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짜장 짬뽕이, 캘리포니아엔 CalMex가 있다.
CalMex란 California style Mexican food의 줄임말이다.
한때 나는 이탈리아에 가면 파스타, 일본에 가면 라멘을 먹는 것만이 잘 먹었다 소문나는 길이리라 굳게 믿고 있었으나 여행을 즐기고 자주 하기 시작하면서 더 잘 먹었다더라 소문나는 길을 알았다.
네덜란드에 가면 한끼쯤은 인도네시아 음식을 먹고, 호주에 가면 베트남 음식을. 한국에 오면 이탈리안 음식 (많은 외국인들이 실제로 꼭 먹어본다는) 베트남에 가면 프랑스식 코스요리를 먹어봐야 한다는 것.
한 문화가 새로운 문화에 들어가면서 서로 물들어 새로운 형태로 탄생하는 것들이 있다.
음식에서 그런 형태를 쉬이 찾아볼 수 있는데, 일본에 들어간 경양식 - 함바그 스테이크라든가 명란 파스타 등이 그렇고 우리나라의 국민 배달 메뉴, 짜장 짬뽕이 바로 그렇고 미국의 스시가 그렇다. 일본에선 찾아볼 수 없는 아보카도를 잔뜩 넣은 캘리포니안 롤 등등. 미국은 특히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이민 국가이다 보니 이렇게 미국식으로 변한 음식이 많다. 한 미국인 친구는 미국에서 흔히 파는 "쿵파우 치킨"이나 "오렌지 치킨"을 중국 여행 중 메뉴에서 한 번도 발견하지 못하고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나도 비슷한 문화충격을 "짜장 짬뽕"에서 받은 적이 있다. 짜장 짬뽕이 중국에 가면 없다니. 감당하기 힘든 사실이 버거워 탕수육은 의문조차 품어보지 못했다.
멕시코와 국경이 붙은 캘리포니아에서는 멕시코 음식을 정말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그 흔하기는 울나라에서 중국집 찾기 수준이라고 보면 될 정도다. Texas주 역시 TexMex라는 이름으로 멕시칸 음식을 꽤나 즐기는데 쉽게 구분해 설명하기 위해 잘 알려진 체인 한 가지씩을 꼽자면 TexMex는 파히타 등이 주가 되고 소스가 짙은 Chevy's, CalMex는 타코나 부리또를 위주로 하고 소스가 약하며 신선한 재료를 위주로 하는 Chipotle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멕시코 사람들은 둘 다 미국 음식이지 멕시코 음식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식이다.
나는 멕시코에 딱 한번 가보았는데 그때 문짝은 떨어진 채 구성진 음악이 가득하던 시골 음식점에서 먹었던 엔칠라다와 이름 모르는 요리들을 잊어버릴 수가 없다. 내가 아는 음식점 중 그나마 그곳과 가장 가까운 향과 맛을 내는 곳은 샌프란시스코 Mission 지역에 있는 El farolito 다. 좁다리 하고 들어가자마자 이미 내 머리카락에 기름이 잔뜩 내려앉은 것 같은 분위기의 후미진 가게. 그런 가게지만 점심시간에는 바깥길까지 워낙 줄을 길게 서서 삼사십 분 내에는 문 근처까지 도착하기도 힘들다. 원래 타코, 부리또는 제대로 된 식사가 아니라고 한다. 타코는 간식일 뿐이고 (사실 그 양을 보면 간식임이 백번 옳다.) 부리또는 밭에서 일할 때 새참처럼 먹는 음식일 뿐 멕시코를 대표하는 음식이 절대 아니라고 멕시코 사람들은 열변을 토한다. 그런 멕시코 사람들에게 가장 멕시코스러운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을 물어보면 El farolito를 몇 명이나 꼽을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곳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토속적인 향을 간직한 CalMex 부리또가 아닐까. 여행자들에게는 꼭 권해보고 싶은 곳이다.
El Farolito
2779 Mission st, San franci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