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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Jan 12. 2022

내포의 성당여행 - 당진 합덕성당

성당기행 #4

내포(內浦)의 중심 당진은 옛날 부터 인근의 예당평야와 지역적 특징으로 해산물이 풍부하다고 한다. 그러한 풍족한 지형 때문인지 사람들이 너그럽고 친철할 것같은 인상이다. 당진은 심훈의 상록수 정신이 배어 있는 곳이기도 하고 또한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천주교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영향으로 이 지역에서는 수많은 순교자가 나왔고 인근엔 수많은 성지가 조성된 성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내포의 성당들을 돌아보기로 한 첫날 네번째로 도착한 곳이 당진의 합덕성당이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니 올려다 보이는 언덕위 두개의 첨탑이 온통 마음을 사로잡는다. 성당 아래에 조성된 성모당에서 기도하는 신자들의 모습이 사뭇 경건하고 간절하다. 아름다운 성당의 모습이 고풍스럽게 언덕위에 우뚝 솓아 있으니 아래에서 바라보는 그 모습에 압도되는 듯한 심정이 되었다. 두개의 첨탑으로 건축된 성당은 처음 본다.


합덕성당은 1929년에 건축된 성당이다. 1890년 양촌성당으로 있다가 1899년에 부임한 귀클리에 신부가 초대부임하여 이곳에 한옥성당을 지었다가 1929년 7대 주임신부인 패랭신부가 이 자리에 고딕양식의 성당을 새로 지었다고 한다. 마치 두손을 들고 기도하는 듯한 모습의 성당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결해지는 것만 같았다.


성당의 정면엔 둥근아치형 창문들이 여럿 있어서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주었다. 중앙의 크지않은 십자가 또한 끝이 뭉퉁하여 부드럽다. 연붉은 벽돌과 회색의 벽돌 또한 강한 인상보다는 수줍은 듯하고 크기에 비해 소박하게 보이는 건축물이다. 마침 성당에 도착한 시간이 해질 무렵이라 종탑과 아치형 창에 비치는 조명은 성당의 모습을 은은하게 돋보이게 했다.


세개의 둥근 아치형으로 만든 세개의 문은 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중간은 양쪽의 문보다 조금 크게 만들어 놓아 이 또한 미적인 요소를 더해준다. 안으로 들어서니 돔형으로 둥근 천장이 이채롭다. 회중석은 양쪽의 기둥으로 삼등분한 삼랑식 구조다. 기둥은 석조로 크지않게 가지런하게 줄지어 서있어 아름답다. 저녁미사 준비중인지 몇 사람의 신자들이 드문드문 앉아서 기도로 미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주보를 보니 7시 미사인데 한 시간이나 일찍와서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에 신심이 보인다. 그만큼 간절한 무엇인가가 있겠지 생각하니 성당의 아름다움에 취해 여행하는 내 모습이 조금쯤 숙연해지기도 했다.


양측으로 난 창은 역시 둥근 아치인데 위쪽에만 스테인글라스로 장식하고 아래는 투명한 유리와 불투명한 유리를 배치시켜 화려하진 않지만 세련되 보이기도 했다. 유리창 좌우로 십자가의 길 14처가 마치 동화책의 삽화같이 그려져 있다. 아래엔 오래된 옛체로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이마저도 너무나 고풍스럽다. 예감이 맞다면 그 옛날 처음 성당이 지어질 때 부터 있었던 것같다. 뒤쪽의 고해소 역시 처음의 것을 그대로 보존 한 것같은 특이한 고해소가 있었다. 안에 들어가면 모든 죄를 고백할 수 밖에 없을 듯한 모습이다. 옛 세례대까지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아름답다고 유명해진 공세리 성당의 떠들석한 외부의 혼잡한 모습 그리고 감곡성당의 내부 주랑에 못을 박고 전기줄을 칭칭감아 모니터를 설치한 모습에 상한 마음의 상처가 조금쯤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중앙의 제대 역시 특이했다. 보통은 십자고상을 중앙에 달아놓는 것이 보통인데 합덕성당은 중앙에 성가정화가 걸려있었다. 성당으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본 성가정상이 생각났다. 아마도 합덕성당은 가정의 화목과 사랑을 중심 덕목으로 세우는 성당인가 싶기도 했다. 제대 양측의 예수성심상과 마리아상이 걸려있었다. 분명 여행전에 책에서 본 사진의 배치가 아니었다. 어쩌면 매번 이렇게 배치가 바뀌는 것인가 생각도 해보았다.


밖으로 나와 오솔길을 따라 야외의 십자가의 길을 걸었다. 십자가의 길 14처도 각 성당마다 독특하다. 합덕성당은 부조형식으로 되어있는데 그 부조가 사뭇 예술적이었다. 아마도 누군지는 모르지만 대단한 조각가가 만든 예술품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오솔길의 십자가의 길은 여행에 지친 영과 육을 쉬게 해주고 하루를 마무리 하는 묵상의 시간이 되어주었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니 올려다 보이는 언덕위 두개의 첨탑이 온통 마음을 사로잡는다
둥근 아치형으로 만든 세개의 문은 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
성당으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본 성가정상
둥근 아치형 돔 천정과 삼랑식 구조의 가지런한 주랑들
합덕성당의 고해소
마치 삽화같은 십자가의 길 아래에 설명하는 옛체가 정겹다


제대 왼편의 예수성심상
성가정화가 제대 뒤쪽에 걸려있다
성당입구의 스테인글라스와 일반 목조로 장식한 문
제대 오른편의 마리아상
옛 세례대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밖에서 본 출입문역시 소박하지만 그 소박함이 아름답다
부조 형식의 14처
부조가 예술품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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