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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홍 Oct 30. 2021

정현종의 「섬」

우리 문학 이렇게 읽기(13)


"그 섬에 가고 싶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정현종(1939- ), 「섬」 전문

  


  우리에게 섬은 얼마나 많은가.   

  

  다도해, 시인은 지금 사람을 서로 나누어진 개별적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 사람 하나하나를 연결되거나 연관된 무엇으로 보지 않으니 틈이 생기고 사이가 있다. 그러니 사람들 사이에는 일종의 고립이 있고 그 상징적 실체로서 ‘섬’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섬은 ‘사람 - 1’의 숫자로 무한히 존재하는 일종의 끈, 고립이라기보다는 사람을 잇는 중간지대 같은 것이 된다. 섬은 낱낱이 우주를 품은 개별자인 사람을 잇고 이으며 그들의 근원적 고독과 외로움과 상처를 위무하는 상징이거나 추상이거나 절대거나 신앙이 된다.   

  

  시인이 가고자 하는 섬은 어디에 있을까. 두 줄의 시행이야말로 시인이 가고자 한 섬이 아닐까. 시인에게 시가 섬이라면 화가에게는 그림이 섬일 것이고 작곡가에게는 음악이 섬이겠다. 그러니 상인에게는 상품이 기능인에게는 공작물이 학자에게는 학문이 섬이 된다.    

 

  시인은 지금 섬을 사람에게 이로운 어떤 정신적 실체로 상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섬이 아니어도 된다. 섬이란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의 ‘이로운 기능’이 사람 사이에 있고, 또한 있어야 하는 것이니 우리에게는 무한히 많은 섬이 있다.     


  시가 있고 그림이 있고 음악이 있고, 상품과 공작물과 학문과 그밖의 무수한 섬이 있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우리의 섬에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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