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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Mar 10. 2019

시인의 집

시인 전영애 지음

어느날 서점의 서가를 누비던 내게 강렬하게 와닿는 책이 있었다. 노란색표지 적당하게 두꺼운 책등엔 시인의 집이라고 써있었다. 지은이는 전영애.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미 마음을 훔치고 눈을 끌어당기는 그 노란색은 마치 첫눈에 반하는 여인에게처럼 무의식적으로 내 손길을 끌어당겼다. 책의 목차를 살핀다. 거기엔 파울첼란이 있었고 릴케가 있었으며 카프카와 괴테가 있었다. 그리고 처음들어보는 시인들의 이름. 그들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내 갈비뼈 위로 다시 수레바퀴들이 구르는 것 같았다. 불안했던 저 1980년대 내내 나는 자주, 수레바퀴가 내 가슴 위를 천천히 굴러가고 있는 듯한 통증을 거의 신체적으로 느꼈다. 정말 신체적으로. 떨친 지 오래된 그 고통이 다시 생생해진다. 그러나 어느덧 수레가 되어, 나는 또 무슨 짐승의 위를 굴러가고 있는지.(12쪽)"라고 말하는 전영애 시인의 고통스러운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시인은 "개집만한 집"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머무를 수 있는 그래서 오랜 삶의 분투를 잠시나마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곳이 필요했는 지도 모르겠다. 시인은 그런 집을 찾기 위해 유럽의 곳곳을 누비며 시인의 집을 찾아 그들의 삶과 그들의 문학과 그들의 정신을 보고싶었다. 그래서 시인이 궁극적으로 해야할 일들에 대한 실마리를 얻고자 했던 것이다.

시인은 단순히 한 시인의 고향을 찾아온 것만이 아니라 시와 삶을 만나러 온 것같다는 생각에 줄곧 사로잡혔다고 했다. 어떤 한사람의 살아온 시간을 고스란히 한눈에 본다는 것은 쉬운일은 아니지만 한 문인의 생가에서 또는 생전의 집필실, 살아온 삶의 단편들이 요약된 것같은 기념관에서 그 사람에 대한깊은 생각에 잠길 때면 내 삶이란 것도 어떠해야 하겠다라던지 초라하기만한 내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야하겟다는 다짐같은 것도 생길지 모를일이다.


당연스럽게도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한번쯤이라도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집요하게 의미나 가치를 찾기 위해 내 시간을 쏟아부었던 적이 있었을까. 시인은 그 변두리 같은 삶에 소중한 무었인가를 찾기위해 한달음에도 족히 몇백km의 거리를 달려갔다. 거기에 해답이 있을 것같았기 때문이다. 골목길 하나하나에도 고뇌에 찬 그들의 그림자를 찾았고 그들이 지나간 발자욱에 자신의 발자욱을 놓아보았다. 그런 시인의 절박한 인생의 투영이 책 곳곳에 땀처럼 배여 나오고 있었다. 그런 그의 여정을 읽으면서 내 삶의 보잘 것없는 인생의 포기와 억지스런 합리화 같은 것이 생각났다. 투덜거리며 살아온 시간들이 부끄러워졌다.


전영애 시인은 평생 난파자의 목마름에 시달렸으며 글들의 바다를 떠다니며 늘 열린 문 하나를 찾아 헤메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 순간에 항상 망설이며 다시 서성거렸다고 했다. 벽앞에 서있는 것같았단다. 평생을 찾아 헤메었을 시인의 집은 어디였을까? 시인은 열린 문하나 달린 자신의 집을 찾았을까?


"말은 낡아간다. 유행가처럼 함부로 쓰는 말은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처럼 되살아 나는 말도 있다. 그런 말의 힘은 눈부시다. 시인이란 무엇보다 말을 아껴쓰는 사람이다. 한권의 책이 될 사연들도 때로는 정제된 몇행에 몇단어에 담는다. 시구가 읽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다시 큰 파장으로 증폭되고, 오랜 여운으로 남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시인은 아마도 자신의 집을 찾았을 지도 모르겟다. 자신의 집을 찾기위해 평소 시인의 텍스트로 삼았던 여러시인의 집을 발이 붓도록 헤메고 다닌 그 발자욱들이 헛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난 그렇게 그 오랜 시간에 큰 가치가 분명 있었을 것으로 믿는다. 아마도 "시인의 집"은 근래에 읽었던 그 어떤 책들보다도 더 영혼을 흔들어 놓은 책이되었다. 시인처럼 유럽전역을 찾아 헤메진 못할 지 모르지만 책 한권에서도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려고하는  깊은 사고하나가 내 영혼의 외연을 더욱 밝게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시인의 집을 읽고 그가 괴테자서전을 썻다(번역)는 걸 알았다. 10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주저없이 구매해서 읽고 있다. 그의 글이 너무 아름다웠고 시인의 글이 내게 영혼의 파장으로 증폭되었고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시인의 집

*게오르그 트라클

*파울첼란

*잉에보르크 바하만

*라이너 쿤체

*라이너 마리아 릴케

*하인리히 하이네

*프란츠 카프카

*베르톨트 브레히트

*볼프 비어만

*고트프리트 벤

*프리드리히 흴덜린

*프리드리히 쉴러

*요한 볼프강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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