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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Feb 27. 2019

알라딘 중고서점

알라딘에서 책고르고 사기

알라딘에 들어서면 나는 보물찾기하는 초등학교 아이처럼 마음이 설렌다. 책으로 빽빽한 서가는 책들과 교감하는 아늑한 정령의 숲이며, 낡은 종이 냄새는 오래동안 묵은 포도주 처럼 달콤하다.

약속 시간이 남거나 약속한 만남이 예정보다 빨리 끝나서, 또는 만남과 만남 사이 알라딘으로 간다. 예전에는 책을 들고 카페를 찾아다녔지만 지금은 책을 사러간다. 굳이 사지않아도 좋다. 그저 수많은 책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이 있다. 어쩌다 생기는 자투리 시간의 행복은 그렇게 채워진다. 


서점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우선 최근에 들어온 책부터 둘러보기 시작한다. 거기엔 온갖 사상과 온갖 철학과 온갖 처세와 온갖 삶의 지혜들이 뒤 섞여있다. 거기엔 어떤 구분도 없다. 다만 최근에 고객이 팔고간 책이라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이런저런 책들이 구분되거나 분류되지 않은채 한데 꽂혀있다. 오히려 정갈하게 분류된 코너보다는 이렇게 뒤섞인 것이 좋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위해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하나 둘 책들을 살피기 시작한다. 지난 번 방문뒤로 1주일 정도 밖에 지나지않았다. 낮익은 책등들이 많이보인다. 하지만 똑같은 책등을 내밀고 지난번 그자리에 그 책이 꽂혀있어도 반갑다. 이책이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구한 운명에 가벼운 연민의 혀끝을 찬다. 그리곤 다시 책속의 책속으로 한없이 들어간다.


그러다 마음을 끄는 책을 만난다. 낮익은 제목과 낮익은 저자의 이름. 두근 거리는 맘으로 책을 살핀다. 밑줄이 그어져 있거나 심하게 변색되거나 하는 책은 아쉽다. 특히 밑줄이 그어져 있는 책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앞전에 읽은 독자가 맘을 빼앗긴 구절이 내맘에도 공감이 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그 공감글에 나 또한 공감하고 싶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하게 변색되거나 구겨지거나 찢어진 페이지가 있는 책은 아쉽지만 들고 올 수가 없다. 그렇게 그 책이 한참이 지나도록 꽂혀 있는 것을 본적이 있다. 혹여 다른 책인가 하여 들고 보지만 역시 그 책이다. 언젠가 윗쪽 모서리에 볼펜으로 투박하게 이름이 쓰여진 것을 본적이 있다. 그 책은 "노동의 배신"이라는 책인데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 책이다. 그 책을 알라딘에서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책상태는 깨끗했지만 이름이 쓰여져 있었다. 그것도 책의 윗쪽에 삐뚤한 글씨로 이쁘지 않게. 나는 아쉬운 맘을 접고 그자리에 그냥 두고 왔었다. 그런데 한달뒤 나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자리에서 다시 노동의 배신을 보게 되었는데 바쁜일에 쫒기기도 하고 반가운 맘에 대충흩어보고는 계산을 하고 들고 와버렸다. 나중에 보니 그 책이었다. 허허하며 웃었다. 이 책이 내집에 오려고 여태 그자리를 지키고 있었나보다 생각하니 귀하게 여겨졌다. 그렇게 들고 오지 않았더라면 "노동의 배신"은 내가 읽어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방금 팔고간 책코너를 돌고나면 1년이내 발간된 책코너로 간다. 거기엔 비교적 깨끗한 책들이 많다. 최근에 발간된 책이라 읽고 싶은 책들도 많다. 다만 가격이 좀 나가는게 흠이다. 새책대비 70%정도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보다 겨우 20~30%정도 싼값이다. 새책과 중고서적중 가격때문에 구매에 많이 고민이 되는 책이 있다. 유시민작가의 책 "역사의 역사"가 그런 책중 하나였다. 인터넷 구매로 새책이 14,400원 알라딘의 책값은 11,200원이니 3,200원의 차이가 있다. 물론 책상태는 최상이었다. 책을 들고 한참을 고민했다. 사실 중고서적을 구매할 때 어쩐지 맘이 쓰이는 것은 작가가 가져가야할 인세다. 중고로 구매할 경우 작가에게 돌아갈 인세가 없어진다. 판매부수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출판업계에 어쩌면 좋치않은 영향을 줄 것같은 걱정도 든다. 어줍잔케 늘어진 걱정이 스스로 계면적기도 하지만 출간된지 얼마않된 책마저 잠식한다면 걱정은 걱정이다. 책값이 너무 비싼데 요인이 있다고들 말하지만 읽고 여운이 오래남는 책이라면 짜장면 두세그릇값에 가지게 되는 인생의 여운과 삶의 배움과 깊이를 생각하면 사실 비싸다고 할 수는 없겠다. 출판업계의 불황이 책을 읽지 않는 시대 영향도 있겠지만 어쨋든 쏟아지는 책들에 파뭍여 책값 걱정않고 많이 읽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작가가 가져가야할 인세도 어느정도 보장되고 책값도 적정하게 책정되어 구매하는 독자도 많아져 출판시장이 활성화되면 좋겠다. 책읽는 국민이 많은 나라 강국이 되는 한 요인이 아닐까?

