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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Mar 19. 2019

독자가 주도하는 출간

절판, 품절도서의 재출간을 위해서 

몇해 전이었던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받게됐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온라인 교보문고에 검색을 해보았다. 재고가 있는 서점이 전무했었다. 출판된지 오래(2007년, 창비)되었고 대중적으로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작품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몇일 후 각 서점에는 재고가 수백권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반가운 마음에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주문해서 읽었지만 늘 좋은 책들의 절판이 아쉬웠던 나는 이런 계기라도 있어야 좋은 작가의 좋은 책을 다시 만날 수 있는 현실이 조금쯤 슬프기도 했다. 


난 대부분의 책들을 책을 읽으면서 선택하곤 한다. 책속에는 작가가 다른 책에서 인용한 문구라던가 책들에 대한 소개가 아주 많다. 하지만 대개가 절판되었거나 품절상태라 중고서적으로도 구하기 힘든 책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중고서적으로 나오는 책들도 어마무시한 중고가를 자랑한다. 아마도 책의 희소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꼭 읽어보고 싶거나 소장의 욕심이 없다면 정가의 몇 배나되는 책을 선듯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의 출판문화 역시 대중적이지 못한 책들에 관해서는 재판도 어려운 실정이다. 


얼마전 강신주 교수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읽으면서 알게된 프랑스 철학자 메를로퐁티가 있다. 그의 "휴머니즘과 폭력"은 최상급의 중고서적이 75,000원을 호가한다. 더 비싼 책들도 있겠지만 이러한 책들은 언제라도 출판사 사정에 따라 재판 또는 개정판이 나올 수 있는 책들이라 선듯 그 가격에 구매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예컨데 출판 인쇄기술이 낙후되었던 전근대시대의 책들이라면 책의 희소적 가치나 역사성 때문에 어느정도의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할 용의가 혹 있을지도 모르지만 요즘 처럼 개정판이 오히려 번역이라던가 책의 질적인 면 그리고 책의 디자인면에서 보면 더욱 탁월하다고 볼 수 있어서 초판의 매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또한 주관적이긴 하지만 2000년대 이후의 책들과 그 이전의 책들을 비교해보면 표지 디자인도 책의 줄간격 활자의 폰트, 자간 이런 것들이 독자의 편에서 불편한 책들이 많았다. 그래서 2000년대 이후의 개정판들이 오히려 더 많이 팔리기도 한다. 이런점은 책이나 신문등지에서만 홍보되는 등 책의 출간을 알리는 기회가 인터넷, SNS 등 매체의 발전으로 인해 더욱 넓어졌다는 데에 기인하기도 한다. 


절판, 품절된 책들에 대한 아쉬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나는 우연히 클라우드펀딩처럼 독자가 책의 출판을 결정하고 후원해서 재출판하는 기회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출판사별로 독자의 요청을 받는 게시판을 만들던가 카페나 밴드 등을 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출간에 필요한 부수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최소 3000부정도이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수도 있고 반대로 책의 대중성을 따져보면 쉬운일도 아닐 거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어렵더라도 출간 부수에 근접하는 독자의 요청이 맞아 떨어지도록 오랜 기다림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책을 내가 소장하여 읽을 수 있다는 기다림 또한 행복한 기다림이 되지 않을까. 


좋은 책은 꾸준히 출간되어야한다는게 바램이다. 저자는 죽지만 독자는 세월이 지날 수록 더욱 많아지고 다시 태어난다고 하지 않던가. 시대적 상황이나 이슈가 되면 다시 출간되는 기회를 얻어 더 많은 독자에게 읽혀지는 일이 종종 있지만 그러기 전에 독자가 나서서 좋은 책을 재출간하는 기회가 반드시 생겼으면 한다. 잠자던 책들을 불러 일으켜 깨우고 더 많은 독자에게 읽혀지기 위해 세상에 다시 나오게 하는 일은 출판계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독자가 주도하는 출판문화 역시 바람직하지 않을까? 




#메를로퐁티#휴머니즘과폭력#인권의발명#린헌트#돌베게#문학과지성사#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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