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기행 #26
경상남도 진주시 문산에는 한옥성당과 고딕 성당 두 개가 한자리에 조화롭게 세워진 성당이 있습니다. 문산성당입니다. 문산성당의 한옥성당은 1923년에, 서양식 고딕 양식의 성당은 한옥성당의 오른쪽으로 조금 위쪽에 자리를 잡고 1937년에 지어졌습니다. 14년을 간격으로 지어진 두개의 성당은 우리나라에서 가톨릭이 토착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성당이기도 합니다. 문산성당의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한옥성당이 보입니다. 가로로 길게 자리 잡은 성당은 한눈에 보아도 상당히 큰 기와 건물입니다. 한옥으로 지어진 성당으로는 규모면에선 제법 큰 것 같아 당시 미사참석 신자가 어느정도 되었을지 가늠되기도 하였습니다. 평소에는 문이 잠겨있었지만 두 번째 방문인 이 날은 미사가 있는 주일이라 개방되어있었습니다. 굵은 서까래와 오래된 기둥들이 묵직한 기와지붕을 오랜 세월에도 잘 받쳐주고 있었습니다. 현재는 고딕성당을 본당으로 하고 한옥성당은 강당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산성당은 입구부터 잘 정돈되어 마치 문화재가 있는 공공시설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가운데로 소담하게 길이 나있고 왼쪽엔 한옥성당이 오른쪽엔 사제관이 있습니다. 길의 끝에는 고딕풍의 옅은 청회색의 성당이 보입니다. 성당 뒤로 보이는 야트막한 산들도 오래된 성당과 함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성당의 모습을 진주를 방문한 많은 분들이 사진에 담아가기도 합니다. 한적한 분위기 속 이국적인 모습의 서양식 성당과 흔히 볼 수 없는 한옥성당의 단아한 기품이 아마도 많은 방문객들을 부르고 있는 듯합니다.
성당의 제대 뒤쪽에는 예수님을 중앙으로 12사도들이 한분씩 세로로 길게 전신상으로 장식되어있습니다. 이 또한 성당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특이한 모습이었습니다. 제대는 2009년 12월 27일 성당 내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옛 제대를 복원하여 축복식을 가졌다고합니다. 새 제대는 벽을 향해 미사를 봉헌하던 당시 제대를 본래대로 복구한 것으로 현재 감실 제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회중석은 이랑식으로 장방형으로 제대를 향해 길죽하게 놓여 있습니다.
문산성당은 공소시절 부터 117년의 세월에 24명의 사제를 배출한 유서깊은 성당입니다. 서부경남지역의 첫성당이기도 합니다. 문산성당의 관활 공소가 무려 97개나되어 모두 순례하는데만 7개월이 넘게 걸리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이날 미사에는 어려서부터 이 성당을 다니시던 문산성당 출신 신부님이 주임신부님을 대신하여 미사를 집전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미사가 진행되었고 자부심과 신심이 강하게 느껴지는 신부님의 강론은 큰 은혜가 되었습니다. 미사를 끝내고 미사에 참석한 교우분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시며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이 참 정겹게 보이기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