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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Oct 15. 2022

안성 구포동성당

성당기행 #15

우리나라엔 박해의 고통과 순교, 희생의 시간들로 채워진 아름다운 성당들이 있습니다. 그 성당들에는 하나같이 고고한 기품과 신앙의 숭고함들이 녹아있습니다. 세계 어느 선교지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자생적 신앙과 그 속에서 피워낸 숭고함. 그 스스로 키워낸 믿음이 이 땅에 은혜처럼 전국 방방곡곡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우리의 성당은 유럽의 성당들처럼 크고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마다 다른 모양새를 가지고 있고 고딕 양식과 한옥식 성당들이 적절하게 버무려져 독특한 멋을 냅니다. 한옥성당은 마치 수묵화나 한복과도 같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고딕이나 비잔틴 형식의 성당들은 얼핏 유럽의 성당들을 축소해놓은 듯도 하지만 또한 그 속에도 우리만의 것들이 잘 녹아있습니다.


안성에 있는 구포동성당은 바로 그러한 전형을 잘 보여주는 성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포동 성당은 앞모습은 고딕식 성당이지만 옆모습은 영락없는 한옥성당입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독특하고 이뻐서 한동안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한 폭의 그림, 하나의 큰 조각품을 보는 것처럼 넋을 놓아 바라볼 수밖에 없게 합니다.


구포동 성당은 1901년에 프랑스인인 꽁베르신부님에 의해 처음 건립되었다가 신안리에 있었던 동안 강당의 목재와 기와의 일부를 활용하여 1922년에 재건된 것이라 합니다. 재건 후에도 100년이 되었으니 그 역사가 한 세기를 훌쩍 넘어갑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선교사 없이 자생적으로 자라난 신앙이기도 하거니와 100년간의 긴 박해의 피가 스며져 있는 땅이기도 합니다. 그 아픈 기억 속 쫓기는 시간에도 신앙은 사라지지 않았고 희생과 사랑의 신앙을 키워내었습니다. 구포동 성당이 있는 이곳 안성에도 천주교의 중심축이었던 내포와 가까웠던 만큼 수많은 신자들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뿌린 빗줄기 탓인지 대기 중의 공기가 너무나 맑고 깨끗해서 온몸의 나쁜 공기가 한순간에 바뀌는 것 같은 청량함과 투명한 시야가 성당을 더욱 아름답고 깨끗하게 보이게 하였습니다. 예쁜 길로 조성된 14처는 마리아상이 14처의 조각 하나하나를 안고 있는 듯한 모습인데 그 독특한 아름다움이 14처의 기도와 묵상을 더욱 은혜롭게 하였습니다.


성당의 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지만 문을 개방하여서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하여 두었습니다. 복층 형식이며 사각 나무기둥이 측량을 받치고 있는 모습니다. 사각주는 오래된 소나무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한눈에 보아도 그 시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대 쪽의 장식 또한 고풍스럽고 골조의 나무가 은은하게 무게감 있게 합니다. 회중석의 의자는 기념성당으로 옮겨둔 것인지 철제의자가 놓여있어서 아쉬웠지만 성당 안에서 한동안 기도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되돌아오는 길 구포동 성당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걸 보니 그 강열한 인상이 큰 감동이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구포동성당 옆에는 큰 규모의 기념성당이 있고. 정문 쪽에는 가톨릭 200주년을 기념하는 로고스 탑도 세워져 있어서 한 번쯤 들려 은혜에 잠겨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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