어쨋든 말이 옆으로 새긴 했지만 결국 당일날은 "역사의 역사"를사지 못했다. 새책으로 구매하겠다는 결정을 한것이다. 그저 출판업계와 작가의 주머니는 내가 채워줘야지하는 주머니 가벼운 독자의 아량이었다. 그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겟다. 


그렇게 서가의 순례를 마치면 다음으로 가는 코너는 책의 카테고리에 따라 분류된 곳이다. 그곳은 소설, 시, 인문학 등 여느 서점과 마찬가지로 정갈하게 분류된 곳이다. 사실 이곳이 내겐 보고같은 곳이다. 내맘을 심하게 끄는 책들은 드물지 몰라도 절판 또는 품절된 책을 만나기도 하는 곳이다. 특히 소설들은 이미 오래전에 - 20년가까이 오래된 책들도 있다. 초판본도 있다. 책은 낡고 변색되기는 했지만 그리 거슬리는 부분이 없는 깨끗한 책들이다. 그리고 오래된 책들이라 그 책에 적힌 정가는 무려 20년전의 정가다. 그 정가보다 비싸게 책정된 책들은 없다. 그래서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바구니에 덜썩덜썩 넣는다. 심윤경작가의 2002년 "나의 아름다운 정원" 김영하 작가의 2003년 "검은꽃" 임철우 작가의 2002년 "등대" 그리고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은 무려 1998년에 출간된 책이니 20년이 넘은 책이다. 이 책들은 대부분 개정판이 나오기는 했지만 절판된 책들이다. 초판본으로의 가치는 모르겠지만 이런 책들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집에 도착하는데로 알라딘에서 붙여둔 정가를 뗀다. 이 정가표는 쉽게 떼지는 재질로 만든것이라 아무런 흠집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책에대한 배려가 아닐까 해서 작은 것에도 감사하다. 그런다음 이리저리 책표지부터 살펴보고 만져보고 한다. 비로서 이 책이 내 책이 된 것에 대한 의식같은 것이다. 그러다 보면 아주 오래전 부터 내 책이었던 것같은 느낌마져 든다. 


오래전 헌책방을 순례하곤하던 중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빈주머니에 하굣길에 들을 수 있는 헌책방은 내겐 작은 놀이터 같았다. 한참을 책을 고르고 뒤져보고 읽어도 늙은 주인은 묵묵히 그저 자기일만했다. 500원짜리 1,000원짜리골라 턱밑에 내밀면 운좋게도 그냥 가져가라는 책들도 있었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곳을 알라딘이 대신해 자리를 열었다. 내가 자주 가는 곳은 대구 상인점이다. 이곳은 그리 크지 않은 매장이지만 시내에 위치한 매장보다 읽고 싶은 책들이 더 많은 곳이다. 그 이유는 대충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부류와도 상관이 있는 듯하다. 그냥 짐작만 그렇다. 내가 가진 취향과도 맞는 곳이니 이 지역은 나와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근거없이 ....


좋은 책고르는 TIP 

1.방금읽고 둔 코너에는 의외로 좋은 책들이 많다. 

2.품절,절판된 코너도 있는데 정말 좋은 책은 중고매점에 잘 안나온다. 

3.1년된 코너는 책값이 좀 비싸다. 온라인 서점에서 가격비교 후에 구매를 결정하길 권한다.

4.오래된 책은 일단 검색 후 방문하거나 목록을 적어서 매장에서 출력하면 숨어서 기다리는 책을 만날 수 있다.

5.고객이 방금 팔고간 코너는 운좋으면 좋은 책을 낚아챌 확율이 높다.

6.서가의 제일 아래쪽에는 고객들 눈길이 잘 않가는 곳이라 한번쯤 흩어보면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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