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기행#33
마음에 평생토록 품은 아름다운 건축물이 하나 정도 있다면 풍수원성당을 꼽아도 좋을 듯합니다. 여름 뜨거운 햇빛이 내리다 잠시 소나기가 지나고 난 다음, 구름은 하늘위에 여유롭게 떠있고 물을 한껏 머금은 숲속 나무들 사이에 서있는 이국적 건축물, 풍수원성당은 마치 스위스의 어느 한 공간과 같은 멋진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의 풍수원 성당은 113년된 로마네스크양식의 성당입니다. 1896년에 부임한 정규하 신부님에 의해 건축된 성당으로 1910년에 봉헌되었습니다. 한국인 신부가 세운 최초의 성당이며 시기별로는 다섯 손가락안에 들 정도로 유서가 깊은 성당이기도 합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답게 육중하고 무거운 느낌이 드는 성당입니다. 울창한 숲속에 있어 마치 수도원 같은 느낌도 드는 아름다운 성당이기도 합니다.
성당내부에 들어가 잠시 묵상을 하고 둘러보았습니다. 고풍스런 제대와 뒷쪽 유리화들이 흐린 날씨에도 아름다운 빛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제대쪽을 향해 사진을 찍는데 자매님 한분이 사진촬영이 금지되어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더 이상 내부의 사진을 담을 수 없어 오래도록 성당에 앉아 마음으로 그 아름다운 형상들을 담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번씩 생각나면 가봐야 할 이유가 생긴 것입니다. 아무래도 그 기억이 오래도록 남아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정규하신부님은 한국인 사제로는 세번째 사제입니다. 병인박해 이후 피난온 신자들의 생활상을 보듬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앙을 굳건히 지켜나가도록 풍수원 본당 사목자로서의 직무에 충실하였으며 47년 동안이나 풍수원성당에 재임하시다가 선종하셨다고 합니다. 정규하 신부님의 유물은 당시 머물던 곳을 보수하여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신자들의 어렵고 힘든 생활상을 엿볼 수 있으며 사용하던 미사도구와 그 당시 신자들과 함께 만들던 십자고 상과 촛대 등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성당을 나와 왼쪽 언덕으로 난길 을 따라 올라가면 약간 아래로 성당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데 멀리 산허리에 걸친 하얀 구름들과 함께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처럼 보입니다. 풍수원성당은 이처럼 유물 전시관 외에도 성체현양대회를 하는 곳과 성체조배실 등 둘러보아야 할 곳들이 많은 곳입니다. 아름다운 14처의 그림들과 조그만 소품들이 한 순간도 놓치기 힘들 아름답고 은혜로운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풍수원성당의 입구에 있는 성당입니다. 모양과 색이 너무 이뻐서 한참을 들여다 보고 왔습니다. 운영주체는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일 운영일이 아니어서 내부를 볼 수 없었습니다. 카페루트도 다음에 들을 땐 꼭 한번 방문하고 싶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