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감사 일기 (8)

앞으로의 길을 고민 중이다.

by 이한솔

1. 아템포님이랑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템포님은 나에게 브런치 글쓰기를 입문시켜준 아주 고마운 사람이다! 원래는 지인들과 취미로 개발한 Better라는 앱으로 혼자 감사 일기를 쓰고 있었는데, 아템포님이 공개적으로 작성하는 감사 일기들을 보며 나도 공개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이 쓴 감사 일기라도,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래서 정말 감사하다! 아템포님의 글을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브런치 글을 써볼 재미있는 기회도 오지 않았으리라.


사람이 남긴 글이나 그림에서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티가 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에. 주위의 사물들이나 사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어떤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가 나타나기 때문에. 물론, 공개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정제 과정이 들어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사이사이 느껴지는 포인트들이 있다. 글의 전반적인 내용은 수정하기 쉽겠지만, 평소에 생각하는 습관에서 비롯되는 말끝 처리, 사용하는 단어, 문장의 형태, 그리고 이 모든 것에서 비롯되는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 사람 고유의 색깔을 보여준다. 나는 그런 세세한 포인트에 꽤 민감한 편이다. 그리고, 아템포님의 글에서는 진심 어린 따뜻함이 느껴져서 좋다.


Better 앱의 방향성을 잡기 위해 오랫동안 감사 일기를 써온 아템포님에게 연락을 해봤고, 고맙게도 선뜻 만남에 응해주셨다. 아템포님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우리 앱에 대한 피드백도 받아서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 근데 사실, 나는 아템포님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더 좋았다!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설레는 일이었다. 엄청 특별한 이야기를 한건 아니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그 순간 자체가 좋았다. 글을 보고 연락해 사람을 만난다는 경험도 처음이었다. 이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다니, 정말 즐거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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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즐거운 만남이었다!!




2. 미리 길을 가 본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최근에 귀찮님의 그림 강의를 완강했다. 아이패드로 인스타툰을 그리는 노하우들을 정말 많이 배웠고, 나에게 또 인상 깊었던 건 프리랜서로서의 귀찮님의 경험과 의견들이다. 귀찮님도 예전에 별 대책 없이 퇴사를 했다고 한다. 현재의 나랑 비슷한 상황이다. 그리고, 요즘 내가 고민하듯이 귀찮님도 퇴사 후 어떻게 벌어먹고 살지를 많이 고민하셨다. 나는 아직 지원했던 대학원의 결과는 안 나왔지만, 만약 대학원을 안 가게 된다면 사실 다시 취직하면 그만이다. 그러면 당장 먹고 사는 건 문제없겠지. 그런데, 한 번 회사라는 굴레에서 빠져나와 보니 다시 회사에 들어가야만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며 성장하고, 더 큰 회사에 가서 더 큰 월급을 받고 일하며 잘 살아야지!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굴레에서 잠시 나와 다른 환경들에서 배워보고, 다른 환경들의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니, 전부처럼 느껴졌던 회사가 세상의 일부였다는 점을 느끼고 있다.


KakaoTalk_Photo_2021-04-04-15-59-26.jpeg 감사합니다, 귀찮님!!


지금의 백수 생활은 얼떨결에 찾아온 전환점이다. 참 재미있는 우연들이 겹쳐 일어난 특이한 해프닝이다. 혼자는 못 벗어났을 굴레에서 다른 도움들을 받아 벗어난 김에, 지금 조금 불안하다 해서 다시 그대로 굴레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 내가 불안하다 느끼는 건 회사에서 일하는 것 말고 다른 길은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창업의 생각도 없었고, 프리랜서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길이 있겠지. 최근에는 프리랜서로 살아봤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새삼 참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경험들을 해보고 있었다는 점을 깨닫는다. 내가 여태까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뿐.


귀찮님이 겪어온 프리랜서로서의 고민들을 듣다 보니 왠지 안심이 된다. 속이 뻥 뚫리는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건 아니지만 (제시해줄 수도 없겠지만), 지금 내 상황과 내가 느끼는 불안을 비슷하게 가지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아, 이거 자연스러운 과정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사실 나를 꽤 믿는 편이다. 대충 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새로운 걸 시작해도 얼마 후면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편이다. 귀찮님의 경험담과 진심 어린 응원들을 들어보니 별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애초에, 뭐든 하면 되지 않던가? 안될 이유가 없다. 아직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초등학생 때는 중학교를 걱정하고, 중학생 때는 고등학교를 걱정하며, 고등학생 때는 수능을 걱정하고 대학생 때는 갑자기 주어진 자율성과 취직을 걱정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걸 결국 잘 해낸다. 아직 경험을 한 적 없고, 그래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두려워하지만, 결국에는 잘 적응해 나간다. 그래서 두려움은 허상이다. 그냥 하면 된다.


미리 길을 가 본 사람들의 경험담은 처음 길을 가보는 사람들에게 앞을 조금 내다볼 수 있는 정보를 준다. 그래서 이 별 것 아닌 두려움을 많이 덜어준다. 미리 길을 가본 사람들, 그리고 그 경험을 남겨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3. 애완견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카페에서 이 글을 쓰다가 창 밖을 봤는데, 주인이 애완견을 나무에 잠시 묶어두고 카페에 들어온다. 애완견은 그 자리에서 가만히 문만 쳐다본다.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며 쳐다보고, 다른 강아지가 다가서려 해도 꼼짝도 안 한다. 문이 열릴 때마다 눈동자가 따라 움직이는 게 보인다. 주인일까 기대하는 눈빛. 한 5분 있었나? 하나도 안 움직이던 발이 움직이길래 봤더니 주인이 커피를 들고 나온다. 꼼짝도 않고 서있다가 주인이 보이니까 움직인다. 주인이 나무에 묶인 줄을 풀어주는 동안 일어서서 주인의 오른쪽 다리를 붙잡는다. 주인이 줄을 풀고 살짝 앞으로 가려는데 자꾸 일어서서 반가움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왜 이렇게 늦게 나왔어! 보고 싶었다구!'라고 투정 부리듯이. 주인이 앉아서 애완견을 안고, 엉덩이를 토닥여준다. 그리고 내려놓자 애완견도 이제야 만족한 듯 앞으로 걸어 나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 걸어간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기대하고, 늦게 오면 심술 나고, 그래도 얼굴 보면 반갑고, 다독여주면 눈 녹듯 풀어지고, 다시 같이 걸어가고 하는 마음은 다 똑같나 보다. 그래서, 방금 전 주인이 애완견을 생각해주고 달래주는 모습이 정말 예뻤다.


그냥, 기다리는 강아지를 보며 내 생각이 났다. 원래는 다른 걸 쓸 생각이었는데, 이 광경을 지켜보다가 잊어버려서 대신 쓴다. 애완견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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