러서는 예술의 수준으로 격상한다. 


학교에 11화분 바람


지산도시농업육묘장은 개인사업자, 말하자면 업자이다. 그런데도 공교육기관인 학교와 MOU를 체결하고, 충남교육뉴스 같은 곳에도 등장한다. 4년쯤 전의 일이다. 건설하는 지인이 소개할 사람이 있다고 해서 모시고 오라 했더니 다름 아닌 양촌초 교장선생님이었다. “지금부터 1시간 후에 어떤 행사를 나갈 건데, 그 때까지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는 설명에 따라 학부모이기도 한 최대표는 평소의 교육관을 풀어놓았다. 

“요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다. 남매를 키워도 경쟁 대립관계가 되더라. 형보다, 동생보다 더 잘해야 된다는 정서로 자라나게 되고, 기성세대로 굳어졌을 때 무서운 세대가 될 것 같아 두렵다.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자연을 접하는 것뿐이라 생각한다. 밥상에서 먹는 오이 이름과 열매까지는 알아도 이파리, 뿌리 이런 것들은 유치원 선생님도 잘 모르더라. 노각이 무어며, 오이가 어떤 색, 어떤 향인지 몰라도 진학하는 데 별 지장 없지만 정서적으로 메마른 상태로 자랄 게 걱정된다.”.....


이런 얘기를 30분 정도 해나갔을까..... 교장선생님이 부끄럽다면서 보이는 반응이 MOU 제안이었다. “지금 논산에서 4대악 궐기대회를 하러 가는데, 과연 이렇게 행사장에 가서 소리쳐본들 별무신통일 거 같다. 내 생각에는 궐기대회보다 식물 하나 더 들여다 보고 정서적으로 맑게 해주는 것이 효과면에서도 훨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대표는 정작 농촌학교이면서도 농업을 잘 모르는 아이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생명교육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오감만족 자연체험활동 미니농장 문을 열었다. 미니토마토 농장을 교실 안으로 들여왔다. 유치원부터 전학년생들이 1인 1화분을 준비하여, 농작물이 잘 자라도록 가꾸는 가운데 고운 심성이 길러지고 친구 사이도 좋아지며, 고운 말 쓰는 힐링동아리 활동으로 나아간 것이다. 

 ‘자연의 풍요로움에 감사하며 정성을 다하여 기릅니다 ’란 육묘장의 사훈처럼 정성을 다하여 기른 다양한 종류의 묘목을 양촌초등학교에 기부하고, 가꾸는 법도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리하여 2013년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 1일 양촌초 김영숙 교장과 지산육묘장 최준호 대표는 ‘1교1사 결연식’을 하게 된 것이다. 


1인 1화분 육묘 기증은 다음해 6월, 동성초등학교에 “자연과 함께하는 교실”로 이어진다. 과채류, 엽채류 등의 다양한 육묘를 싣고서 인근 동성초등학교를 방문하였다. 그 육묘는 4학년 5개 반으로 나누어져 1인 1화분 가꾸기로 이어졌다. 식물의 성장과정을 가까이서 관찰하는 자연체험학습의 장을 마련해준 것이다.


목화잖아!?!”


자연학습은 어떤 식물로나 가능하다. 최대표가 목화를 처음 접한 것은 7~8년 전, 고향인 광석에서 아버님 친구분이 소 여물을 주는 데 목화솜이 달려 있는 씨를 주는 게 아닌가! 소 사료를 큰 마대로 수입하여 먹이는 중이었는데, 조금만 달라고 했더니 한 포대 주더란다. 그걸 다 파종했더니 무사히 커주었지만, 판매 루트는 없었다. 교육청을 통해 무료배포를 공지한 결과 대여섯 학교가 와서 가져간 게 목화 보급의 시작이었다. 


그 다음해 탑정리 수변공원에도 심고, 아는 곳 이곳저곳에 기증을 해왔다. 4년 전에는 일터인 육묘장 앞 큰 화분에다도 심어놨더니, 칠순 노인이 와서 감탄을 하더란다. “사장! 어떻게 목화를 여기서 보네?” 목화솜으로 시집, 장가를 갔던 세대라서 감회가 남 달랐던 모양이다. 우연찮게 드라마 ‘도깨비’를 보는데, 여자주인공 졸업식때 건네주는 꽃다발이 목화솜 화환이 아닌가! 순간적으로 올해는 목화를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년 전부터 지금까지 목화를 기증만 해왔지 팔은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올해부터는 판매하려고 현재 다량 육묘중이란다. 목화씨를 태국에서도 봤지만 구입은 못하고, 한국에서 힘들게 구하여 이제는 다량 기르고 있는데, 귀농하는 사람이나 누가 목화를 잘 기르면  조경용이나 꽃꽂이용으로도 경제성이 있지 않을까 예견한다. 


