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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Feb 28. 2019

슬픈짐승

모니카마론 -animal triste

200페이지 남짓한 소설을 읽으면서 3일씩이나 이렇듯 진지하게 읽고 또 읽고 해본적이 얼마나 될까. 한장씩 넘어가는 페이지는 너무나 무거웠다. 사랑의 무게가 있다면 그러할 것이다. 읽는 내내 가슴을 조여오는 기억들, 난 한글자라도 허투루 읽지 않기 위해 조그만 활자들을 눈으로 움켜쥐듯 읽었다. 하지만 순간순간 파고드는 지난 기억들은 붙잡고 있던 활자를 따라잡지 못하고 읽는 곳을 자주 잃어버리게 했다. 마치 숲속을 헤메는 길잃은 몽상가처럼.... 슬픈짐승은 그랬다.


어느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 그가 남겨둔 안경을 몇년씩이나 쓰고 근시와 뒤섞여 건강한 눈을 흐릿한 눈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렇게 해야만 그의 곁에 머무를 수있는 마지막 가능성이라 담담하게 말한다.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그리움이 신체에 가하는 감정이 가학적이기 까지하다. 광기같은 사랑이다. 놓아버리지 못하는 아득한 집착과 같은 그리움이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 말도않되게 절망같은 사랑을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군가 사랑했던 사람의 말로에 모든 것을 잊고 견딜 수 있다고 한다면 그는 사랑을 하지 않았거나 비참한 자신을 숨기고 싶은 상태에 다름 아닐 것이다.


엇갈림과 비틀림. 사랑에 종속되어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절대적인 노예의 삶을 살아가는 수동적인 삶. 나는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자의가 없는 삶.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것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사랑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숙주였던 것이다. 그렇다 그것이 사랑이다. 도저히 놓아버리지 못해서 뇌속에 각인되어 버리는 것이 사랑이다. 이미 사랑이라는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진 사람은 쉽게 나올 수가 없는 것이었다. 나오려 발버둥 칠수록 그 수렁은 아득히 깊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떠난 사람을 못잊어 수십년을 지독한 그리움속에서 살았던 것은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사랑이다"라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지나치기 쉬운 것들 중 가장 아쉬운 것이 사랑인데 얼마나 많은 순간 지나쳐 왔던지. 떠나간 사랑을 기다리면서  그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견디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건강한 몸을 스스로 망가뜨리기 까지 했던 것이다. 지금 사랑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인생에서 놓쳐서는 않될 가장 소중한 일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생의 그 어떤 성공보다도 가장 귀한 것이다.


"사랑은 바이러스처럼 침입하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안에 틀어박혀 조용히 머물러 있다가 어느날엔가 우리가 충분히 저항력이 떨어지고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할 때 그때 불치의 병이 되어 터져나온다"


"그러나 또 우리가 태어날때부터 사랑이 죄수처럼 우리 내부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상상할 수도있다. 사랑이 해방되어 우리들 자신인 감옥을 부수고 나오는데 성공하는 일은 가끔씩 일어난다. 사랑이 감옥을 부수고 나온 종신형 죄수라고 상상해보면 얼마 안되는 자유의 순간들에 사랑이 왜 그렇게 미쳐 날뛰는 것인지. 왜 그렇게 무자비하게 우리를 괴롭히고 온갖 약속안으로 우리를 밀어 넣었다가 곧바로 온갖 불행안으로 몰아 넣는 것인지를 가장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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