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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Mar 19. 2022

내포의 성당여행-공주중동성당

성당기행#11

이틀동안 내포의 10여개 성당을 둘러보았으니 강행군이었다. 무엇에 홀린듯 작정한 이틀간의 여행은 결국 성당의 겉모습만 흩고마는 벼락치기 공부같았다. 매괴성지, 공세리성당, 등등 "하루쯤 성당여행"이란 책자를 참고삼아 여행일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책에서 본 아름다운 성당은 기대와는 달리 현실과의 괴리감을 남기고 예정치 못했던 곳에서 오히려 위로와 위안을 받았으니 아이러니 하기도 했다. 원래가 주류측에 끼지 못하는 약간은 삐뚜루한 성격이기에 남들 다 좋다는 곳보단 약간은 소외된 듯한 곳에서 뜻밖의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듯도 했다.


그도그럴 것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성당중에 으뜸이라는 공세리 성당의 예기치 못한 난삽함과 감곡성당의 기둥에 예의없게 매달린 스크린때문이었다. 많은 방문객들로 어수선했던 공세리 성당은 그날 행사가 있었는지 천막과 플라스틱 의자가 어지럽게 널려있어 성당의 참모습을 보지 못했고, 감곡성당은 겉모습의 아름다움과는 달리 성지라서 그런지 많은 순례자들이 프로그램에 따라 미사중에 있었고, 그들을 위한 배려인지 기둥으로 가린 제대를 비추기 위해 아름다운 석조기둥에 전기줄을 칭칭감고 못질을 해서 스크린을 달아놓은 모습은 못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조기둥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여러 아쉬움이 뒤섞인 지친 여정의 마지막은 공주 중동성당이었다. 조금쯤 가파른 오르막 도로를 올라와 왼쪽 언덕에 위치한 중동성당의 입구는 순례길을 마무리 하는 순례자를 맞기에 충분했다. 석조로된 아치형 입구는 그 세월을 짐작키도 하겠지만 조잡하기만한 콘크리트의 도시 가운데서 엄청난 무게의 품위와 경건함마저 느껴졌다. 마치 세상과 천국을 가르는 경계처럼 보였다. 입구 뒤로 붉은 벽돌의 계단이 마치 벽처럼 가파르다.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이 아니겠는가 싶어 한단 한단 두려운 마음으로 올라갔다. 두근거리는 맘으로 몇계단 올라가지 않아 고딕풍의 성당이 바짝 고개를 젖혀 보였다. 언덕위 첨탑의 십자가가 하늘에 닿을 듯 보였다.


성당은 도시속 헤테로토피아이며 에클레시아이다. 마치 세상의 밖에 있는 듯한 성스러운 곳. 도시에서 유일하게 세속적이지 않은 곳. 속된 세상에서 얼마쯤 벗어나게 하며 유리된 삶을 다잡아 영혼을 맑게 해주는 곳이다. 종교의 본질이란 것이 그런 것 아닐까? 성당의 경건함은 그런 것들을 경험하는 곳중에 하나이기 때문일까. 성당의 외부만 봐도 마음은 이미 기도하는 맘이된다.


중동성당은 바로 이러한 공간의 본질을 일깨워주기 위한 적절한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시간도 오후3시경이라 오가는 사람도 드물어 성당을 둘러보기 좋은 시간이었다. 성당은 오랜 시간에도 불구하고 깨끗하고 그러면서도 준엄한 모습이었다. 오래된 석재들이 어떻게 이렇듯 깨끗하게 보존 될 수 있는지도 의아스러웠지만 그러면서도 세월이 담아내는 짙은 회색과 강한 붉음이 놀라웠다. 언덕위 동산에 지어진 성당의 마당이 꽤나 넓었다. 공주지역의 첫성당이라한다.


성당으로 들어서는 입구와 창의 뽀족한 아치들이 정교한 예술작품 같았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좌우가 같은 그 선이 만나 하늘을 가리키는 듯 했다. 두손을 모은 기도하는 손 같기도 한 성당의 아치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안해진다.


성당안으로 들어가니 몇몇의 청년들이 띄엄띄엄 자리에 앉아 기도를 하거나 묵상하고 있었다. 좀 있으니 그 중에 한사람이 일어나 중동성당의 역사와 가치에 대하여 설명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젊은 사제였다. 이곳을 방문한 방문객들에게 가이드를 한 것이다. 덕분에 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성당내부는 돔형 천정과 스테인 글라스, 그리고 12개의 석조기둥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경건함, 신이 사는 신의 집일 수 밖에 없는 곳에서 한 것 초라해진 자신을 자리에 앉힌다. 침묵할 수밖에 없는 그곳에서 살아온 지난 날을 묵상하고 내 속에 있는 당신의 숨결을 묵상했다.


예수 십자가의 중심은 나라는 작은 존재다. 나를 위해 기꺼이 고통의 십자가를 지심. 가끔 일상에서 저지르는 나태함이 그분과 이격의 거리를 만들고 스스로 저만치 추방의 처벌을 내린다. 예수님과 나와의 시간적 이격거리는 이미 20년을 넘어간다. 그토록 간절하게 신앙생활을 하였던 나지만 돌아서게 했던 세상과의 조우와 쾌락이 그토록 먼 시간을 떠나있게 하였다. 성당순례는 세상에 녹아있던 나를 주춤거리며 그 분앞으로 돌아오게 하는 귀한 선물과 같은 것이 되었다.


이 네 동생은 죽었다가 살아났으며 내가 잃었다가 얻었기로 우리가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니라’  누가복음 15장 32절


가파른 계단을 뒤로 세상과 성지와의 경계를 이루는 중동성당의 입구. 문이 없으니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는 곳.
오래된 건물입에도 짙으 회색과 붉은 벽돌의 조화로움. 마치 물로 씻은 듯한 깨끗함이다.
안내문 : 공주지역 최초의 천주교 성당. 
아름다운 세개의 뾰족 아치문 
아치마다 성당으로 통하는 하얀색 문
신비로운 빛 스테인글라스를 통해들어오는 빛은 성스럽다.
바닥을 비추는 스테인 글라스의 빛들 성당내부 곳곳에 아름다운 흔적을 새긴다.
돔형으로 만든 제대쪽 천장과 제대.
아마도 처음부터 사용되었을 성수대
십사처
사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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