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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Jan 10. 2022

내포의 성당 여행 - 예산성당

성당기행 #3

이른 아침 숙소인 태안을 떠나 예산으로 향했다. 넓은 들판이 황량하지만 막힌 가슴을 뚫어주는 듯한 시원함이 있다. 충청도 여행은 처음이다. 나고 자란 곳이 경상도이다 보니 충청도는 훈련소인 논산 정도만 기억에 남아 있다. 주말 1박 2일로 충청도 지역의 아름다운 성당 10개를 둘러보리라 작정하고 떠난 여행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쉽사리 10개의 성당을 다 둘러볼 수는 없었다. 성당 하나하나가 너무나 아름다워 그냥 사진만 찍고 돌아서기엔 못내 아쉬웠기 때문이다. 십자가 길을 돌며 기도하는 맘으로 묵상도 하고 박해를 받고 순교한 수많은 순교자들의 넋을 생각했다.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라 할만한 충청도 지역이었으니 지역마다, 성당마다에 서린 순교자들의 피가 가히 차고 넘쳤다.


예산이라는 이름이 정겨웠다. 충청도스럽다 하면 이상할지는 모르나 왠지 느긋한 곳을 상상했다. 거리는 청명한 하늘과 어울려 더없이 깨끗하게 보였다. 멀리 공주대학교 예산 캠퍼스도 있고, 군청이 있는 소재지다 보니 아파트도 있고 자그마한 도시 같기도 했다. 그 한 곳,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한 예산성당은 그래서 더 잘 어울리는 듯했다.


예산성당은 2대 주임 신부인 황정수 요한 신부가 1934년에 착공하여 1935년에 완공한 건물이니 약 90년이 다되어가는 건축물이다.  하지만 예산지역의 천주교 역사는 10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1801년 현감이던 김광옥 안드레아가 현재 예산읍내 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에서 참수되었다 하니 이곳도 당시 박해의 피바람을 피해 갈 수 없었던 유서가 깊은 곳이다.


마침내 언덕위에 올라 본 예산성당의 첫 모습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붉은 벽돌의 바탕에 회색 벽돌로 모퉁이의 모양을 내어 균형미와 아름다움이 빼어났다. 아치형의 출입문과 정면 세 개의 아치형 창문엔 스테인글라스로 장식되어있다. 종탑이 이 날따라 청명한 하늘에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설레는 맘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성당의 문은 대부분 잠겨있지 않다. 누구나 들어와서 기도하라는 배려일 거라 생각하니 늘 감사했다. 실제로 처음 들어서면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앞자리쯤에 앉아 묵상기도를 드린다. 그러면 항상 마음이 차분해진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지만 지금은 멀찍이 떨어져 있는 나 자신에 대해 용서도 구하고 죄송스러운 맘에 죄를 고한다.


성당 안은 눈이 휘둥그레 해질 만큼 아름다웠다. 흰색 바탕의 천정과 그래서 더 뚜렷하게 보이는 목골, 아치형 스테인 글라스 창문엔 검은색 벽돌을 둘러 포인트를 주니 눈에 확 들어오고, 스테인글라스를 뚫고 들어오는 창연한 햇살을 더욱 아름답게 했다. 제대 쪽은 반원형으로 안으로 움푹 들어가 있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중앙에 십자고상이 한눈에 들어와 예수님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회중석은 이 지역 성당의 특색인지 3등분된 삼랑식 구조로 되어있다. 주랑은 목조로 되어있다. 성당의 아름다움에 취해 한참을 둘러보다 밖으로 나왔다. 들어갈 땐 보지 못했던 입구 양쪽의 둥근 스테인 글라스 창이 눈에 확 들어왔다. 오래된 문들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어 더욱 은은한 빛을 내는 듯했다


나오는 길에 우연히 지나가던 신자님께서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어디서 오셨나고 물어 대구서 왔다고 하니 한 번도 가보지 못하셨지만 계산성당과 근대문화골목을 꼭 가보고 싶다고 하셨다. 예산 주위에 성지들을 소개해주시고 꼭 가보라고 하신다. 하나라도 놓치면 아쉬울 거라는 듯이.


사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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