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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Apr 27. 2019

100년후 눈물겨운 대장정 ‘임정(臨政)로드’

- 3·1운동100주년기념 기획시리즈(11)

그 동안 본지는 “3·1운동100주년기념 기획시리즈”를 10회 연재해왔다. 일개 지방신문사에서 이런 대기획을 10회 이상 지속하는 게 만만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공영방송 KBS 1TV “역사저널-그날”과 견주어 보면, 비교 아닌 비교가 되는 듯싶다(http://program.kbs.co.kr/1tv/culture/theday).


진행시간이 50분인 이 프로그램에서 기미년 3·1운동은 2회, 상해임시정부도 2번에 걸쳐서 다루었다. <3·1운동 100주년 기획>의 제1편 테마는 “파리 브로맨스, 김규식과 여운형”였다. ‘3·1운동은 왜 일어났나?’는 질문의 답은 “공화혁명의 시대 도래, 파리강화회의에서 식민지 해방 논의”에서 찾았다. 고종의 죽음이 망국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시점에서 1919년 김규식이 파리로 간 이유가 거론되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 김규식과 여운형 이야기가 다시보기에서 가능하다. 


이어진 211회 제2편은 ‘조선독립만세!’였다. 우리가 정확히 몰랐던 3·1운동에 관한 팩트들을 되짚어 주었다. 원래 3월 1일은 독립선언과 독립선언서 배포가 주 목적였다. 그런데 3·1운동은 조선 후기 민란과 비슷한 양상을 띄면서 전개되었다.  민족대표 33인 선정 과정, 민족대표 관련 소문의 진실을 파헤치는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33인 외에도, 일본의 만행을 글과 사진으로까지 남긴 스코필드가 34번째 민족대표로 불리는 이야기까지..... 

“역사저널-그날” 216회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획 1부 - 해피 버스데이 to 대한민국”이다. 3·1운동이 국내에서 동력을 상실해가자, 독립지사들은 상하이에서 새로운 정부를 구상하며 열띤 논의를 진행한다. 이 회의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호, 국회, 헌법이 정해진다.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 100년의 역사가 시작된 ‘그날’ 이야기다. ‘임시정부, 왜 상하이에 세워졌나?’ ‘내각책임제였던 임시정부의 내각’, ‘초대 국무총리로 임명된 이승만. 왜?’ 등의 내용이 거론된다. 


제2부로는 “임시정부 대통령 탄핵된 날”을 다루었다. 가장 먼저 대통령제를 시행했던 미국조차 단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했던 탄핵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임시 정부! 임시 정부 대통령 이승만은 왜 탄핵되었을까? 이승만 탄핵사유는 장기간 부재였다. 그의 임기 5년 6개월에서 법에 규정돼 있던 상하이 체류는 6개월뿐이었다. 결정적 탄핵 사유인 구미위원부 정체와, 이동휘가 레닌에게 받은 40만 루블의 행방 등등의 얘기가 나온다. 실크로드나 차마고도처럼 대장정에 속하는 “임정(臨政)로드”도 거론되었다. 


임정로드의 출발지에 도착한 논산


『임정로드 4000km』는 [오마이뉴스] 청년기자 4인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26년 여정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만든 본격 임시정부 투어 가이드북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충칭까지이다. 일본의 감시와 핍박을 피해 걸어갔던 항저우, 계림, 타이베이, 오사카……마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야고보 성인을 뒤따르듯, 곳곳에 깃든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좇아 떠난 임정로드의 기록이자 안내서이다.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이 탄생한 곳은 현재의 임시정부자리가 아니다. 서금이로, 그곳에는 표지석 하나 없다. 두 번째 청사 자리 역시 의류쇼핑몰인 H&M 매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란다.


우리 논산의 고등학생들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 대부분이 찾아가는 곳은 1926~1932년 존재했던 마지막청사이다.  “역사저널-그날”은  ‘임시정부, 왜 상하이에 세워졌나?’ 질문을 던졌다. 우리 논산도 던져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하구 많은 곳에서 왜 상하이냐?”


2016년 '글로벌 인재 해외연수'를 시작한 논산시가 중국대륙에서 상해를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교육로드이다. 출발 공항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다. 출국 순간부터 국제 감각을 최대한 익혀나가게 하기 위한 교육적 의도다. 목적지 선정은 최대의 관건이 아닐 수 없었다. 논산에서 자매결연의 연이 있는 공자의 고향 취푸(曲阜)도 검토됐지만 과거편향적이다. 북경도 역사적 과거에 치중된 감이다. 황명선 논산시장은 과거-현재-미래가 동시에 공존하는 상하이에다가 결재하였다. 


