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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Oct 06. 2020

쾰른 콘서트

Keith Jarrett

처음 들어보는 맑고 투명한 피아노다. 

수심 깊은 바다, 저 심연의 맨살까지 보이는 투명함. 

귓전을 울리는 소리에서 마치 물이 떨어지는 듯한 청량감이 느껴진다. 

그의 피아노는 정상이 아니다. 

급하게 공수하느라 겨우 조율은 했지만 몇몇의 음들은 제소리를 못 내준다. 

하지만 그는 그 불량한 건반들을 아랑곳 않고

제대로 소리를 내주는 건반만으로 즉흥연주를 한다. 

1시간이 넘는 연주시간 

몇 개의 음으로 만든 변주, 변주에 변주를 거듭해서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그 불안한 건반들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창조물이 되었다. 

아마 키스 쟈렛도 그러했을 것이다.

연주 간간히 터져 나오는 그의 탄성인지 신음소리인지 모를 음성

난 그것이 신들림의 탄성으로 들렸다. 

미친 듯이 건반 위에서 춤을 추는 그의 손가락 끝이 내뱉는 

황홀함의 탄성. 

자신도 느꼈을 완벽한 반전의 음계들. 


잘 나가던 인생이 어느 날 갑자기 곤두박질칠 때가 있다. 

꼬이고 꼬여 저 나락 끝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을 만들어 낸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아찔함. 

내려갔다가 그 탄력으로 다시 올라가도 

저 끝 무시무시한 지옥의 기억은 그대로 남는다. 

다시 무서운 속도로 올라간다

하지만 그 속도의 배 이상의 속도로 내려가는 두려움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공허함이 때론 나를 무심하게 던져버리게도 한다. 

포기하다시피 나를 내동댕이 친다.

그 던져버린 무욕의 순간이 

예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나를 만들기도 한다. 


키스 쟈렛의 쾰른 콘서트가 그랬다. 

PS : 쾰른 콘서트의 타이달 링크

https://tidal.com/browse/album/77620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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