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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May 10. 2016

노무현 평전

그를 그리워합니다

5월입니다.  한해를 시작한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1/3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시간이란 것이 저멀리 아득한 미래로부터 시작해서 눈앞에 보이기도 전에 과거가 되어 버리는 느낌입니다. 그냥 허투루 보내버린 넉달은 아니었지만 이토록 빨리 가다보면 부지간에 백발노인이 되거나 어느날 갑자기 죽음이란 것에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슬픈 생각도 듭니다. 목숨에 미련같은 걸 두어서라기 보다는 아무것도 남겨둔 것 없이 허송으로 보낸 세월 탓에 자신과 가족들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지난 달에는 우연하게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노무현대통령의 후원사이트를 알게되어 후원회원으로 등록했습니다. 그저 지인의 권유로 그리되었던 것인데 이제라도 좀 나이든 만큼은 알고 살아야되지 않겠나하는 마음으로 별 망설임없이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팥캐스트도 듣고 그쪽에 관련된 책도 읽으면서 우유부단하기만했던 취향이 조금쯤 정치판을 향해 약간은 삐뚤하게 된 탓도 있었을 겁니다. 가입한 차에 이리저리 사이트를 흩어 보면서 느낀 것인데 나라는 사람은 참, 인간 노무현에 대해 정말 아는 것이 없음을 알고는 민망해졌습니다. 보수꼴통과 수구언론 그리고 그들의 개노릇을 하던 검찰의 온갖 음해와 과장되고 악의적인 선동으로 노무현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게시판의 글을 읽고 나는, 그들이 느꼈을 깊은 한숨과 억울함과 비통함을 가슴깊은 공감으로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미 들어 알고 있었던 내용이기도 하지만 7년이란 시간의 무심함이 그때의 게시글을 절실하도록 가슴에 와닿지 않게 한탓도 있었습니다.

사실 나라는 사람은 TK에 사는 사람입니다. 한나라나 새누리 깃발만 꽃아도 당선된다는 바로 그곳에 사는 사람입니다. 그 텃밭의  나는 듣고 보는 것이 온통 보수인지라 여론이나 민심 이런 것은 여과되지 않은 채로 들리고 보여주는데로 듣고 보고 살았기도 합니다. 필터역할을 할만한 장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정치같은 것에는 워낙에 관심을 끊고 살게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뉴스든 신문이든 인터넷의 짧은 기사거리든 정치라면 우선은 멀지감치 밀어내고 보았습니다. 술자리에서 정치얘기만 나오면 할 말이 없어져 벙어리가 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이쪽저쪽에 관심을 기웃거리기 시작하고는 그동안 알지 못한 사실을 드문드문 알게 되었고, 속고 기만당하고 유린당했던 이 나라 국민으로서 깊이 패인 자존감의 상처를 보았고 그 상처가 느껴지자 너무도 아리고 아팟습니다. 그리고 분하고 억울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중은 유력 정치인과 주류 언론이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프레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주류 언론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타이틀, 정치인의 강력하고 선동적인 수사 앞에서 대중의 이성은 무장해제되기 십상이다.


요즘 뼈아프게 느끼는 것은 우민화 되어있었던 나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관심을 끊고 살았던 것이 자기결정에서 기인한 것이아니라 디테일하게 기획되고 계획된 정치공작의 결과라는 사실에 섬뜩해지고 무섭기까지합니다. 나와는 반대로 선거때마다 무조건적 지지와 환호를 보내는 이 지역 대중들의 모습 또한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냈던 대중들. 그들에게는 지금 과연 무었이 남아 있는 걸까요. 그들은 또 무었을 얻었길래 그렇게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었던 걸까요. 남은 것없는 빈손을 들고 마치 인형의 손짓을 보내는 것을  음흉하게 즐거워하는 한축이 보여집니다.

이달 22일 나는 군에서 첫 휴가를 나오는 아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봉하마을에 가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계획을 어머니에게 알렸는데 어머니가 그 이야기를 이모님들에게 한 모양입니다. 이모들은 머하러 거길 가냐 거기 볼게 뭐가 있냐는 식으로 어머니를 탓햇다고 합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나이든 어른들에게 노무현은 아무 이유없이 싫은 사람입니다. 싫은 이유가 없습니다. 그저 노무현이기 때문에 싫은 것입니다.  노무현이 도데체 무얼 어떻게 했다고  무었 때문에 그를 무시하고 미워하는 것일까요. 그를 그렇게 미워하게 만든 이유는 또 무언인가요.


