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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Jan 07. 2022

옥천성당, 거룩한 말씀의 수녀회성당

성당기행 #2

이른아침 새해를 시작하는 설레는 마음이 성당여행으로 더해졌습니다. 전날 검색해보니 옥천성당의 교중미사가 오전 10시로 확인됩니다. 대구에서 1시간30분쯤 걸리는 거리니 8시쯤 출발합니다. 10시에 못미쳐 도착한 옥천성당의 주차장. 도착해서 보니 몇사람이 성당쪽에서 내려오는 것이 보입니다. 미사시간을 잘못알았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올려다보니 야트막한 언덕위로 잔가지에 살짝 가려진 옥천성당의 첨탑이 보입니다. 옅고 푸른색의 종탑. 둥근아치와 마치 한옥창문을 보는 듯한 등근 창. 아직 본당에 들어서기 전인데도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좁은 길을 따라 언덕위에 있는 성당으로 서둘러 올라갔습니다. 본당으로 들어가는 몇사람이 보입니다. 다행히도 아직 미사전입니다. 이미 몇차례 검색으로 본당안의 모습을 본터라 낮설진 않았지만 세로로 길게 두줄로 가른 회중석이 생각보다 길어보입니다. 어름 직작해도 한줄에 40줄은 넘어보입니다. 짐작해보건데 300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자리니 옥천성당의 신자수를 가름해볼 수가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기전에 본당내부를 간단히 둘러보고 경건한 마음으로 회중석의 한자리에 앉습니다. 생각보다 많치않은 신자들이 앞자리에 앉아있습니다. 미사시작이 10시인줄 알았는데 주보를 보니 10:30분입니다. 미사시간을 잘못알았던 것인데 이후로는 꼭 사무실에 전화를 하고 미사시간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많은 분들이 자리에 앉습니다. 족히 200명은 되어보입니다. 코로나가 창궐한 시기라 듬성듬성 표시된 자리에 앉고 이내 미사를 기다리는 경건한 마음들이 본당안을 가득 채웁니다.


옥천성당은 1955년에 지어진 건축물입니다. 옥천지역에 천주교가 들어온 것은 정확히는 알수 없지만 1866년경이며 최초 공소가 설립된 것은 1903년경이라고 합니다. 이후 꾸준히 신자수가 늘어 1955년에 메리놀외방전도회 소속 로이 페티브렌 신부가 1956년 9월에 건립한 건물입니다. 메리놀 외방전교회는 1910년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창설된 외방전교회입니다. 한국에 진출한 것은 1923년으로 아시아지역의 전교를 목적으로한 전교회의 목적에 맞게 활발한 활동을 하게됩니다. 36명의 메리놀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가 한국에 파견되었고 한국교회의 자립을 위해 평신도 양성, 출판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평양을 지목구로 맡아 이북지역의 전교활동에 주력하다가 한국전쟁이후 1952년부터는 충북 지역의 교구를 위임받아 관활하게 되었습니다. 


옥천성당에서 우리가 잊어서는 않될 한분은 옥천성당의 초대 주임신부였던 홍병철루카신부님입니다. 홍병철 신부님은 한국천주교회의 10번째 사제로 1899년 사제서품을 받으셨습니다.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말레이반도에서 7년의 신학교육을 받았지만 여의치않아 귀국하고 다시 서울용산예수섬심신학교에서 7년의 교육을 받으시는 등 사제서품을 받으시는 순간까지도 평탄치 않은 길을 걸으셨습니다. 사제가 된 후 합덕성당에서 2대주임신부를 맡으셨으며 1906년에 옥천공소가 본당으로 승격되어 초대주임신부로 부임하게 됩니다.


옥천성당의 사목은 시작부터 난관이었습니다. 옥천지역에서 공주본당의 파스키에 신부, 퀴를리에 신부가 전교할 때부터 두 사제를 양대인(洋大人)이라고 부르며 천주교를 등에 업은 신자들이 지역 토호행세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직은 한일합병이 되기 전이었으니 외세를 등에 업는 것이 대단한 실세처럼 작용하였던 시절입니다. 그래서 가짜 신자인척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하는데 홍신부님께서 이들의 행동을 바로 잡으시기 위하여 특히 전교와 신자교육에 힘을 많이 쏟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공동체의 궁핍한 생활에 도움을 주고 또한 협소한 공소건물을 대신할 새로운 성당을 건축하기위하여 극도의 청빈한 삶을 사셨다고 합니다. 매일 호박죽으로 끼니를 떼우시며 한톨의 쌀알도 취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신자들과 함께 저축하여 매입한 1만평의 논밭을 소작으로 나누고 신자들의 어려움과 교육에 힘을 쏟으셨다고 합니다. 


