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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Apr 18. 2019

향적산의 향배,  주마간산 아닌 투림(投林)에서

- 향적산 #치유의숲# 조성 추이를 지켜 보면서

지난 3월 14일 계룡시청 상황실에서 향적산 치유의 숲 조성사업 설계용역 중간보고회 개최됐다. 이날 보고회에서 나온 계획에 따르면 향적산 치유의 숲은 엄사면 향한리 산50-1번지 일원 50ha의 면적에 총사업비 35억원을 투입한다. 치유센터, 치유숲길, 무장애데크길, 지형을 활용한 스카이네트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치유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다.



주민설명회에서 나온 제안들


지난 4월 10일에는 향적산 치유의 숲 조성사업 주민설명회가 개최되었다. 엄사주민자치센터 2층 대회의실 시민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산림조합중앙회 임기현 휴양문화팀장이 설명자로 나섰다. 이 자리에서는 투자계획이 50억으로 늘어났다. 타시군 사례를 통한 치유의 숲 이해를 비롯하여 기본구상 및 기본계획, 치유센터 건물 컨셉 및 공간 활용 계획 등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기존 숲길을 활용한 5개 코스 운영과 ‘어싱(맨땅요법)’ 및 대상별/계층별 프로그램 개발 이야기도 나왔다.



설명회에 이어 시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만 간추려 본다.

Q 건축물은 향적산(자연)과 어울리도록 곡선형 추천

- 건물 컨셉은 성균관 명륜당 열주를 모티브로 하였음.

Q 도로개설 신경 써주고, 자연훼손 최소화해서 개발했으면 함

-자연훼손 최소화하여 조성할 계획임

Q 오수 처리 문제

- 현재 오수 방출기준 20ppm인데, 10ppm까지 정화해서 저수지에 방출 계획

Q 향한리 물탕집 옆 골짜기 활용한 도둑체험 등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개발 추천

- 청소년 대상, 생애주기별 프로그램 계획중. 추후 별도사업으로 유아숲체험 시설 고려.

Q 산불방지, 등산로 조성시 여성들 노린 우범지대 되지 않을까 우려됨.

- 안전문제 확실하게 하겠음.

Q 매점 등 주민 소득 증대에 보탬이 될 내용 구체적으로 명시

- 매점 공간 없으나 편의시설 검토하겠음.

Q 하나를 하더라도 우수 자재 사용 등 제대로 투자 바람

- 계룡시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음.



숲만큼 무성했던 논의사항들


이날 주민 설명회는 그 동안 몇 차례의 중간보고회를 거친 결과물로서 최종보고의 성격도 띠었다. 작년 7월 24일 ‘향적산권 종합개발계획 연구용역’ 중간보고회에서는 개발철학이 논의되었다. 향적산 개발의 기본방향을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성을 담보로 한 자연과 인문의 조화’에 두었다. 이를 위해 설정된 비전은 ‘조선천도 역사와 지혜의 깨달음으로 건강해지는 역사인문․생태 치유의 숲, 향적산!’ 이날 보고회에서는 스토리텔링 개발과 이야기 길 조성, 향적산 생태건강 신토불이 먹거리 육성, 향한리 문예촌 조성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갔다.

작년 11월 16일에는, 2020년 계룡세계군문화축제 개최시기에 맞춰 개장하는 것을 목표로 향적산 치유의 숲 조성사업 설계용역 착수보고회가 개최됐다. 이 보고회에서 안일선 부시장은 “향적산 브랜드화 및 홍보 마케팅을 통해 친환경 공간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2월 21일에는 ‘향적산권 종합개발계획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8개 영역의 개발계획이 발표되었다. ▲향적산 산림복지단지 조성 ▲스토리텔링 개발과 이야길 조성 ▲향적산 경관계획 및 관리 ▲생태치유 어드벤처파크 조성 ▲생태치유 벚꽃길 조성과 체험축제 ▲향적산 생태건강 신토불이 먹거리 육성 ▲향한리 문화예술마을 조성 ▲향적산 브랜드화 및 장소 마케팅 ▲주변마을과 연계발전 사업이 그것이다.


향적산 산림복지단지는 치유센터, 숲길, 유아숲체험원, 자연휴양림 등을 조성하여 산림문화‧휴양, 교육 등의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체류형 관광객 유치할 계획이다. 스토리텔링 개발과 이야기길에는 이성계 천도의 길, 행차 등 광장, 조형물 등이 설치되고..... 생태 치유 어드벤처파크는 곤충원, 식물원, 짚라인, 스카이워크, 미니골프장, 패들보트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또 지역 주민, 상권과 상생할 수 있도록 감성체험장, 도곡리 벚꽃길 등 향적산 인근 자원과 연계한 관광자원, 브랜드, 상품 개발 등에 관한 내용도 종합개발계획에 포함됐다.



향적산의 힐링숲, 이제부터다


지난 10일 발표된 향적산치유의숲 조성사업 주민설명회 PPT 자료는 100여 페이지에 달한다. 장밋빛 청사진 이대로 돼주기만 한다면야 계룡시의 새 명소로 손색이 없을 거 같다. 계룡시민 각자가 가지고 싶었던 거대 별장과 정원을 지니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성싶다. 계룡시의 랜드마크로, 계룡산의 관광명소로 기대감도 자못 높아진다.


문제 중 하나는 예산이다. 35억이든 50억이든 재원확충이 관건이다. 더구나, 현재 예산은 시작일 뿐이다. 향후 얼마나 더 큰 예산이 들어갈지 지속적이고도 충분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주민설명회도 이걸로 끝이 아니다. 전문용역사나 시청직원은 자칫 탁상행정에 그치는 수가 있다. 거기에 사는 주민이나 산 오르는 시민들을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는 ‘지혜를 구하는 행정’이 절실하다.



