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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Jun 14. 2021

오자와 세이지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오자와 세이지는 일본인으로서 세계적인 지휘자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사람입니다.

카라얀에게 사사하였고 번스타인의 뉴욕필에 부지휘자로 있었습니다.

특히 보스턴 심포니를 30년 가까이 지휘했으니 동양인으로서는 드물게 정상의 자리에 있었던 지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워낙에 유명한 소설가라 다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루키의 소설을 읽다 보면 재즈든 클래식이든 많은 음악들이 언급됩니다.

재즈와 클래식 음악 쪽으로 많은 지식이 있는 분이라 책을 읽다가 만나는 생소한 음악들은 굉장한 선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이 책은 몇 년 전 같이 일하는 의사로부터 한번 읽어보라며 권유받아 빌려 읽게 된 책입니다.

그 의사는 이건 클래식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도저히 읽지를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저 역시도 클래식은 그저 귓전으로만 듣던 문외한이라 솔직히 읽기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역시나 몇 페이지 못 가서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책을 돌려드리면서 이건 저 역시 힘든 데요하며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루키의 책은 잡문이든 소설이든 특히 수필류의 책들은 이렇게 가볍게 써도 책이 될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읽기 쉬운 책들이 여럿 있습니다.

해서 대담집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겠지 하는 맘이었습니다. 공부하는 맘으로 가볍게 읽어봐야지 했더랬지요.


하지만

역시 대담집을 읽을 땐 대담의 중심이 되는 내용 정도는 얕게나마 알아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때늦게 시작한 클래식 음악 듣기는 제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클래식을 듣는 일상이 약 6개월 정도가 되어갑니다.

잠들어 있는 시간에도 음악이 흐르고 있으니

아마 제 오디오가 저를 위해 일하는 시간은 하루 10시간은 족히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다 보니 내공이랄 것은 없겠지만 음악적인 지식도 쌓이고 음악을 듣는 귀도 조금씩 열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제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손에 들었다 내려놓았던 이 대담집이 생각났고 정식으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눈이 밝아지는 느낌이었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분명 그들의 대화가 어쩐지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시골 마루턱에 앉아 어른들이 하는 얘기를 엿듣는 아이처럼 감히 대화에 끼지는 못하지만 아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귀가 솔깃해지듯 눈이 빛나는 것 같았습니다.

굴드, 뵘, 카라얀, 번스타인, 안나 조피 무터, 제르킨, 메시앙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세계적 거장들과 사적으로 조우하는 오자와의 이야기는 그것 자체로 흥미진진했었습니다.

하루키와 함께 듣는 베토벤과 말러의 교향곡을 저도 같이 들으면서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나 순수함 같은 것을 공유했습니다.

아직 다 이해할 수 없는 깊이지만 새롭게 들리기도 하고 이런 부분에선 이렇게 들어야 하는구나 생각하니 기대보다 더 재미있는 읽기가 되었습니다.


특히나 스위스의 작은 도시에서 해마다 열리는 "오자와 세이지 스위스 국제 음악아카데미" 이야기는

오자와의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매년 보수도 없이 후진 양성을 위해 열리는 국제 음악아카데미는 전 세계 수많은 젊은 연주자들이

한 번쯤 참여하고 싶은 꿈의 무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날것의 거친 소리를 세심하게 다듬어 가는 늙은 거장의 가르침을 엿보면서 놀랍도록 진지하고 순수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작곡가에겐 고유의 언어가 있으니 그 언어로 이야기하라"

"노래하라가 아니라 말해라 즉 언어적으로 이야기해라. 노래하는 것보다는 더 폭이 넓은 거다"

"개성과 방향성을 지닌 존재감 있는 소리를 만들어 낸다는 건 대단히 수고스러운 일이군요"


오자와의 가르침은 기술적인 능숙함이 아니라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주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작곡가가 작품 속에 담은 이야기와 평범하지 않았던 인생을 단순히 아름다운 선율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청중에게 전해야 한다는 이 말은 음악을 듣는 저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듣는 사람도 마땅히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음악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그것을 소중한 연료로 삼아 살기 위한 의욕을 충전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이루 셀 수 없이 많으니까".... 무라카미 하루키


오늘도 전 음악으로 하루를 충전하고 즐겁게 늙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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