1908년 말 마침내 옥천읍내 성당을 건축할 부지를 매입하고 부족한 예산 때문에 신자들과 함께 인근 마을 고가에서 매입한 목재를 실어와 다듬고 손수 흙일을 하며 이듬해 봄 목조기와성당을 완공게 되었습니다. 이 목조건물이 두 번째 옥천성당입니다. 


신부님은 이후로도 옥천지역의 공동체를 위하여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으셨고 본당 사목활동과 틈틈히 성경을 번역하고 기도문을 집필하는 등 한 순간도 사제로서의 소임을 소홀히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열심으로 사목활동을 하던 신부님은 1913년 부활판공을 위해 충북의 여러지역 공소를 순방하던 중 열병에 걸려 쓰러지게 됩니다. 그리고 1913년 3월6일 새벽 하느님의 뜻과 사랑안에서 살며 몸소 실천했던 신부님은 부르심에 선종하셨습니다. 


홍병철신부님이 건축하신 목조성당 이후 지금의 옥천성당도 70년정도 된 건물이니 옥천성당에 담긴 홍병철 신부님의 삶에 더해 세월에 충분한 깊이가 느껴지는 건물입니다. 야트막한 언덕위의 성당이 옥천지역을 내려다보는 형세입니다. 유서도 깊고 규모가 있는 옥천지역의 유일한 성당이니 지역 신자들에겐 자부심이 느껴질만한 훌륭한 건축물이었습니다.


양측으로 난 창문엔 스테인글라스로 장식하지 않고 단순하게 투명도를 이용한 창이 소박해 보였습니다. 제대 양측에 스테인 글라스를 제외하고는 특이한 장식이 없는 담백한 모습의 성당이었지만 전체적으로 아름답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성당입니다. 그곳에서 참석한 미사 역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한 시간이었습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한주일에 쌓인 수많은 상념들을 위로하는 말씀. 그 말씀을 묵상하는 가운데 어쩔 수 없는 연약함이 고스란히 위로받고 마음을 새롭게 다잡는 시간이 되게하는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 대전 거룩한 말씀의 수녀회 성당과 황간성당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신년에 마음먹은 성당순례의 시작이 예정대로 시작된 것같아 은혜가 되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올려다본 옥천성당의 모습. 설레는 마음이 고조되는 순간이었다.
성당 외벽의 흰색과 파스텔톤의 조화가 아름답다.
정문의 둥근 아치가 마치 예수님의 반가운 미소같이 보였다.
성당의 옆모습 길 세로줄과 불쑥 튀어나온 곳이 제대 양쪽의 모습. 위에서 내려다 보면 십자가 형상이다.
기다란 사각 공간. 양측으로 가른 회중석 생각보다 많이 길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성당과는 다르게 천정이 낮은 편이고 기둥이 없다. 눈에 띄는 화려한 장식이 없는 비교적 소박한 모습
성당입구의 둥근 아치형 문.
창문은 나무로 만든 아치형으로 장식되어있고 스테인 글라스가 아닌 투명도만 조절한 십자가 창이다. 부조형식의 14처.
제대 양측에만 화려한 스테인 글라스로 장식되어있다.
제대와 스테인 글라스창
제대에서 마주보이는 마리아상이 특이하다. 회중석에선 보이지 않는다.
너무나 담백하고 소박한 마리아상.
성당 측문앞에서 미사를 마치고 나온 아이들이다.
대전 거룩한말씀의 수녀회 성당 사무건축물
거룩한 말씀의 수녀회 성당 앞모습이다. 간결하고 소박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은혜가 되었다
측면모습 : 수녀회안에 위치한 성당이라 건물내부는 볼수없었지만 아름다운 예술품을 마주한 느낌은 경이로웠다.
옆의 건물은 붉은 벽돌건물이라 그런지 밝은 톤의 성당이 오히려 더 돋보인 느낌이었다.
황간성당은 몇년전 방화로 전소되어 새롭게 건축된 건물이다.
성당옆에 위치한 RUAH라는 카페. 카페로 이용되는 건물이지만 성당못지 않게 아름다운 건물이다. 아쉽게도 코로나로 인해 운영되지 않고 있다.
황간성당의 본당 문. 고풍스럽고 아릅답다.
황간성당의 내부는 화려한 스테인 글라스로 장식되어있다. 아마도 방화로 전소된 성당이라 더 화려하게 장식되어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제대의 십자가 상도 화려하다.
본당 측면의 화려한 색의 향연이다.
특이한 천장의 샹젤리에 조명
제대옆에 기도제목과 함께 초를 놓아 아름다움을 더했다
회중석에 비치는 아름다운 스테인글라스의 색들이 눈을 감으면 눈을 감아도 활홀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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