어쨌거나 최대표는, 목화가 상당히 교육적이라고 본다. 목화 옆에 역사 이야기를 써놔서 유래를 알게 해주고 싶다. 역사성도 그렇지만 정서성, 실용성에서도 으뜸으로 여긴다. 목화는 1년생 풀이 아니라 다년생 나무란다. 꽃도 환상적이지만 식용도 가능하고, 솜열매는 실내장식용으로 포근하고 귀해 보인다. 어느 도시나 동네 초입에 보면 대개는 팬지 같은 서양꽃들이 반기지만, 천편일률적이어서인지 감흥은 떨어진다. 논산의 경우 계백교 같은 첫 관문에 열평 정도 수북하게 심어 놓으면 “어, 저거 목화네?”하면서 반색을 하게 될 것이다. 


군사 박물관이 그런 경우이다. 2월 겨울에 거기 근무하던 지인이 불러서 들어가보니, 초입에 있는 20개 큰 화분을 보여주면서 “주말에 사람이 꽤 오니까 심을 게 없는지” 자문을 구하더란다. 겨울을 견디는 꽃양배추도 10월에 심어야만 가능했던지라 고민 끝에 보리 20kg을 샀다. 싹 틔워서 가져다가 처음에는 비닐 덮어서 뿌리를 내리게 했다. 비닐을 걷어낼 때가 되자 겨울에 파란 색 본 일이 없던 사람들이 감탄하면서 4월말 ~5월초까지 인기를 누렸다. 5월초에는 보리를 베어내고 목화로 교체하였더니, 오는 사람들마다 모여들더니만 “이런 곳에서 목화를 본다”면서 사진도 찍어가고 따먹기도 하더란다.  



무궁화 삼일홍을 아시나요


광석 천동리에는 무궁화가 무진장 도열해 있는 무궁화 농장 ‘장호’가 있는데, 최대표가 거기를 찾은 때가 7월이었다. 무궁화전문가 전병렬 농장주는, “무궁화 삽목 시기가 3~4월, 10~11월이니 어려울 거”라고 만류했지만, 호기심 많은 최대표는 지산동 농장으로 가져와 실험을 해보았다. 그 결과 다 살았고, 게다가 광복절날 착근뿐 아니라 꽃도 피는 현상을 목도하게 되었다. 연산 공부방 아이들에게 무궁화 화분을 선물하고자 하는 일념이 피어났던 것이다. 


무궁화에 대한 열정은 천안 성환에 무궁화연구소가 있는 심경구 박사와의 만남으로 만개한다. 삼일홍은, 심박사가 6년전 개발하여 작년에 특허를 받아놓은 관상용 무궁화이다. 일반 무궁화는 1년에 50~80cm 쑥쑥 자라는데, 삼일홍은 3년 자라도 30cm 정도의 크기이다. 게다가 3일간 연속하여 꽃이 핀다. “아니, 무궁화는 끊임없이 피고 지는데, 고작 3일 천하인가요?” 기자의 의구심에 최대표는 허를 찔러온다. 


“일반 무궁화는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해서 오래 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 삼일홍처럼 사흘 내내 피는 건 아니거든요.” 심박사는 삼일홍 보급권을 최대표에게 위임하면서 종자목 100그루를 건네 주었다. 무궁화는 일제가 우리 혼을 뿌리뽑기 위하여 나무 뿌리채 캐내버린 아픈 역사의 나무이다. 교육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무궁화 삼일홍을 최대표는 현재 100그루에서 10만 그루로 증식중이다. 왜군의 침략을 대비한 율곡의 10만 양병설이 새로운 양상으로 부활하는 듯싶다.



생명의 원리를 깨달으면


최대표의 도전심은 리미트 무한대 같다. 그가 터득해온 종묘와 육묘의 생명 원리는 이제 지역적으로는 국내 안팎으로, 품종별로는 다양화, 전문화로 달려가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먹는 채소가 아니라 건강에 좋은 약초류를 찾는 소비자층이 늘어가고 있다. 최대표가 예측하고 선별해온 다품종은 나름 다 이유가 있다. 당귀, 개똥쑥, 곰취, 곰보배추, 적하수오, 삼채, 양상추, 꽃상추, 비타민채, 적겨자, 쑥갓, 아욱, 청콜라비, 대 파, 옥수수, 오이, 호박 등 지산도시농업육묘장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과채류, 엽채류, 특용작물류가 즐비하다. 


호박만 해도 애호박, 단호박, 맷돌호박, 풋호박, 재래종 호박 등등... 오이 품목도 다다기오이, 청오이, 노각오이, 가시오이 등 다양하며, 전화가 오면 일일이 설명해 준다. 전문적인 지식이 딸리면 상담에 응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흐름에서 최대표는 평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몸으로 터득한 것들을 바탕으로 하여 “자가 발전”을 계속하고 있다. 생명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애정과 마음가짐이기에 가능한 자가 발전을... 


[글·사진] 이지녕


이 글은 『놀뫼신문』 2017-04-20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https://nmn.ff.or.kr/23/?idx=514366&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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