현지에 체류하면서 기관들과 방문지 등을 찾아다니며 철저한 사전준비와 해외연수가 끝날 때까지 총괄하는 오상근 대외협력실장은, 상해 가이드들에게 두 가지를 강조한다. “윤봉길 나이 25세, 우리 고등학생들 나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켜 달라. 두 번째로 방문하는 임시정부, 당시 그 문턱을 넘는다는 것은 사선(死線)을 각오하고 넘는다는 의미이다.” 이런 역사의 체득과 사관의 정립은 고교생들의 역사문화탐방 키워드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더 중요한 관점은, 현재요 미래이다. 총성없는 무역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 지근거리 이웃하면서도 서로가 모르쇠하기 십상인 애증의 대상국 일본과 중국..... 그 중에서 가장 앞서가는 경제도시 한복판을 통과해가는 동안 온몸의 세포들이 저절로 느끼게 되는 촉! 그것이 방대한 대륙 수많은 도시 중에서 세계10대도시 상해를 선정한 이유이다.


작년봄, 기자는 논산여고 2학년생들을 동행 취재하였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학교에서 어느 정도 선행학습이 되었는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아쉬움은 출발 전/후로 남았다. 전(前) 은 사전학습이고, 후(後)는 사후기록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올해 다녀오는 후배들은 작년처럼 여행의 전/후 아쉬움이 덜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 내용을 그대로 불러온다. 

 

남의 나라 임시정부를 지켜주는 고마운 나라


마지막날 밤은, 다음날 아침 7시 출발인지라 날밤새기도 여의치 않았다. 9시에 문을 여는 임시정부청사 인근에서 ‘신천지’를 스쳐 지나갔다. 19세기말 프랑스인 밀집 거주 지역으로 낮에는 커피샵, 밤에는 라이브도 하는 빠로 변신하는 지역이다. 


상해 도심에는 200억 호가하는 아파트지구가 있는데, 임시정부 주변 역시 100억 안팎의 초호화지구이다. 그러니 임시정부를 구심점으로 하는 예전건물들은 눈엣가시이다. 민원이 간단(間斷) 없단다. 그럼에도 중국정부는 이곳을 사수해 주고 있다. 해방 후 주소쪽지를 갖고 찾아오는 이곳 사람들을 보면서 새주인이 되었던 사람은 참으로 귀찮았을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구매를 해주었고, 내부 단장을 해서 이나마 틀을 갖추었다. 초입에 있는 쌍 태극기는 한땀한땀 자수한 것이라고 한다. 중국, 엄연한 사회주의 국가 어디에서도 카메라의 저지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치외법권이 적용될 만한 이곳에서 중국인 직원들의 표정은 단호하기만 하다. 중국 속의 한국, 임시정부청사에는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의 방명록이 있다. 귀국한 그녀는, 그러나 대한민국의 건국 법통이 상해임시정부에 있지 않음을 명시하는 교과서를 쓰라고 명한다.  



3박4일 하루 평균 보행거리는 1~2만보였다. 푸동공항 출발한 아시아나 항공기는 서해안의 피요르드 해안을 드론처럼 스캔하여 주었다.... 학생들의 해외여행 준비는 최첨단급. 중국에서 막아놓은 사이트들을 다시 열 수 있는 앱도 미리 설치하고 중국으로 투림했던 것이다. 이런 역량을 지닌 신세대들이기에 이번 여행기도 박지원의 열하일기 못지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시대가 달라졌고 ‘집단지성’이 리드해가는 트렌드에서 여행기를 한권의 집단저자가 되어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여행정보 같은 것만 담을 게 아니라 각자 섬세한 감성과 시작을 곁들인.... 그리하여 이 책이 내년 직속 후배들에게 전달되고 또 전달되어서 세계와 우주를 향한 시야가 드넓어지는 길라잡이가 되면 좋겠다. 


[글/사진] 이지녕

사진 일부는 논산시에서  제공하였습니다.

이 글은 『놀뫼신문』 2019-04-23일자 2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3·1운동100주년기념 기획시리즈(11)] 100년후 눈물겨운 대장정 ‘임정(臨政)로드’

https://nmn.ff.or.kr/17/?idx=1830329&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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