자연의 한복판인 산이나 수변길에서 이질적인 인공물들을 보노라면 거부감이 생겨난다. 같은 돈이지만 좀더 자연친화적인 발상과 건축소재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에 속이 상하면서 정이 덜 간다. 외지에서 향적산을 찾는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드리우기 위해서는 중지(衆智)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에는 내로라 하는 힐링숲이 지천이다. 그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능가하려면, 후발주자로서 웬만한 예산을 투자하여 따라잡는다는 게 가당찮다. 그럼에도 향적산은 부가 있다. 향적산 이름 그대로 향기가 엄청 큰 재산이다. 영험함을 품은 계룡산의 전설과 역사, 민초 민병들의 크고작은 이야기 광맥과 결합하면 무한대 시너지이다. 타지인이 누리기 전, 우리 계룡시민부터 만족하고 누려야 할 그 무언가를  함께 찾아내어서 진상해나가야 할 것이다. 향적산의 힐링! 이제부터다, 진행형이다.


[글] 이지녕

위 사진은 계룡시에서  제공하였습니다.

이 글은 『놀뫼신문』 2019-04-17일자 8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향적산의 향방, 주마간산 아닌 투림(投林)에서]

https://nmn.ff.or.kr/20/?idx=1809468&bmode=view












[향적산 힐링숲에 붙여]


‘훼손’ 아닌 ‘천혜’의 숲으로 거듭나기를


향적산 오르는 길은 여럿이다. 향한리 무상사쪽, 엄사리 방향, 청송 약수터쪽이 주등산로이다. 나는 청송약수터쪽에서 올라간다. 10여 년이 넘은 거 같다. 웬만한 눈비에도 오른다. 그러다 보니 산 친구도 좀 생겼다. 일흔 넘은 나이에도 조기 출근하는 노익장들을 만나면 가끔씩 인사도 나눈다. 약수터 들려 목 적실 때 눈 인사 친구가 되기도 한다. 산에서는 너나없이 친구다.


싸리골까지 점 찍고 되짚어오면 두어 시간 걸린다. 향적산은 누구나 걷기 편한 포근한 산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흙을 밟을 수 있어 황토길 느낌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댔는데, 향적산도 조금씩 변해왔다. 언제부터인가 등산로에 양탄자도 깔렸고, 나무계단도 설치가 되었다.


향적산(香積山)은 향나무가 많이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소나무 사이로 향나무들이 숨어 있다. 지난 번 시민과의 대화 때 향한리 한 주민은 “국사봉의 ‘사’자가 스승사(師)인데 두마지에는 일사(事)로 되어 있으니 수정 바란다”고 발언하였다. 국사봉(國師奉)은, 나라의 왕을 가르칠 스승이 이곳에서 나온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이성계가 신도안에 도읍을 정할 때 친히 올라가 국사를 논했다 하여 국사봉(國事奉)이라는 설도 있다. 권위있는 기관에서 확실하게 교통정리해 주면 좋겠다.


이름이야 어쨌건, 산은 요지부동인데 몇해 전부터 향적산에 거센 바람이 몰아쳐왔다. 향적산이 치유의 숲으로 조성된다는 소식이 발표되었고, 2021년이면 힐링숲으로 완공이 되는 모양이다. 현재 향적산 철탑 아래는 대부분 벌목 상태다. 영산홍을 심으려 준비하는 거 같다. 내년 봄엔 아마도 영산홍 꽃천지로 천지개벽하지 않을까도 싶다.


올해 향적산의 봄꽃들은 유난히 향기롭다. 대자연은 거대한 교과서이다. 4계절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향적산은 계룡시민의 인생학교다. 숲속교실이 되어줄 향적산 치유의 숲은 향적산을 사랑하는 한 시민으로서 반기며 기대하는 바 자못 크다. 소시민의 쉼터로, 나아가 계룡의 명소로 소문이 나서 우리 지역 살림에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동시에 바라는 희망사항이 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최대한 살리면서 조성해주면 훨 낫겠다. 집단군락을 조성하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최소화하면 좋겠다. 밀어버리는 공간 중간중간에도 존중해줄 것을 최대한 살려놔주면 좋겠다. 힐링이 킬링이 돼서는 안될 일이다. 힐링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정원보다, 풍상을 견뎌온 고목과 이끼낀 바위가 제격이지 않겠는가.

 요즘 같은 신춘에는 나뭇가지에 연녹색의 잎사귀들이 수줍게 고개를 내민다. 햇살이 역광으로 비출 때 진달래꽃은 스탠드를 켜놓은 후광(後光) 같다. 새색시처럼 수줍은 제비꽃, 털솜 할미꽃, 이름 모를 야생화들.... 요즘은 영산홍이 꽃망울 터트리기 직전이다. 나의 종착역 싸리골의 싸리꽃도 꽃망울을 맺으려 한다. 천하의 백남준이가 와도 이리 지고지순한 작품을 시시각각 연출할 수 있을까? 행복은 저 멀리 파랑새가 아니라 바로 내 곁, 지척지간이다. 매일아침 나에게 문 열어주고 내 심신에 생기 불어넣어주는 동네산! 숲 특유의 향기 퇴적층이 켜켜인 향적산(香積山). 내가 이리 향긋한 파라다이스 곁에 두고, 둘레길이니 명산대첩이니 하는 곳 찾아나설 일 있겠는가!


[글] 김명숙 시민기자

위 사진은 계룡시에서  제공하였습니다.

이 글은 『놀뫼신문』 2019-04-17일자 8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훼손’ 아닌 ‘천혜’의 숲으로 거듭나기를

https://nmn.ff.or.kr/23/?idx=1809477&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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