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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Sep 30. 2020

재즈와 살다

책을 읽으면 가끔 같은 시대를 살아온 저자에게서 

지나온 삶에 대한 공감같은 것이 느껴 질때가 있다.

[재즈와 살다]의 최규용씨가 그러했다.

재즈를 삶의 BGM정도로 듣고 살아온 내게 

재즈가 누군가에겐 일상이었구나 할 정도로 재즈의 깊이를 알 수 있게 했다.

혼자 영화를 보면서 

또는 지독한 외로움을 달랠때

산을 오르면서

심지어는 매일 스쳐지나가는 도시의 풍경속에서도 재즈는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했다.

아마도 그가 나와는 3살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 동시대의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살아온 시대가 

그런 감성적 아픔을 느끼고 떠올리게 하고 

나 또한 비슷한 경험들을 거치면서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의 시절 알 수없는 외로움과 삶이 주는 공허감을 이겨내기 위해 음악을 들었다.

종종 엉망으로 취해서는 직장에서 마련해준 조그만 숙소로 기어들어가

없는 돈으로 구입한 싸구려 중고앰프와 스피커와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곤 했다. 

취기가 모자랄 때면 소주 한병을 더 사와서

딱딱한 오징어를 굽지도 않고 안주삼아 소주를 마셨다. 

그 때 들었던 음악은 메탈음악도 있었고 아트락도 있었으나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이 재즈가 아니었을까 싶다. 

재즈는 그런 것이었다. 

어두운 방 외로움은 마치 벽면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습기와 같은 것이었다.

전혀 고급스럽지 않았고 누군가 안아줄 따뜻함 마져도 없었을 때

재즈는 고스란히 나를 안아주었었다. 

하지만 어느새 그런 청춘이 지나가고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서서히 삶이란 팍팍함이 끼어들고

그래서 

한켠에 자리잡고있던 오디오와 LP들이 삶에서 밀려나 짐짝처럼 창고로 내려가고

음악은 저만치서 사치가 되어 나의 삶과는 어울리지 않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이제 어느덧 50대 중반을 넘어선다. 

하던 일을 내려놓고 후배들에게 물려주어야할 처지가 되었다. 

이런 요즘 갑작스레 찾아온 음악은 

그 옛날 골방에서 위로가 되어주었던 그것처럼 

지친 인생을 어루만져주는 안식이 되었다.


오늘 sonny rollins의 The Bridge를 만났다.

3년간의 칩거를 끝내고 낸 그의 첫번째 음반이다. 

전성기의 그가 홀연 잠적하여 대중에게서 사라졌다. 

그 이유가 건강이든 자신의 연주에 대한 부족함을 느껴서였든 

그에게는 잠정적 휴식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소니 롤린스는 은둔의 3년간 윌리엄스버그라는 다리위에서 하루에도 몇시간씩이나 

재기를 꿈꾸며 연습했으며 The Bridge는 그 3년의 결과물이었다.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준 음반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대중에게 새로운 연주를 보여주기 위한 피땀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30년 정도의 직장생활에서 한번도 휴식이란 달콤함을 느껴보지 못했다.

그저 치열하게 살아왔고 한달정도만 있으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남은 미래에 대한 걱정도 밀려오지만 

당분간은 쉬면서 지친 삶을 달래줄 생각이다. 

달랑 하나 있는 아들도 이제 졸업을 앞두고 다행히 취업을 해서 멀리 떠난다. 


이런 내게 재즈와 음악이 분명 남겨둔 삶에 위로가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재즈가 주는 자유로움과 혼돈과 질서가 내겐 또 다른 삶을 기대를 하게 한다.

더 나은 물질적 풍족함을 기대하진 않는다. 

남은 인생에 대한 보장도 없이 전성기에서 과감하게 내려온 롤린스의 용기처럼

어느날 몇 년정도는 더 앉아있어도 되는 자리를 과감하게 던져버렸다. 


보장되지 않은 남은 삶에 근거없는 장미빛 희망같은 것에 메달리지는 않는다.

내게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면서 살아갈 생각이다. 

계획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 

연주에 방해되지 않는 솔로 애드립처럼 치고나오다 물러나고 

흥이나면 또 자유롭게 스윙하는 인생이면 그만이다.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내겐 .......



PS : 혹시 타이달 들으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들어가시면 책에서 언급된 음악들이 있습니다. 

        한번쯤 일청해보시면 좋을듯합니다. 책과함께 들어도 좋겠습니다 ^^ 

https://tidal.com/browse/playlist/8e798fcf-8cf9-42c8-9354-39062d8c6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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