수구 보수세력이 노무현을 집중 공격한 것은 그로 인해 자신들의 기득권, 이익이 침해당할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그들의 공격은 너무나 잔인하고 무자비했고 그들의 중오심은 지나치게 격렬했다. 이런 과잉행동과 분노의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죄의식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을 반대하여 탄핵정국으로 몰고 간 기득권층의 죄의식에 대한 두려움은 마침내 시민의 힘으로 선출한 대통령마저 그자리에서 끌어내리려 했고 정치적으로 사형선고를 내리려고 했습니다. 그 선두에 섰던 것이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처음부터 있었던 기회적 사람들, 나라를 팔고, 국민을 고문하고 총칼로 찌르고 죽이고, 그러면서도 오히려 자신의 배를 불렸던 그런 사람들. 그런 사람앞에 시민들은 이제 막 깨어나는 아침처럼 찬란한 여명으로 다가왔고, 밝아오는 새벽이 어둠을 서서히 몰아내자 자신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들은 그 시작이 노무현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 나라 사람들이 식민지배의 비애와 굴욕을 경험한 것은 불과 60년 전의 일이다. 해방 후에는 학살과 내전의 비극을 겪었고 군정에 의한 폭력은 불과 25~26년 전까지도 계속되었다. 민족분단으로 기인하는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무엇하나 진정으로 끝난 것이 없다. 지금도 사회의 곳곳에, 또 사람들의 마음속에 불길한 징후가 존재한다. 단지 사람들이 눈을 돌리고 있을 뿐이 아닐까? 그런 징후들은 다양한 조건아래에서 언제고 다시 잔혹한 폭력으로 분출될지 모를일인데도.....


얼마전 읽었던 프리모레비의 "이것이 인간이 인간인가" 후기에 나오는 작품해설 중 한 문장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린 아직도 진정한 민주주의라는 것을 한번도 경험 해보지 못하고 그저 꿈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개혁되고 발전할 기회가 잠시 있었지만 우리국민들은 다시 아픈 과거로 회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희망적인 세대가 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전에는 속았고 기만당했지만 우린 그 뼈 아픈 잘못된 선택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잡고 있는 듯합니다. 정치판은 아직도 믿을 만한 것은 못되지만 시민의 정신이 한층 성숙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보수언론, 종편 등의 왜곡되고 편협한 보도에도 시민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노무현의 꿈이었습니다. "나는 꿈이 있어 나는 그 꿈을 실현하고 싶어" 노무현이 아내에게 보낸 메세지입니다. 정치란 것이 당장에 현실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그 투자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옳바르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몫입니다.  노무현은 국정을 좀더 편하게 운영하기 위해서 그 어떤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정면돌파했고 난관을 극복하고 이겨내었습니다. 대통령직을 내려놓을 지도 모르는 그 순간에도 타협하지 않아도 정의가 이긴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노무현은 죽었지만 봉하마을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입니다. 7년간 수백만의 사람들이 그곳을 다녀갔고 아직도 그 발길이 끊어지질 않습니다. 그 발길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을 바라는 시민들의 간절하고도 애절한  갈구함입니다.


노무현은 정치인이면서도 정치적이지 않았고, 최고권력자가 되고서도 권력을 독점하기보다는 분권을 지향하고, 권모술수나 암투와는 거리가 먼 순결한 사람이었다. 의기가 높고 용기가 당천하여 단신으로 두터운 수구의 암초와 보수의 장벽을 뛰어넘어 대통령이 되었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노무현을 알기위해서는 스스로 인터넷을 뒤지거나 책을 사보거나 하지 않으면 그의 정신이나 인생을 알 수 없습니다. 아직도 그들은 봉하마을이  건재한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곳을 찾는 많은 시민들의 정신이 두려운 것입니다. "그만일로" 이 말은 전두환이 노무현의 죽음을 두고 했던 말입니다. 그만일로 목숨을 버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노무현은 보수언론과 정권의 메카시즘 때문에 자신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것을 참을 수 없었고  죽음으로서 자신의 명예를 지키려고 했던 사람입니다. 그들에게 명예같은 것이 있기나 한 것일까요. 5.18 민주화 운동이 역사에서 제자리를 찾고 광주시민의 명예가 회복된 것은 15년이 흐른 다음이었습니다. 17년이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기념일로 제정되기에 이르렀고 31년이 흐른 2011년에는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노무현은 죽었지만 후대의 역사가 바르게 평가하리라 믿습니다. 거기에 조직되고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있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봉하마을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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